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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시르 Mar 14. 2024

Thank Q

오랜만에 보고 문서를 작성해야 했고 오랜만에 다루는 PPT는 어색하기만 하다.

글이나 기술문서는 웹 상에 많이 작성하였지만 PPT는 어쩐지 적응이 잘 되질 않는다. 그림보다 글의 내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PPT 공유 문서는 슬라이드라는 정해진 공간에 제약적인 것이 가장 불편하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지만 공간 부족으로 다음 슬라이드로 넘겨야 하고 흐름이 끊기고 다른 내용을 다루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별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과 정성을 녹여서 한장 한장 슬라이드를 쌓아 나갔고 쌓이다 보니 뭔가 뿌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슬라이드를 넘기며 별로였던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이 있다.


"쌓아 나가는 것!!!"  우리의 삶도 PPT의 슬라이드처럼 하루 하루 쌓아지며 나의 이야기가 쓰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아져야겠지~~


지금은 내가 원해서 쓰고 있는 문서도 아니며 직접 발표할 자료가 아니어서 그런지 작성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슬라이드에 "T...h...a...n...k   y...o...u" 8글자를 무거운 마음으로 한글자씩 쓰고 나니 글감이 생겨버렸다. 한장 한장 정성 들여 슬라이드를 작성해 놓고 마지막 슬라이드는 아무런 고민과 생각 없이 Thank you를 적었던 같다.




마지막 Thank you의 의미를 고민해 보셨나요?

Thank you에서 Thank Q로 나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고 브런치의 글을 작성하고 있다.


Thank you는 아마도 발표를 들어주신 분들에게 하는 감사의 표현일 것이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고 쓰고 말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시간과 정성 들인 발표자보다 문서를 읽어주고 들어주는 사람에게 오히려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은 글쓴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른 사람의 콘텐츠에 집중하지 않으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드려 진 에너지에 비하면 터무니없거나 아무런 에너지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대충대충 보게 되고 정말 나에게 필요하거나 꽂히는 게 있을 때에 작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심지어는 발표자보다 말이 더 많이 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 하여도 발표자는 서운하고 허전하다. 노력을 인정받고 싶고 도움이 된 사람이 있다면 감사의 인사를 오히려 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슬라이드에 감사를 주어야 그 시간은 아름답게 마무리가 된다.


정성 들여 만든 몇 장의 슬라이드보다 마지막 슬라이드가 나를 무겁게 만들었고 고민끝에 Thank you를 지우고 Q&A라고 바꾸어 보았다. 준 것이 있으니 질문이라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바꾸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다시 슬라이드를 검토하였고 마지막 슬라이드 Q&A 글자를 보며 "역시 잘했어!!" 스스로 만족하며 웃고 있다. 그리고 최종 문서를 제출하기 전....


...

...

...


Thank you라고 수정을 하고 제출하였다.

그 이유는 문서를 쓰기위해 노력 한 나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말해주고 싶었다.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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