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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5개월 나의 괴로움 유발의 주원인이자 경제적 궁핍을 면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일은 인터뷰 글쓰기였다. 프로젝트 팀 두 개를 연달아 맡았다. 하나는 인터뷰 후 글 작성, 두 번째는 인터뷰 후 글 작성과 업로드 및 편집까지.
착수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프로젝트 전체 그림을 파악하기였다. 각 프로젝트의 목표와 의미를 이해하고, 이 속에서 내 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나의 자율성은 어디까지 있는지 이해했다. 불분명한 부분을 파악해 협력자와 의견을 나눴다. 나 혼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체 프로젝트와의 연관성 속에서 이해했다. 마치 유기체처럼. 시계태엽을 잘 굴리기 위한 하나의 나사로서, 나사 자체의 완결성뿐 아니라 태엽과도 잘 맞아떨어져야 했다.
먼저 끝난 일은 '자업자득 스타트업'이라는 서울혁신파크의 프로젝트 팀 인터뷰였다. 자신의 업을 일로 풀어낸다는 개념이 기발했다. 관심사나 평소 활동을 일의 차원으로 발전시킨 5팀을 만났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지 반 정도 지난 시기였다. 각 팀 소개와 그동안 진행 과정을 알려야 했다. 개인적으론 관심사를 '어떻게' 일로 발전시켰는지, 그 과정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 대부분 일 경험은 이미 존재하는 일을 배워 시작한다. 그 일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조직문화도 함께 습득한다. 창업 스토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주목받는다. 스스로 '일'을 만드는 과정은 구체적으로 어떤지, 무엇 때문에 실패하는지에 대한 공유는 적은 편이다. 일의 성격이 바뀜에 따라 함께 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어떻게 바뀌는지, 변화 중 나타난 갈등은 어떻게 조율하는지도 드러내려 했다.
두 번째 인터뷰 대상은 서울시 NPO지원센터 공용공간에 입주한 비영리 활동가/팀이었다. 작년에도 진행된 사업으로 인터뷰를 통해 해당 사업의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작년 인터뷰 글보다 좀 더 인터뷰이 멘트를 정리한 글로 차이를 두려 했다. 내용 면에선 인터뷰이의 활동 목적과 공간 활용 여부를 잘 정리하여, 해당 사업 수준을 넘어 센터 차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데 일조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이 활동을 너무 전문적인 수준으로 물어보는 질문도 나왔다. 다행히 중간에서 사업 관리 매니저님이 조율해주신 덕분에 균형을 잡았다.
센터 인터뷰는 자업자득보다 업무 범위가 넓고, 페이도 더 큰 일이었다. 자연히 협업 과정도 길었고 진행 단계도 자업자득과 조금 달랐다. 직접 네이버 블로그와 오마이뉴스에 업로드, 편집과 수정도 모두 직접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올해도 센터와 입주단체 인터뷰 협업을 진행한다면, 인터뷰 진행 과정에 대해 아래 단계를 제시할 생각이다.
1차 - 질문지를 매니저와 공유 및 수정 논의
2차 - 인터뷰이에게 질문지 공유
3차 - 인터뷰 진행
4차 - 인터뷰 초안 작성(네이버 블로그 버전, 오마이뉴스 버전 두 가지)
5차 - 인터뷰이 공유 및 피드백 반영 수정
*수정 사항은 단어나 문장을 많이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인터뷰어의 자율성이 훼손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실 관계 및 맥락상 너무 짬뽕된 부분만 요청한다.
6차- 네이버 블로그 업로드 후 편집, 오마이뉴스 업로드 후 임시저장
*네이버 블로그 업로드 후 편집 기호를 넣으면 전체 글 복붙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편집은 수정이 모두 완벽히 끝난 다음에 이뤄져야 효율적이다.
7차-6차 결과물 매니저와 공유
8차-ok 컨펌받고 네이버 블로그 공개, 오마이뉴스 편집부 송고
인터뷰는 인터뷰어의 관점으로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글이다. 서로의 개성이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의 개성만 살아선 안 된다. 인터뷰를 의뢰한 기관이 따로 있다면 톱니바퀴는 세 개다.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다. 특히 인터뷰어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인터뷰어는 자신의 관점을 놓치고 단순히 받아치기 기계로 전락한다. 당시 나처럼 여러 고민과 괴로움에 허덕이던 상태라면 위험하다. 다행히 인터뷰이들의 이야기들이 내 관심사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평등, 평화, 수평적 조직문화 등등, 덕분에 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입에서 나온 말을 받아 적을 때, 글로서 아무 이상한 점 없는 인터뷰이는 찾기 어렵다. 문어체와 구어체는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오는 대로 받아 적은 말을 글에 어울리도록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민이 깊었다. 내가 너무 개입하면 인터뷰이의 개성, 말맛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고. 또 다른 고민은 맥락이었다. 인터뷰이가 특정 단어를 꺼내지 않았지만, 맥락상 그 단어를 이어 붙이면 훨씬 문장이 부드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내 개성이 너무 드러난다면 조화롭지 못할 테다. 균형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밤이 이어졌다.
회고를 위해 당시 글을 다시 읽어보니 여러 가지 오류가 눈에 띄었다. 단순한 띄어쓰기와 오타도 분명 존재했고 어색한 문장도 눈에 띄었다. 특히 내 관점에선 너무 자주 나와서 삭제한 단어가, 처음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선 필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터뷰이 답변의 흐름이 잘 이어가도록 신경 썼는데 그러다 보니 짧은 질문에 너무 긴 답변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저러한 고민과 단점을 늘어놨지만 결과적으로 나의 협업자들은 만족한 것 같다. 특히 센터 인터뷰 글은 오마이뉴스 버전으로 포탈 메인에 오르기도(이건 분명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본질을 담은 후킹 한 제목 덕분일 테다), 블로그 버전으로 네이버에 오르기도 했다. 부디 올해에도 이런 일을 맡을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인터뷰 의뢰도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