개성

스물하나

by 목연





개성의 시대와 개성 상실의 시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느 쪽에 속할까. 글을 쓰기 시작하며, 한때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나만의 문체를 갖고 싶었다. 다른 작가들과 구별되는 분위기 같은 걸 말이다.


몇 달 전, 이슬아 작가의 책 <심신단련>을 읽었다. 이슬아 작가를 알게 된 건 대학 선배를 통해서였다. 선배는 내게 이슬아를 아냐며, 구독료가 한 달에 만 원 밖에 하지 않으니 한 번 구독해보라는 말을 전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에세이보단 소설을 자주 읽던 때라 선배의 말을 금방 잊었다. 한참이 지나 그의 에세이를 서점에서 보았을 때, 나는 그를 기억해냈다. 에세이 코너에 놓인 두 권의 책을 두고 고민하다 <심신단련>을 골랐다.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고 가방이 수용할 수 있는 무게도 한정되어 있었기에, 그리고 그의 글이 내게 맞지 않을 수도 있기에 나는 무게도 돈도 덜 나가는 것을 택했다. 집으로 돌아와 그의 책을 펼치며 생각했다. 조금 더 크고 비싼 책을 골랐어도 됐겠다고.


그의 글엔 말맛과 속도감이 있어 어떤 글은 소설처럼 읽혔다. 개인적으로 ‘여자 기숙사’ 시리즈가 가장 좋았는데, 그 나이대의 여학생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 또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도 느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나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하고 동감을 느끼기도 했다. 특히 그가 함께 사는 고양이인 탐이에게 ‘만약 실패하더라도 더 낮게, 더 낫게 실패하겠다고(p.124)’ 부분이 좋았다. 동물과 인간을 나누지 않고 ‘아주 예민한 감각과 아주 많은 언어를 가지고 살았을(p.115-116)’ 존재로 보는 게 좋았다. 또한 그의 그러한 시각이 채식주의로 나아가는 게 멋있었다. 그는 챕터를 나눠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문득 나도 언젠가 나만의 출판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가 출판은 생각한 적 있어도 출판사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그의 글을 읽자 생각이 환기되는 기분이었다.


책을 덮었을 때, 마음이 꽉 차는 듯했다. 언제나 좋은 글, 마음에 내려앉는 글을 갈망했었는데 그 허전함을 채운 것 같아 개운한 기분마저 들었다. 동시에 나는 책을 읽는 저자에게 매력을 느꼈는데, 그의 글에서 쉽게 부러지지 않을 단단한 중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아는 사람 같았다. 그렇기에 그것이 곧 자신만의 색깔이 되어 눈에 띈 게 아닐까 싶었다. 그가 가진 색은 어느 날 뚝딱 만들어진 게 아닐 것이다. 스스로를 알기 위해 노력했고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개성을 갖고자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내가 나를 유지하려 할 때 내가 드러난다는 것을, 조금 늦게 깨달은 것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내게 주어진 날을 잊지 않으며 살기. 그게 지금 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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