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년을 맞이하면서 청소년들은 새로운 희망으로 많이 설레었을 것이다.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친구, 새로운 교과서, 그리고 신입생의 경우 새로운 학교까지 온통 새로운 만남 속에서 희망을 키우고자 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듯이 새 학년의 청소년들에게도 새로움에서 비롯된 설렘이나 희망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특히, 5월 초가 되면 많은 학생들은 희망이 갑자기 약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이번 주에 실시하는 1학기 중간고사 결과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서도 기대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학교문화에 대하여, 그리고 선생님들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갈등 요인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공부 자체에 대한 희망도 마찬가지로 약화되어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학교교육과 공부에 관한 청소년들의 견해는 희망적이지 않은 것처럼 나타나고 있다. 국내 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한다는 통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더욱이 그 이유는 ‘학업성적 스트레스’(41.8%), ‘재미없는 학교생활’(22.1%) 등 대부분 공부 부담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3년 전에 교육부가 주관하여 전국의 초·중·고 500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성교육 관련 설문조사에서 학생 3만 1천364명이 응답한 결과이다.
교사들도 학생들과의 상담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고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서 공부 스트레스를 받는다기보다는 공부는 하고 싶지만 열심히 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수업내용 때문에 공부 재미를 느낄 수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학교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낮은 만족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더 중요하다면서 학교교육의 두 축을 상대화시키거나, 심지어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업 이외의 재미있는 활동들을 다양하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희망을 키워주는 지식교육이 약화된 학교에서 어떠한 인성교육이나 특별 프로그램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희망을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매년 5월이 되면 청소년들에게 놀이 시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온다.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위험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과제가 놀이 정책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학생들은 근본적으로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가장 하고 싶은 것이 공부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에서 성공하고 싶어 하듯 공부를 직업으로 가진 모든 학생들도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 상위권이든 하위권이든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똑같다. 상위권은 잘하고 있지만 계속 잘하고 싶고, 중위권은 더 잘하고 싶고, 하위권은 한 번이라도 잘해보고 싶어 한다.
하루의 일과가 공부이며 공부하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으면서 생활하기 때문에 공부에 지겨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잘하고 싶은 생각에 비해 실제로 공부 잘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공부를 해도 생각보다 성적이 오르지 않기 때문에 공부를 싫어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들이기에 공부를 하면서 알아가는 재미는 그들에게 어떤 오락보다도 더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학생 개인에 따라 그 필요는 다를 것이다. 개인별 지적 수준, 학습동기와 학습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일 것이다. 학생들이 근본적으로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면 교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학습하는 방법을 깨우쳐 주면서 격려와 인정을 해주는 일이다. 현재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인정해 줄 때 학생들은 공부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게 될 것이다.
진심으로 공부하기 싫은 아이가 있을까? 잘 놀게 해주는 학교,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만이 정말 좋을까? 공부하고 싶지만 잘 안되니 부모님과 선생님께서 인정하고 도와주기를 바라는 아이만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아이들은 어려우면 공부할 필요 없다는 포기의 단어보다 한번 힘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는 긍정의 관점을 더 필요로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