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잘, 보내기

스물여덟

by 목연





어제 낮부터 내린 비는 새벽이 되어서야 그쳤다. 젖은 흙에서 나는 축축한 냄새가 창문을 타고 들어왔고 아가들의 발바닥은 깨끗해져 있었다.


주말을 맞아 언니는 연인과 함께 부산으로 향했다. 엄마와 아빠는 안방에서 함께 티브이를 봤고 나는 침대에 앉아 시계를 봤다. 꿈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그걸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녔다. 그러다 알몸 차림의 남자를 만나기도 했고 예전에 썼던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잃어버린 휴대폰을 찾았다며 착각하기도 했다. 눈을 떴을 때, 평소 기상 시간보다 세 시간이 더 지나 있었다. 오늘은 뭘 해야 할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아르바이트까지 그만둔 후 바쁠 게 전혀 없었기에, 일요일 같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와 달리 맑은 하늘을 보며 오늘은 뭘 하지, 또 생각했다.


이른 아침부터 달래는 문을 열라며 빽빽 울었다. 고양이 털 날리는 걸 싫어하는 아빠는 우리가 아빠 몰래 고양이를 집에 들인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는 달래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간식을 줬고 달래는 앞집 마당으로 향했다. 마당 한 편에 놓인 집에서 자고 있던 톨이는 간식 먹는 소리에 덜 뜬 눈을 하고 걸어왔다. 톨이의 느린 걸음은 한가한 스트레칭으로 이어졌다. 아가들과 골목을 걷다 카페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서 글을 쓰고 책을 읽어야지, 생각했다.


이른 시각이었기에 카페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나는 바깥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펼쳤다. 빈 문서를 켜자마자 글이 써지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읽지 않고 쌓아뒀던 책을 꺼냈다. 약 250쪽 가량의 잡지였지만 크기가 작았기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당신은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나요?’ 라는 주제처럼 글마다 악기와 음악에 관한 인터뷰와 이야기가 가득 했다.


두 시간에 걸쳐 잡지를 읽은 후, 펼쳐 두기만 했던 노트북을 바라봤다. 도통 적응 되지 않는 빈 문서가 나를 반겼다. 깜빡이는 커서를 가만히 바라보다 휴대폰을 봤다. 인스타그램엔 온통 벚꽃 사진이 가득 했다. 문득 금요일에 봤던 벚꽃이 궁금했다. 어제 하루, 비가 많이 왔기에 꽃잎이 다 떨어졌을 것만 같았다. 휴대폰을 보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 밝은 햇살에 비친 건물 벽이 환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이 많아졌다. 엄마와 함께 온 아이는 잠이 오는 듯 칭얼거렸고 엄마는 아기를 안고서 밖으로 향했다. 노트북을 가져 온 사람들은 충전기를 꽂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껴달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직원은 두 시간에 한 번, 문을 열어 환기를 했다. 따뜻한 햇살과 달리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다리를 스쳤다. 밖에 앉은 커플은 춥지도 않은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빈 문서를 앞에 두고 두 시간 정도 멍하니 있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런 저런 문장을 쓰고 지우길 반복했다. 그러다 자가 출판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다. 밖은 여전히 밝고 사람들은 점점 많아진다. 나는 글이 아닌 정제된 일기를 쓰고, 그러면서도 저녁에 뭘 먹을지 고민한다. 자꾸만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타인의 하루가 궁금하고 거기에 내 하루를 비춰보고 싶어진다. 이리저리 기우는 중심을 바로 잡는 연습. 무르고 때론 흔들리더라도 부러지지 않는 어떤 중심. 그걸 잡기 위해, 또 찾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쓰고 다른 이들을 관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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