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미완성)
길냥이를 보다 보면 요즘 젊은것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개성이 매우 다양하다. 길냥이라고 다 같은 길냥이가 아니다. 길냥이라고 다 같은 입맛도 아니다. 캣맘이 챙겨준 사료 중 브랜드를 따지는 녀석도 있고, 습식이 아니면 입을 대지 않는 녀석도 있다. 개성이 다양하다. 털 색깔, 무늬 위치, 성격도 다양하다. 아주 크게 노란 털은 치즈, 하얀색과 검은색이 섞이면 젖소, 검은색과 갈색이 섞여 등에 무늬가 빽빽하면 고등어, 하얀색과 주황색과 검은색이 섞이면 삼색이로 분류하긴 하지만 오래 활동한 캣맘들은 알 것이다. 이들이 얼마나 독립적이고 각 개체 간 차이성이 뚜렷한지. 요즘 젊은것들도 마찬가지.
한 순간 차이로 금수저에서 흙수저 되는 것도 비슷하다. 한국사회에서 웬만큼 금수저라고 해도 병 걸리거나 부모님 사업 망하면 한순간에 낭떠러지로 굴러간다. 각종 사회 보장 제도 수준이 낮은 사회에서 한 발 삐끗하거나 재수가 없으면 계층 유지는 불가능하다. 길냥이도 비슷하다. 날 때부터 길냥이가 있지 않다. 돌보던 인간의 변심 혹은 상황 변화로 한순간에 집냥이에서 길냥이가 될 수 있다. 신분 격하된 고양이의 삶은 정말... 최악의 경우 가정 교배라고 속인 고양이 생산 공장 직원들에게 붙잡혀서 평생을 새끼 빼는 도구로 이용된다.
길냥이는 먹이를 잡지 못하면 쓰레기 비닐을 뜯어 인간이 남긴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뭘 모르는 인간은 길냥이 주제에 호의호식하는 줄 오해한다. 도둑고양이라고 욕도 한다. 배가 고팠을 뿐인데. 염분 때문에 몸이 부었을 뿐인데. 본능에 따라 흙에 볼일 볼뿐인데 화단에 똥 싼다고 욕먹는다. (물론 이해심 넓은 사람도 많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지만 그들이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금지되어 있다. 위험하다. 뭐든지 다 해볼 수 있다지만 안전한 길, 사회가 제시한 길로 가지 않으면 극렬히 걱정과 거부의 눈초리를 받는 요즘 젊은것들과 닮았다. 원하는 방식대로 움직일 자유를 가졌지만, 그 자유를 펼쳐보기가 어렵다. 어릴 적부터 세뇌당한다. 그거 하면 안 돼, 이거 해야 돼. 이건 자유를 누리라고 준건지, 자유를 누리는 순간 본보기 삼으려고 준 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