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 서론
2. 독서교육의 현 단계 분석
3. 독서교육의 새로운 관점
3.1 한 학기 한 권 읽기 : 다독에서 정독으로
3.2 교과독서 중시 : 국어과 중심에서 모든 교과 적용으로
4. 학력 저하 실태와 문해력 : 교수 학습 곤란 초래
4.1 학력 저하 실태 : 한국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인가
4.2 학력 저하 원인 : 문해력 위기
5. 문해력 대책
5.1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 이해
5.2 국어사전 활용 필요성
6. 정리
1. 서론
모든 사회조직에는 필수 요소로서 목적과 구성원이 있다. 교육조직에도 교수-학습이라는 목적이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성원으로서 교원과 행정직원 등 교육공동체가 있다. 교수-학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교육전문가들은 교육과정을 만들고, 교육자들은 다양한 교수-학습 이론과 방법을 연구하면서 실천하고 있다.
교수-학습은 교육과정 내용을 교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우는 것이다.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교육과정은 교과와 비교과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표현으로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다. 그래서 학교교육의 두 축을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이라고 한다. 이 둘은 중요도 측면에서 서로 배타적이거나 우선순위로 구분되지 않아야 한다. 이 두 축은 상보적이기에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지식교육이 약화된 상태에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인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지식은 비교육적이기 때문이다.
독서교육은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기에 오래전부터 그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특히, 20여 년 전인 2002년부터 시작된 학교도서관 현대화 사업을 통해서, 그리고 10여 년 전인 2011년부터 시작된 독서활성화 방안을 통해서 독서교육은 환경 조성과 내용 및 방법 면에서 크게 발전되었다. 교과 측면의 지식교육에서 보면 독서·토론, 독서·논술, 독서·토론·글쓰기 교육 등으로 심화되었고, 비교과 측면의 인성교육에서는 독서·인문, 독서·교양, 독서·인문·소양 교육 등으로 점차 확대되었다.
이러한 10년, 20년 동안의 심화와 확대 과정을 통해 독서교육은 계속 발전했을까?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독서활동에 참여하는 문화가 조성되어 있을까? 모든 교사가 자신이 담당하는 교과와 비교과 활동에서 적극적으로 독서교육을 인식하면서 실천하고 있을까? 오히려, 독서교육을 수업이나 업무 추진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추가 부담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서교육에 무관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교내 독서교육 연찬에도 소극적으로 참여할지도 모른다. 오늘의 독서인문교육 역량 강화 연찬회에 참석한 관리자 및 담당자들도 독서교육 효과에 대한 의문과 본인들의 역할 수행에 회의감을 갖고 참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교육부 차원의 독서교육은 인성교육 중시에서 나아가 지식교육 영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물론 기존의 독서인문교육에 대한 전면 부정이나 약화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이에 교육청과 학교는 독서교육 정책 전환의 의미를 분석하여 지역과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효과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독서교육을 수업 측면에서 국어과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에 적용하고, 인성교육뿐만 아니라 학력향상 방안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본 글에서는 독서교육 정책의 현단계를 검토하고, 새롭게 대두된 관련 교육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분석하고자 한다. 아울러 모든 교과에서 수업에 독서교육을 접목시키고 학력을 향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이로써 모든 수업에서 이뤄지는 독서교육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수업참여, 문해력, 그리고 학력 수준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우리 학생들이 향상된 문해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좋은 책을 찾아 읽음으로써 인성, 교양과 소양을 함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 독서교육의 현단계 분석
독서는 생활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고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형성하는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개인의 지적, 정의적 성장의 도구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독서는 글을 읽는 지적 행위로써 개인의 학습능력을 발달시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의적 체험을 통해 바람직한 심성을 계발시키고, 나아가 종합적인 측면에서 창의적 사고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유용한 활동이다.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자아와 인격을 형성하는 청소년기에 초·중등학교에서는 독서 분위기 조성, 독서능력 배양 등을 통해 모든 학생들이 평생 독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2000년을 전후하여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학교 독서교육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의지가 강화되었다. 2002년 학교도서관 현대화에 중점을 둔 <학교도서관 활성화 종합방안>, 2008년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3차에 걸쳐 계속된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계획>, 2011학년도부터 2018학년도까지 매년 제시된 <초·중등 독서활성화 방안>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초·중등 독서활성화 방안(2018년 초·중등 독서교육 및 인문소양교육 활성화 계획으로 제시)은 학교도서관 진흥계획에 비해 추진 내용 측면에서 교육과정, 교수-학습과의 연계를 구체화한 것이다. 주요 추진사업은 정규 교과와 연계한 독서활동 활성화, 교과별 독서연계 수업 모델 개발 보급, 사제동행 독서 동아리 지원, 교사와 학부모의 독서교육 역량 강화, 독서 친화적 환경 조성, 독서교육 종합 지원 시스템 구축 운영 등이었다.
