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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Nov 07. 2017

'방송 정상화' 구호 속 주목받지 못하는 몇 가지

파견직, 비정규, 외주, 열정페이와 갑질이 난무하는 그곳

MBC <뉴스데스크> 파견직 노동자 5분의 파업 지지 선언.  2017년 MBC 파업을 지켜보던 중 일어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들은 “파견업체에서 파견된 비정규직 2년 계약직으로, 제작 거부를 한다는 것은 곧 퇴사를 의미함”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MBC가 정상화됐을 때 저희는 이곳에 돌아올 수 없겠지만, MBC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데 저희의 용기가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9월11일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8일 차 집회, 뉴스 AD 파업 지지 선언. 양세연, 민수지, 신예은, 권혜민, 김푸름)” https://goo.gl/yaL4Js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기자와 PD, 아나운서처럼, 훗날 정상화된 MBC에서 그들이 일 할 수 있을까? 그들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아닐 가능성이 더 클 것이다,


“불이익을 받아 일을 멈추면 언제 기회가 다시 주어질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파업에 뜻을 같이한다.”(파업 지지 성명을 낸 김민정 MBC 프리랜서 리포터) https://goo.gl/5v7dY9


프리랜서 라디오 리포터와 작가 중에서도 80여 명이 공개적으로 파업 지지 의사를 밝혔다. 파업에 참여하고, 노조와 함께했다가 같은 직군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도시괴담이 아니다. 어디서나 ‘찍힌 사람들’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조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리스트가 붙을까. 

(물론 조용히 일하고 있는 제작사나 파견직도 존재하나, 그들에겐 주목하지 않으련다)


MBC 파견직과 비정규 프리랜서가 정규직 파업을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한 9월을 지나, 겨울 초입에 들어섰다.  며칠 전 MBC 정상화를 위한 첫 삽이 떠졌구나 싶은 소식이 들려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새 이사를 선임했다. 이제 방문진은 박근혜 정권 추천 4, 구 야권 추천 3+현 정권 추천 2으로 4:5, 즉 비상식적인 MBC 김장겸 사장을 해임시킬 수 있는 구도로 바뀌었다. 상식적인 선임이었다. 


다른 상상을 해봤다. 두 종류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열정과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이사가 선임됐다면 어땠을까. 언론노조 MBC본부가 추구하는 방송 독립성과 자율성에 공감할 뿐 아니라, MBC본부에 지지 성명을 보낸 비정규직과 파견직이 매일매일 겪는 열정 페이와 과다 노동, 곪아가는 방송계 전반의 후려치기 문제까지. 


나보다 앳되어 보이던 뉴스데스크 AD분들과 내 또래로 보이던 라디오 리포터분들의 얼굴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인사권자였다면 어땠을까. 이 문제가 단지 비정규/정규 일자리 문제가 아닌, 청년 세대가 당면한 현실 중 일어난 사건 중 하나 임을 알 수 있는 그런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불안정한 노동환경을 견디며 사는데 거기다 '정의'의 문제까지, 양 발 모두 흔들리는 땅 위에 서있는 청년 세대의 어려움. 

(방송계는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업계이며, 일 할 사람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상시 열정 페이, 헐값 노동, 과노동이 당연시되기도 한다.)


방문진 이사는 방송문화진흥회법 제6조 4항에 따라 방송에 관한 전문성과 사회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통위가 선임해야 한다. 상식적으로 보이는, 언론에 한 발자국씩 경력을 걸치고 있는 40대 교수와 50대 스타트업 대표 대신 당사자로서 방송계의 복잡한 문제를 잘 아는, 청년세대의 한 사람이 충분히 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 문화적 자본을 이미 성공적으로 얻은 윗 세대 대신, 묵묵히 일했던 청년 당사자가 구조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위치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지금은 2018년이 두 달 남은 2017년 아닌가. 2016년 겨울의 추운 광장에서 ‘어른’들이 감동받았던 청소년, 청년 세대가 주도했던 촛불집회까지 겪은 마당에. 불가능한 희망일까. 

지상파 아침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의 구인 게시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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