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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May 28. 2019

우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한국문화를 삭제하면 행복해질까

Photo by Miguel Bruna on Unsplash


“우리 회사 조직 문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리에이터 ㅌㅇ(태용)이 자주 받는 질문이다. 태용을 조직문화 컨설턴트나 연구자로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나, 사실 그는 콘텐츠 제작자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인터뷰하는 영상 콘텐츠를 만든 이로 2030에게 유명하다. 그의 영상 속 한국인들은 대부분 효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워라밸’을 유지한다. 한국에서 일하는 수많은 젊은 한국인들은 영상 속 그들을 부러워한다. 또한 한국의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여러 회사원들이 태용에게 조언을 구한다. 어떻게 해야 우리 조직을 혁신할 수 있는지, 더 높은 효율성을 낼 수 있는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



태용이 1인 크리에이터에서 콘텐츠 제작 집단으로 성장했다는 소식을 듣고 막연히 기대감을 가졌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기업’들을 보고 온 그라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조직 문화를 만들지 않을까. 한 크리에이터 관련 행사에서 우연히 그를 만난 뒤 궁금증도 생겼다. 실리콘밸리와 한국, 양극단을 다녀본 경험을 가진데다, 이제는 스스로 스타트업 대표가 된 그의 눈에 한국의 일 문화는 어떻게 보일까. 3월 말 태용의 회사 근처 선릉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비판적으로 실리콘밸리를 따라 하지 마세요.” 


태용이 조언을 구하는 회사원 대부분한테 전달하는 말이다. 실리콘밸리 문화를 잘못 적용해 상황이 더 악화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는 소프트웨어 분야 지식노동자들이 주도하는 경제 시스템이 굳어진 토양 속에서 수평적이고 효율적인 문화가 생성된 것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제조업 시스템으로 성장한 사회의 시스템과 일 문화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실리콘밸리는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선도하며 경쟁력을 키웠고, 한국은 후발주자의 장점을 살려 앞선 이를 쫓아가며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이미 우리의 몸과 맘에 배어든 한국의 일 문화 자체를 부정할 순 없다. 삭제해도 부작용만 생길 뿐이다.



태용의 눈에 한국은 잠재력은 많지만 출구도 비상구도 막혀 있는 나라다. 기존 산업으로 경제가 성장하기엔 요원하건만, 규제 혹은 보호란 명목 아래 스타트업과 혁신기술 산업이 발전할 길도 막혔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 100개 중 70개는 한국에서 불법이라는 그의 말이 우리 사회의 바로미터다. 이런 현실 속에서 똑똑한 2030은 취업 성공을 위해 다양한 능력을 제거하고 대기업 전용 인간으로 개조되거나, 을사조약이 체결된 방 이름처럼 문제 같지도 않은 공무원 시험 문제를 외워야 한다.



취업에 성공한 뒤는 어떨까? 보상은 적고 헌신을 요구하는 중소기업 혹은 보상은 많으나 창조성 발현이 어려운 대기업에서 요즘 젊은것들은 자기안전감 혹은 자기효능감을 잃고 퇴사를 결심한다. 실리콘밸리에서 퇴사란 구직자가 자신에게 잘 맞는 조직을 찾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하고 경기가 좋지 않은 한국 사회의 2030에게 퇴사는 결심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태용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퇴사 열풍이 부는 이유를 ‘기존 시스템이 미래 세대의 기대나 자아실현에 부응하지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문장으로 정리했지만 이 판단 아래 무수히 많은 복잡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음을 그도, 나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는 고위 관료와 정치인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그도, 나도, 우리 모두 알 수 없다. 




[한겨레칼럼/2030리스펙트] 우리도 행복하게 일 할 수 있을까 / 곽승희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908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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