교육부는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입시 수단화하거나 행정적으로 독서교육 추진 계획을 보고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2007년의 <대학입학 제도 개선안>을 통해 학생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과 독서실적을 누가적으로 기록해 이를 대입에 반영했다. 2018년까지 각 시·도교육청에 기존 운영 사업 및 향후 조치 계획을 매년 제출토록 하여 시·도교육청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독서교육을 추진하도록 유도하였다.
2019년 이후 기존의 독서·인문·토론 교육은 정책추진 체계에 있어서 상당히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부의 교육과정 관련 독서교육 지침인 <초·중등 독서활성화 방안>은 2018년까지 제시되었다가 중단되었으며, 2019년 이후 학교도서관 운영 중심의 <제3차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 포함하여 5개년 계획 첫해에만 제시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독서교육 및 인문소양교육 활성화 계획을 더 이상 보고 받지 않고 있으나, 시·도교육청들은 관례에 따라 매 학년도 <독서안문교육 활성화 계획>(전남, 강원), <독서·인문·토론·글쓰기 기본 계획>(전북), <학교 독서교육 및 도서관 운영 기본 계획>(경기) 등을 수립하여 학교에 제시하고 있다.
3. 독서교육의 새로운 관점
3.1 한 학기 한 권 읽기 : 다독에서 정독으로
2015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 내용 상의 특징적 변화는 한글교육과 독서교육 강화라 할 수 있다. 초 1~2학년 시기에 한글교육을 이전 27차시에서 68시간(45차시 이상)으로 추가 확보하고, 초3부터 고3까지 매년 10차시 이상 배분하여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을 수업 시간 중에 읽을 수 있도록 독서활동을 강조하고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는 한 권의 온전한 책을 국어수업 시간에 읽고(讀) 생각을 나누고(討) 쓰는(論) 통합적인 독서활동을 말한다. 이것은 그간의 학교 독서교육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 도입되었다. 교육부는 ‘학교 독서교육 및 도서관 활성화 방안(2009)’과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2011)’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독서교육 정책을 추진하였지만, 이러한 정부의 독서교육 정책은 오히려 학교 교육과정과 분리되어 독서교육의 개념과 정책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한계에 직면했다고 보았다(김주환, 이순영 2014, p.53-63). 그리고 학교 현장의 주된 독서 운동이 독서 과정이나 내용 중심이 아닌 양적 측면의 다독, 독후활동 중심, 독서의 수단화 및 과외 활동화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김명순 2012, p.73-80). 이러한 독서활동은 교과시간 이외의 주로 아침독서나 방과 후 독서, 학교 독서 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독서교육학자인 고려대 이순영 교수(2015, p. 39)는 독서교육의 기본적인 목적을 독해력을 갖춘 능동적인 독자의 육성이고, 독서교육의 핵심과제를 독해력으로 분석했다. 독해력을 갖추고 있어야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고,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다. 다른 독자와 적극적으로 독서 경험을 나누는 일은 독자가 일정 수준의 독해력을 갖추고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순영 교수는 기존의 독서교육이 지나치게 독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관적인 반응을 공유하는 데 집중된 것이 독해력을 약화시킨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텍스트 독해에 근거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감상을 나누는 것이나 토론하는 것은 공허한 독후활동이 되기 쉽다고 비판했다. 독해력을 강조한 이순영 교수를 비롯하여 최근 독서교육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주제는 ‘슬로우 리딩(꼼꼼하게 읽기, slow reading)’이다. 꼼꼼하게 읽기는 독자가 텍스트에 주의를 집중하여 명시적인 정보를 확인하고, 논리적인 추론을 전개하여 텍스트 전체의 의미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정교한 읽기를 의미한다. 슬로우 리딩은 ‘자세히 읽기’나 ‘미시적 읽기’로도 명명된다.
