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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Jan 01. 2018

우리 세대에게 퇴사는 일상 아닐까?

월간퇴사 1호 발간 기념글(2017.10.28)

Photo by hazan aköz ışık from Pexels 


“2017년 초 제가 아직 직장을 다닐 때 일입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다른 직군 동료와 밥을 먹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우리는 이 회사의 분위기와 사람들 성향은 어떤지, 이전에 다닌 회사는 어땠는지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중 가장 즐거웠던 주제는 바로 전 회사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를 괴롭게 만든 회사와 조직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을까. 얼마나 힘들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왜 결국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다양한 사연들을 들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깊이 공감하게 되었지요. 그 겨울의 식사 이후 저는 ‘퇴사’에 꽂혔습니다. 특히 우리의 퇴사 이야기를 수집하고 싶었어요. 재미있지 않을까? 식사 자리의 대화가 매우 즐거웠던 것처럼 말이지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우리 세대에게 퇴사는 일상이고 생활입니다. 직장인이라는 말 대신 ‘퇴사한 사람’과 ‘퇴사할 사람’으로 구분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지요. 퇴사는 그만큼 자주 이야깃거리로 오릅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퇴사는 진지한 대화 소재로서 대우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입사나 이직에 비해 축하를 받지도, 관심을 받지도 못하지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일단 퇴사에는 ‘짠내’가 납니다. 

저는 《월간퇴사》를 우리의 퇴사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자 퇴사론을 공유하는 놀이터로 만들고자 합니다. 몇 번의 퇴사를 경험하고 나면 누구나 자신만의 퇴사론을 갖게 되지요. 퇴사 이유와 그 순간의 감정, 처리 과정과 퇴사 후 적응의 시간까지 사람들마다 똑같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퇴사 횟수가 늘어나면 그 사람의 퇴사론도 함께 진화합니다. 자신의 퇴사론을 세밀하게 되돌아보고,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는 퇴사 과정에서 얻은 상처를 자가 치유하기도 할 테고, 또 누군가는 평생의 이정표가 될 삶의 교훈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원하는 일의 환경이나 조직의 모습을 구체화할 수도 있겠지요. 

《월간퇴사》를 회사의 인사권자나 조직문화를 디자인하는 직군 종사자들에게 익명으로 선물해보면 어떨까요. 그분들이 가진 ‘사람들이 왜 이렇게 퇴사를 많이 할까’라는 의문의 힌트를 얻는 데, 그리고 ‘퇴사하지 않고 행복하게 일하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라는 고민의 해답을 찾는 데 작은 도움이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후략)”

#월간퇴사 1호에 들어가는 유일한 내 글, ‘퇴사론을 공유하는 우리만의 놀이터’ 중 발췌한 내용이다. 나름 개념을 정리하려 애썼는데 몇 개월 지난 지금 봐도 뭔가 좀 어설프다.^^; 퇴사론이 무엇인지 설명도 충분히 못 드린, 어딘가 똑띠나지 못한 나를 믿고 흔쾌히 글을 기고해주신 필자 13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ㅎㅎ

13인의 퇴사론이 담긴 글을 읽으며 여러 번 마음이 움직였다. 글 속에 담긴 그 시점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어깨를 토닥여주고 싶기도, 함께 화내거나, 같이 고민하고 싶었다. 분명 좋은, 긍정적인 내용만 있는 게 아닌데도 글이 왜 하나같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지… 아마 솔직함 때문이 아닐까?

필자들에게 요청한 것은 단순했다. ‘솔직하고,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써달라고. 물론 필자들 나름 감추거나 검열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솔직함이 자연스레 묻어났다. 그중에는 자연스레 퇴사를 성찰과 통찰의 기회로 삼은 글도 있다. 

아쉬운 점은 없다. 필자는 물론 출판사와 편집자 모두 함께 잘 뛰어주셔서 체력 0에 약골인 내가 여기까지 걸었다. 바라는 점은 책이 잘 팔려서, 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수익을 드릴 수 있으면!… 책은 현재 e북으로 구매해서 읽을 수 있다. 



사족1. 첫 문단에 나온 그 분은 내가 퇴사하고 얼마 후 퇴사를 하셨다(그날의 대화는 운명이었던 것인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신이 주도하는 일을 시작하셨고 1호 작업에도 참여하셨다. 로아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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