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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호 Jul 12. 2018

지식교육과 소프트 스킬의 조화

  학교교육은 교실에서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수업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수업은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 내용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교과서를 주된 매체로 한다. 교과서 내용은 기초적인 지식과 기본적인 개념들이 반복 또는 보충적으로 제시되면서 점차 높은 수준의 지식으로 확산된다. 수업 과정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기본적인 지식 확보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교육내용에 적합한 교수기법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새로운 내용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수업 과정에서 교사들은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이해시키고, 중요한 사항이나 원리들에 대해서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 등 상위 단계의 학습에서 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암기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지식교육을 중시하는 학교교육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이와 함께 학교교육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인성교육도 중시하여 수업 중에는 학습 주제 관련으로 조금씩, 그리고 학교행사나 생활지도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기대하는 학교교육의 모습은 좀 다른 것 같다. 교과서 중심의 체계적인 지식교육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중요한 개념과 원리를 암기시켜서라도 확고하게 주입시키려고 노력하는 교사들에 대해서 21세기 지식사회를 대비한 인재육성 방향과 역행하는 입시위주 교육을 한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보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지식교육 대신 창의력과 인성교육, 줄여서 창의교육만 오로지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일상적인 학교교육에 대한 비판들은 세계적인 저명인사들의 언급에서 비롯된 것이 대부분이기에 많은 사람들은 확신을 갖고 비판 분위기에 동조하는 것 같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이며 뉴욕대 법학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엘빈 토플러는 2006년 한국을 방문하여 창의적인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의 초·중·고교 지식교육을 비판하면서 창의력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학교 지식교육을 비판하는 근거가 된 또 다른 사례는 취업난 시대에 학교교육에서 취업에 필요한 소프트 스킬(soft skills)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라고 여겨진다.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에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르치는 페기 클라우스의 저서 <The Hard Truth About Soft Skills(소프트 스킬에 대한 불편한 진실)>가 2009년에 번역서 <소프트 스킬 : 부드럽게 이겨라>로 출간된 후 우리 교육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매우 높아졌다. 취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리고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기술을 뜻하는 하드 스킬보다 자기관리, 인간관계, 의사소통, 리더십 등을 뜻하는 소프트 스킬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소프트 스킬을 교육시키지 못하면 지식교육은 취업이나 직장생활의 성공에서 무용지물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까지 나타났다.

  앞의 비판 사례들은 대학이나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습득이 주된 책임인 보통교육과 전공 영역의 학문 탐구를 통한 취업 준비를 담당하는 대학교육을 구분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법학대학원이나 경영대학원 수준의 학생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을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도 구분 없이 교육이라는 동일 범주에서 비판한 것들이다. 이들 학자들의 학교교육 비판 의견을 전달했던 언론이나 이를 뉴스로 접한 일반 사람들은 그들이 한국의 초·중등 교육을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 지식 위주 교육 자체를 자연스럽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엘빈 토플러는 기본적인 지식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으며, 페기 클라우수는 하드 스킬이 필요조건으로 가장 중요하지만 충분조건이 아니기에 소프트 스킬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의 관계에 대한 논의들 중에는 소프트 스킬을 향상하기 위해 하드 스킬이 필요하며, 초·중·고에서 중점적으로 지도하는 지식인 기본적인 언어 능력과 계산 능력은 소프트 스킬 향상에 필수적이라는 언급도 했다. 학교교육에서 지식교육이 중요하지 않다거나 심지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참고해야 할 관점이라고 여겨진다.

  오늘날 학교교육에 대한 논의와 정책 방향에서 지식교육은 경시되고 상대적으로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인성교육 중심의 소프트 스킬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도 많다. 어떻든 기본적인 지식의 기반 위에서 창의력과 소프트 기술은 효과적으로 길러질 수 있다. 21세기 혁신과 4차 산업혁명의 광풍 속에서도 기본적인 지식교육만큼은 초·중·고에서 책임져야 한다는 교육적 신념으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비판받지 않고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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