슬로우 리딩은 다독을 하지만 읽은 책의 내용을 모르는 학생들, 그리고 독서를 점차 지겹게 여기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나온 하나의 대안이다. 슬로우 리딩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정책으로 정착되었고, 미국에서는 교과독서(content area reading)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한 권의 온전한 책 읽기는 ‘슬로우 리딩’ 연구를 통해 이론화된 만큼 그 기법을 활용한다. ‘슬로우 리딩’은 책 한 권을 가지고 다양한 조사학습과 체험으로 이루어지는 독서교육 방법으로 책 속에 나오는 단어에 주목하고, 어휘를 확장하기 위해 사전을 찾고 사료를 참고하면서 책 속 인물의 행동과 생각과 판단에 대해 토론하고 책과 관련된 글쓰기 등의 활동을 한다.
용인시의 성서초등학교는 슬로우 리딩으로 유명한 학교다. 성서초의 슬로우 리딩 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바로 그 자리에서 사전을 찾도록 권장하고 훈련한다. 상서초는 슬로우 리딩으로 사전을 활용한 어휘력 강화 결과 사고하는 태도와 토론능력이 향상되었고, 수업참여도가 높아졌으며, 점차 두꺼운 책을 끈질기게 읽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보고했다(정영미, 슬로우 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대구광역시 교육연수원, 2017.12.18.)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들에서도 어휘력 저하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책을 읽고 이해하려면 모르는 단어가 ‘10% 이하’ 정도이어야 하나, 많은 학생들이 교과서나 교양도서를 읽을 때 너무 많은 어휘를 몰라 학습과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된다는 뜻이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 학기 한 권 읽기’ 추진이 곤란한 이유를 자유기입식으로 제시하도록 한 결과, 그들은 ‘책에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매우 높았다(이경화, 2019). 고등학생 대상으로 ‘한 한기 한 권 읽기’ 적용이 곤란한 이유를 질문한 결과 ‘책을 읽어도 책 내용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더 읽기 싫어짐’으로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다(성윤재, 2020).
3.2. 교과독서 중시 : 국어과 중심에서 모든 교과 적용으로
학교 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는 위기론이 제기될 때마다 정책 입안자들과 교육 연구가들은 독서교육에 주목해 왔다. 과거에는 문맹 퇴치와 같은 기초 문해력 습득(예: 글 깨치기, 읽기 학습 Learning to read)이나 교양 독서가 독서 교육의 핵심이었다. 학교교육에서 글을 읽을 줄 아는 기초 문해력 단계는 초등학교 1∼2학년 시기에 해당한다. 기초 문해력을 습득한 후에는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글을 읽을 뿐만 아니라 의미를 이해하는 학습독서 단계(예: 독해, 학습을 위한 독서 Reading to learn)로 발전한다. 학교교육에서 글을 이해할 수 있는 학습독서 단계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의 시기에 해당하며, 국어과에서 주로 담당한다. 최근에는 학교 독서교육에서 국어과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교과 교사가 담당하는 교과독서(content area reading)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순영, 2012).
교과독서는 말 그대로 개별 교과의 내용 학습과 연계된 독서 활동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수학, 과학, 사회, 가정, 예술 수업에서 교과 내용과 연관된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확장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교과 독서는 교과별로 학습 수준이 심화되는 중등의 교사와 학생들에게 더욱 중요한 활동이다. 최근에는 교과독서와 함께 교과 관련 문해력을 의미하는 교과 문해력(content area literacy)이라는 용어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독서를 국어과에서 담당하는 교육 내용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때 독서의 대상은 소설이나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인 경우가 많았고, 독서의 목적도 작품 감상이나 인성 함양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독서를 매우 편협하게 이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독서는 근본적으로 텍스트에서 의미(지식)를 구성하는 고도의 사고 작용으로, 모든 독서 활동은 일종의 지식 습득(학습)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교과, 특히 내용교과의 학습은 독서를 통해 이루어진다. 독서 능력은 곧 학습 능력이기 때문에 적절한 독서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학습자는 학습 부진을 거쳐 학습 장애를 경험할 위험이 커진다. 학교 교육에서 독서를 강조하는 것도 바로 독서가 각 교과 학습에 미치는 결정적인 영향력 때문이다(이순영, 2012).
