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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Jan 01. 2018

양복 벗고 헤엄치기

독립러 이그나이트 파티 참관기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고 깨달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까? 이력서 백 통 넣어 겨우 잡은 일자리인데, 양복 차림으로 헤엄치는 수영선수처럼 불편하다면? 나답게 일하는 방식, 나다움을 되찾고 싶어 질 것이다. 


지난달 말 열린 <독립러 이그나이트 파티>에는 ‘양복 입고 헤엄치던 전직 수영선수’들이 많이 참석했다. 그중 10명은 이그나이트(5분 동안 슬라이드 최대 슬라이드 20장을 이용해 발표하는 형식) 발표자로 나섰다. 맞는 옷을 걸친 그들의 얼굴은 참 좋아 보였다. 


발표자들은 모두 새로운 일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었다. 아이디어 디렉터, 상상력 디자이너, 선물 아티스트, 진로 내비, 도시정원사, 듣는 연구소 대표(2명), 독립 디자이너(2명), 월간퇴사 편집장(저) 등 우리는 새로운 직업과 직함을 만들거나, 기존에 존재하는 일을 조금 비틀어 자신만의 일을 만들었다. 발표 대신 자기소개를 나누어준 참석자들 역시 참신한 시도를 앞두거나 새로운 길을 걷고 싶어 했다.


전반적으로 우리는 ‘나답게 사는 삶’에 무척 관심이 컸다. 타인이 추천한 멋진 직업(모델, 국제무대 활동가 등)이나 일반적인 교육 과정-커리어 패스(기자, 연구원, 영리 기업 회사원 등)에 안주하는 대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나답게 사는 일’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각자만의 메시지를 정리했고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열망이 크다는 것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었다. 

발표 후 두 그룹으로 나뉘어 심화 대화 시간이 열렸다. 내가 속한 그룹에선 발표자에게 심화 질문(인터랙션 디자이너 권님의 연구 주제)을 던지거나, 발표 시간 때문에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특히 독립러 생활 3년 차인 나무영(도시정원사)님과 4년 차인 안다비(아이디어디렉터)님에게 내 관심이 초집중됐다. 이제 독립러 8개월 차에 들어선 내게 두 분의 이야기는 가뭄의 단비(이 표현이 처음이신 분들은 ‘독립러 고충 토로 수다회’ 글도 읽어주시길 )였다. 


두 분은 자신의 활동이 그 자체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부분으로만 연결되는 것에 걱정스러워 보였다. 그럼에도 돈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어떻게 돈을 적게 벌며 나답게 살 수 있는지 본인의 경험을 솔직히 공유했다. 


한 분의 경우, 포기할까도 정말 고민했다고. 하지만 그건 살아있는 삶이 아니었다. 결국 대안을 찾았다.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고 소비도 하지 않으며 기본적인, 숨만 쉬고 사는 삶의 한 달 생활비를 측정했다. 그리고 그만큼 버는 일자리를 구한다면 자신의 일을 지속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분은 현재 자신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 없는 끈기가 느껴졌다. 용기 없이 결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내가 원하는 일의 방식과 삶의 모습을 찾아 그 방법을 실천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며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다. 


8개월 차 초보 독립러로서 나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먼 미래를 생각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안감은 내 바닥에 잠자고 있다. 내가 더 이상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인간이구나를 가장 강하게 느낄 때는 한 달에 한 번 지역 건강보험 8350원을 납부할 때. 자연스럽게 다른 것에 대한 생각도 이어진다. 


언제까지 월급을 받지 않고 자영업자도 아닌, 국민연금도 납부하지 않은 독립러로서 살 수 있을까. 답 없는 생각의 답은 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안감이 예고 없이 치솟아 올라 나를 흔들까 걱정도 된다. 그런 내게 독립러 이그나이트 파티는 내진 설계였다. 


독립활동가의 시대 공식 행사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서울시npo지원센터의 공익 프로그램(미트쉐어)에 선정되어 진행된 단기 프로젝트였다. 우리는 일단은 2018년 3월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때 행사까지는 현재 독립활동가의 시대 운영진 두 분이 힘써주시기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나 역시 그때까지 생존해 있겠지?(?) 


(2017.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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