독서교육 담당자와 실행자가 사서교사나 국어교사인 현재의 상황에서 교과독서는 생소한 용어이지만, 교육부는 모든 교과담당 교사가 독서교육을 실천해야 한다는 지침을 이미 제시했었다. 교육부는 2011년 7월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였는데, 이 정책에 제시된 독서교육 관련 다섯 가지 내용 중 그 첫 번째 항목이 ‘학교생활 속 독서교육 강화 : 정규 교과와 연계된 독서활동 활성화’, 즉 교과 독서이다. ‘초·중등 독서 활성화 방안’에서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이 정책의 핵심이 1) 국어 교과에서는 독서활동의 강화(실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확보와 독서 활동 지원), 2) 타 교과에서는 교과 내용(주제)과 연계하여 교과 독서·토론 활동 강조임을 알 수 있다.
전남교육청에서 2012년부터 역점시책으로 추진했던 교과별 독서토론수업 활성화 시책, 경기도의 교과 연계 토론·논술수업 계획도 외형적으로는 교과독서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교과독서는 본래 교과서 내용 이해도와 교과별 학력을 높이는 것을 1차 과제로 하지만 전남과 경기에서 모두 교과 내용 이해보다는 찬반 대립토론 등 토론능력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모든 교과에서 수업시수의 10% 내외를 독서토론수업으로 진행함으로써 교과 진도에 상당한 차질을 초래했고, 교사들의 부담도 무척 컸다. 그러한 문제들 때문에 결국 교과독서로 정착되지 못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표방하고 있는 인문학적 소양에 따른 2018년 교육부의 ‘초·중등 독서교육 및 인문소양교육 활성화 계획’을 기반으로 추진된 전남의 독서인문교육도 교과독서의 본래 의미를 살려내지 못한 상태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교과독서와 관련하여 타 교과에서는 국어과에서 학습독서를 지도하면 독서능력이 해당 교과학습에 전이된다는 전제에 따라 따로 읽기나 독해 기능을 지도하지 않는다. 교과학습 시간에 학생들이 책을 읽고 이해하지 못하여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경우에 이에 대한 지도나 접근에 대해선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고, 독서지도가 각 교과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내용교과의 교사들은 가르쳐야 할 내용이 산적해 있는데 독서까지 지도해야 한다면 지나치게 학습량이 많아진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국어과에서는 학습독서 지도에 소홀하다. 국어교과와 타 교과 간의 일련의 ‘책임공방’으로 인해 실제로는 어떤 교과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에게 학습독서 지도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경화, 2005).
교사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일반적인 학습용어들과 자신들이 수업 중에 사용하는 어휘들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해하리라는 전제 하에 수업을 진행한다. 그러나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학습용어의 상당한 부분을 학생들의 대부분이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 왜냐하면 교사들은 다년간의 사회경험과 전공분야의 공부를 통해서 의식 수준이나 언어 수준이 학생들에 비하여 아주 높은 수준이지만 이와 같은 사실을 수업 중에 무의식적으로 망각하기 쉽다.
교과서에서 사용되고 있는 학습용어들 가운데는 그 형성과정부터 학생들의 실제생활과 관련이 적은 전문용어이거나 외래어, 한자어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 교사들은 학습용어의 사용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과 관련 학업성취도 향상과 어휘력에 관한 연구 결과들은 학생들이 교과서의 학습내용을 구성하는 텍스트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교과학습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휘력이 약한 학생들을 보면서 많은 교사들은 그러한 상황에 대해 개탄해 마지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중학교 교사들 사이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다. “초등학교에서는 뭐 하는지 모르겠어. 그런 상태로 어떻게 중학교 진학을 시킬 수 있나” 하면서 심각성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처럼 비난한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교육부의 학력향상 시책 중 하나인 ‘모든 교사의 독서교사화(Every teacher is a reading teacher)'는 국어과 이외의 모든 교과담당 교사들도 자신의 전공 영역뿐만 아니라 일반 어휘 지도, 독해지도 등에 대해서도 관심과 지도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추진된 것이다(Lattimer, 2010). ’모든 교사의 독서교사화’ 시책이 대두된 배경이 우리의 현실과 유사하다는 점을 인식하여 중․고교 단계에서 모든 교과담당 교사들이 비난과 책임회피가 아닌 기본적인 일반 어휘나 교과 관련 개념 지도에 적극성을 보여야 할 때라고 여겨진다.
4. 학력 저하 실태와 문해력 : 교수-학습 곤란 초래
4.1 학력 저하 실태 : 한국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인가
독서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게 일기 시작했던 20여 년 전과 현재의 한국교육은 학력수준 면에서 매우 차이가 크다. 교육비전 2002를 발표할 당시 우리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래서 지식교육은 이제 걱정 없으니 인성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였다. 그즈음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TIMSS)에서 한국은 1∼2위,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에 이은 2위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학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으며, 독서교육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해력 위기 현상이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반의 과제로 전개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우리 학생들의 학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았던 과거와 달리 최근 급격하게 추락했다. 2018년 PISA 결과(교육부 보도자료, 2019.12.04.)는 읽기 9위, 수학 7위, 과학 7위이다. 더욱더 문제가 심각한 것은 하위권 학생들이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은 전체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국가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다. 2015 PISA 결과를 보면 최하위 1수준 학생들의 비율이 2012 PISA 결과와 비교해 국어는 7.6%에서 13.6%로, 수학은 9.1%에서 15.4%로, 과학은 6.7%에서 14.4%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8년 결과에서 읽기는 15.1%로 직전에 비해 1.5% 증가, 수학은 15.0%로 0.4% 감소, 과학은 14.2%로 0.2% 감소하였다. 아래의 그래프는 OECD에서 제시한 자료들(PISA 2018 통찰과 해석 Insights and Interpretations, Korea-Country Note-PISA 2018 Results)이며, 우리나라 학생들의 읽기 영역 평균 성적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단순 하락 추세(steadily negative)가 아니라 하락 정도가 심화되고 있는 추세(incleasingly negative)로 심각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독해, 수학, 과학 세 영역에서 학락 정도가 심화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4.2 학력 저하 원인 : 문해력 위기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과정은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교과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며 반응과 행동을 이끌어내서 학습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며, 학생들은 언어적 반응을 통해 개념을 습득하고 인지를 발달시키게 된다. 따라서 교사, 교과서, 학생 간의 의사소통과 언어 이해 정도가 교실수업의 성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이 교과 관련 주요 개념이 아닌 기본적인 어휘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수업을 하기 어렵고 학업성취도도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즉, 교사들은 일상적으로 흔히 사용하는 쉬운 어휘들의 경우 학생들이 당연히 알 것으로 전제하고 수업을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그 뜻을 물어 당황하기도 하고 심지어 수업이 이미 지나가고 난 다음에야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교실 상황에서 볼 때 학생들의 학력수준은 이렇듯 기초 어휘력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교육과정이나 수업 방법에 관한 정책들은 지식보다는 역량을 가르쳐야 하고, 교사가 지도하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 형식의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현재의 학생들이 직업생활을 하게 될 미래사회를 대비하여 지식과 정보의 단순 축적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관점에서다.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하지만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점차 증가하고, 그들의 가장 큰 어려움이 수업용어 이해 부족일 수 있다는 관점에서 그 원인과 대책을 찾아보고자 한다.
수업의 3요소는 주체인 교사, 객체인 학생, 매개체인 교과서로 구분된다. 수업의 3 요소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학교교육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학생들이 교사의 수업을 통해 교과서 내용을 잘 이해한다면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교육의 성취수준에 모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과서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비판이 많고, 수업내용을 알아듣지 못해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 또한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소정의 수업시수로 소정의 교과진도를 나가야 하기 때문에 뒤쳐지는 학생을 위해 충분히 보충해 줄 시간이 없다.
학생들의 어휘력 저하 문제가 가끔 보도되면서 우리의 국어교육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반에서 10등 안에 드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문외한(門外漢 : 어떤 일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을 ‘무뇌한’이라고 쓰기에 ‘대체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알고나 썼니?’라고 했더니, ‘무뇌아처럼 뇌가 없는 사람이란 거 아니에요’라고 되묻더란 이야기가 있었다.
교과관련 어휘의 이해 수준에 관한 연구에서도 학생들의 낮은 어휘력 문제가 학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정우 외(2007)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사회교과서 일반사회 영역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20개를 추출하여 학생들의 어휘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어떤 단어를 자주 들어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스스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진우 외(2007)는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과학(지구과학) 용어들이 대부분 한자나 영어로 기술되어 있어 학생들이 학습용어의 개념은 물론 용어 자체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과학 학습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들은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이다’라는 문장을 제시했을 때 [상온]을 [평상시 온도(常溫)]로 해석한 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34.8%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학생들은 [높은 온도(上]溫라]고 답하였다.
몇 년 전 주간조선(2016.04.25.)은 커버스토리로 ‘빈어증(貧語症)’을 다뤘다. 부제는 <어휘력 부족이 사고력 부족으로, 고교 교실서도 “관행이 무슨 뜻이에요?”>로 되어 있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해당 글의 전반부 일부를 그대로 싣는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는 40대 여교사 전 모 씨는 수업을 진행하기가 힘들다. 영어가 아니라 국어가 문제다. ‘offset’의 뜻을 ‘상쇄하다’로 해석해 줬더니, 학생 대부분이 ‘상쇄’의 뜻을 몰랐기 때문이다. 전 씨는 ‘상쇄하다’의 뜻을 한참 동안 설명해야 했다. 같은 학교 국어교사도 비슷한 상황. 영어교사가 수업 진행의 애로점을 털어놓자 국어교사는 “‘주옥같은 글’에서 ‘주옥’의 뜻을 대부분 몰라서 한참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전 씨는 “사자성어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어휘를 몰라 난감할 때가 많다”며 “영어시간에 국어 단어의 뜻을 설명하느라 상당 시간을 할애한다”라고 했다.
일반고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서울 성북구의 A고등학교 영어교사의 말이다. “고3 영어 지문에는 깊이 있는 내용이 꽤 나온다. 생각하면서 영어 읽기를 해야 하는데, 생각하며 읽기는커녕 단어에 해당하는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 지문을 해석해 줬는데도 이해를 못 하는 거다. ‘기인한다’ ‘본질적’ ‘관행’ ‘임의의’를 모르는 학생도 상당수다. 아이들이 거침없이 ‘그게 뭔 소리예요?’라고 물으면 숨이 턱 막힌다. 이런 기본적인 어휘를 모르니 수업을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힘들다.”
서울 마포구 B고등학교의 과학교사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과학책에는 한자어가 많기 때문에 단어 설명에 애를 먹는다. 물질의 상태변화 하나만 해도 ‘승화’, ‘기화’, ‘액화’, ‘용해’, ‘용융’, ‘융해’등 한자어를 기본으로 하는 단어 투성이다.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느라 학생들이 책을 잘 읽지 않은 데다 영어와 수학 공부에만 매달려 국어 공부를 소홀히 하다 보니 전 과목에 걸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학생들의 어휘력 부족은 당연히 학력부진, 특히 기초․기본 학력 부진과 직결된다. 또한 독서교육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독서나 토론은 문해력, 독해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 때 가능하다.
5. 문해력 대책
5.1 한글과 한국어의 차이 이해
세종대왕께서 똑똑한 사람은 한나절에, 좀 아둔한 사람도 10일이면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글자가 한글이라고 말씀하셨듯이 세상에서 가장 쉽고 과학적인 글자가 한글이다. 한글 덕분에 대한민국은 문맹국에서 탈출해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등 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빠르게 그리고 수준 높게 발전했다고 확신한다. 한글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한글을 어려움 없이 의사소통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글 자체를 의사소통의 도구인 국어라고 할 수 없다. 한글은 28개의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영어의 알파벳(Alphabet)과 같다. 자음과 모음은 합쳐져서 하나의 글자를 만들고, 글자들이 모아져 단어로, 단어들이 모아져 문장과 문단으로 그리고 하나의 언어로 확장된다. 여기서 한글은 첫 번째 단계인 자음과 모음이 만든 하나의 글자를 뜻하며, 국어는 단어, 문장 그리고 문단을 포함한 완성된 글 전체를 뜻한다.
한글을 안다는 것과 한국어를 아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미국 외교관 양성 과정에서 한국어는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분류되어 있다(https://www.state.gov/m/fsi/sls/c78549.htm). 미국 국무부 소속 외교연구원(FSI : Foreign Service Institute)은 70년 동안 65개 언어 지도 연구를 통해 한국어와 함께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를 ‘가장 어려운 언어’(Super Hard Language)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한글은 가장 쉬운 글자지만, 한국어는 가장 어려운 언어라는 뜻이다. 소리글자인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해서 한글로 만들어져 각각의 개념을 가진 한국어 단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어의 뜻을 알고, 단어가 모여서 만들어진 문장이나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읽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닌 새로운 개념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말의 70%, 수업용어의 90% 정도가 한자어에서 나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5.2 국어사전 활용의 필요성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기나긴 학업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일까? 중3이나 고3, 아니면 대학 4학년일까? 관련 학자들은 초등학교 3학년 시기라고 답한다. 초등 3학년 때의 읽기 또는 독해능력 수준이 이후의 학교 공부와 사회생활의 성공 여부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초등 3학년 시기의 읽기능력이 중요하다는 근거는 다양하다. 초등 1~2학년 시기는 글자와 소리의 관계를 인식하여 단어를 읽고 발음하는 것을 배우는 ‘읽기 학습’(learning to read) 또는 기초 문해력 단계이다. 단어를 배우더라도 사람, 책상 등 대부분 일상생활과 관련된 구체적인 개념어들이다. 초등 3학년부터는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의미를 이해하는 ‘학습독서’(reading to learn) 단계에 진입한다. 이때부터 배우고 확인해야 할 단어는 친척, 파충류, 예각, 둔각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개념어나 추상적인 단어들이다.
초등 1~2학년 시기엔 일상생활에 필요한 5,000개 정도의 단어만으로 의사소통하고 교과서의 어휘수도 그 정도로 한정된다. 3학년 시기에는 사회와 과학 등 세분된 교과를 배우기 시작할 뿐만 아니라 교과서 어휘수도 2학년까지 습득한 단어의 2배인 9,000여 개로 급증하고, 4학년 때는 12,000여 개 등으로 계속 증가한다. 이렇게 어휘 학습 면에서 부담이 큰 3학년 시기에 어휘력이 뒤처지면 4학년 때 학습 슬럼프에 빠지게 되고, 나아가 학습동기 저하는 물론 독서 자체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뉴욕시립대 사회학과 교수인 도널드 헤르난데즈(Donald Hernandez)는 2011년 미국교육학회 발표 논문에서 초등학교 3학년 시기가 이후의 학습 성패의 큰 흐름을 시작하는 변곡점(pivot point)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초등 3학년 때 읽기능력인 독해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19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비율(16%)은 다른 읽기능력 우수학생들이 탈락하는 비율(4%)의 4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Double Jeopardy: How Third-Grade Reading Skills and Poverty Influence High School Graduation.)
이 때문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한글교육, 독서교육과 함께 국어사전 활용교육을 대폭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초등 1~2학년 동안 27차시였던 한글교육을 68차시(최소 45차시)로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이와 함께 국어사전 활용 수업도 두배로 확대했다. 이전의 2009 개정 교육과정 시기에는 초등 4학년 1학기 8단원‘국어사전과 함께’에서 9차시만 배웠던 것을 이제는 3학년 1학기 7단원‘반갑다, 국어사전’에서 8차시, 그리고 4학년 1학기 7단원‘사전은 내 친구’에서 9차시로 2년간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강화되었다.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초등 3학년 시기부터 국어사전을 통해 어휘력 배양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국어사전 활용에 대한 관심과 준비가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다. 앞의 ‘한 학기 한 권 읽기’ 예시로 제시되었듯이 수업 중에나 혼자 책을 읽을 때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습관적으로 사전을 찾아 확인하고 이해하는 정도가 되어야 할 텐데 전남의 초등학생들 대부분은 사전을 갖고 있지 않다. 국어사전 학습 단원에서라도 사전을 확인해 보면서 공부해야 할 텐데 대부분 사전 없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1년 전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농어촌 초등학교를 찾아 국어사전 기부 활동을 하면서 그 원인을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초등학교는 무상 의무교육 단계라 선생님들은 5만 원 정도 하는 국어사전을 구입하도록 안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학교에서 안내해 주지 않으면 직접 서점에서 좋은 사전을 골라 자녀에게 선물하는 대도시의 학부모들처럼 지원해 줄 수 있는 농어촌 학부모나 도시 저소득층 학부모는 거의 없을 것이다.
글을 읽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단계가 있지만,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어휘에 대한 이해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어휘력을 지니고 있는 학생은 그만큼 학습독서나 교과독서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어휘 능력을 지닐 수 있도록 어휘 학습 방법을 지도하는 것은 학생들의 읽기 능력을 향상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어휘 학습을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폭넓은 독서와 독서 과정에서 부딪히는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단어의 문맥적 의미가 사전적 의미와 차이가 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여기서 국어사전 활용은 어휘학습, 읽기 능력, 언어능력, 국어 능력, 모든 교과학습 능력으로 확대 연계될 수 있다. 사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지적 측면의 교육이 어렵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나 교과독서 같은 독서교육 방법의 전환으로 지금은 다독보다 정독, 국어사전 활용에 관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정독보다 다독, 국어사전 찾기보다 문맥 추론을 통한 어휘 습득 방법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초등학생 단계에서 문맥 추론 방식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이론적으로 실천 불가능하다. 초등 단계에서는 독서교육이나 교과서 읽기에서 이론적으로 교사의 어휘설명과 국어사전 활용 중심이어야 한다. 또한 중학교와 고등학교 단계의 어휘학습에서도 모르는 단어에 대해 먼저 문맥 추론한 후, 다음 단계로 국어사전에서 의미를 확인하는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한국어는 쉽다는 인식 때문에 독서할 때 국어사전 활용 단계를 생략하는 것은 비효과적임이 분명하다.
6. 정리
현재의 한국교육을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실마리는 실머리에서 나온 말로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을 의미한다. 교육의 본질은 지식교육과 인성함양이다. 지식과 인성은 학교교육의 두 축이다. 어느 하나를 중요시하거나 경시해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독서교육은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학교독서교육은 활성화 방안 추진 초기인 20여 년 전에는 학교도서관 현대화, 인성교육, 사서교사와 국어교사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점차 교육과정과 지식교육, 그리고 모든 교사를 대상으로 확대 발전되었다.
본 글은 학교독서교육 정책의 이러한 전환 과정을 분석하면서 새롭게 관심을 두어야 할 영역에 대해 검토했다. 본 글은 발표자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외부인의 시각이기에 부족하나마 전남의 학교독서교육 발전에 참고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또한 전남의 교육지원청과 학교 그리고 교육청도서관의 추진 책임자들이 함께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기에 향후 도단위의 합의된 발전 방안과 기관별 특수성을 고려한 방안 도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학교도서관 활용도 제고와 모든 수업에서 이뤄지는 독서교육을 통해 우리 학생들의 수업참여, 문해력, 그리고 학력 수준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우리 학생들이 향상된 문해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좋은 책을 찾아 읽음으로써 인성, 교양과 소양을 함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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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은 도교육청 주관의 독서인문교육 활성화를 위한 관리자 역량 강화 연찬회 자료로 작성된 것입니다. 독서교육 활성화 정책이 본격 시작된지 2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학교와 교육청에서는 독서교육을 관행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서 '한 학기 한 권 읽기' 등과 같은 시책을 통해 새로운 방안을 제시했으며, 독서교육학자들 수업개선과 문해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교육청에서 독서교육에 대한 관점과 추진 방법에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여겨집니다. 다독에서 정독으로, 담당교사 1인 중심에서 전체 교사가 참여하는 독서교육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와 함께 문해력 실태와 원인 분석, 문해력 향상 대책으로써 국어사전 활용을 제시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