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프로야구 컨디셔닝 코치
와츠業(와츠업)은 자신만의 직업의식으로
일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갖고
퍼스널 브랜드를 만든 직업인들의
일과 삶을 담은 인터뷰입니다.
이 직업/일에 관심은 있는 분들께
직업인과 나눈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와츠업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띵동, 와츠업님이 길강남 님을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길강남 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SSG 구단의 컨디셔닝 코치(보통 트레이너라고 많이 부르죠) 길강남이라고 합니다.
고등학교 야구부를 포함해서 컨디셔닝 코치 3년 차가 되었네요.
정식 명칭은 AT(Atheletic Trainer)이나, 구단에서 컨디셔닝 코치로 불리고 있어요.
커리어 설명을 위해 AT라는 명칭으로 소개할게요.
‘추신수’, ‘김광현’, ‘최정’ 선수가 있는 그 SSG 구단이죠? 와우. 신기해요.
컨디셔닝 코치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AT(Atheletic Trainer)는 사전적 정의로 얘기하면 스포츠의학을 선수에 직접 적용하는 현장 전문가예요. 저는 야구 구단에 있으니 야구 선수들이 운동을 잘할 수 있도록 운동을 도와주고(웨이트 등) 부상을 당하는 경우 치료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야구 선수들의 최고의 컨디션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계시군요.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네, 시즌 때 평일 일과를 보면
Early Weight Program(오전에 진행하는 웨이트 프로그램)을 11:30 정도부터 진행해요.
선수 한 명당 30분 정도 웨이트 운동을 같이 해요. 가볍게 오전을 보낸 후 식사를 같이 한 후.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1시간가량 웨이트를 시작해요. 이후에 부상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 물리치료를 하고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것 같아요.
그 후, 선수들은 야구 기술 훈련과 러닝이나 민첩성 훈련 등을 해요. 컨디셔닝 코치 별로 담당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저는 타자 파트를 맡고 있어서 타자 선수들이 훈련하는 것을 보며 이슈가 없는지 관찰해요. 한 시간 반 정도 운동 후 휴식을 취하면서 추가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 치료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저녁을 먹고 ‘경기’에 참여하게 됩니다. 혹시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해 병원을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 협력병원에 가서 조속히 치료를 받아요. 경기가 끝나면 보통 9:30 정도가 되어요. 경기 후 치료가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치료를 하고 퇴근을 하는 일과예요.
컨디셔닝 코칭(Atheletic Trainer)이란 직업이 낯설었는데 얘기 주니 머릿속으로 잘 그려지네요.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인데, 어떻게 알게 되고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네, 프로구단 야구 컨디셔닝 코치는 전국에 약 100명 정도 있어 희소성이 높은 편이고, 트레이너 분야에서 야구가 환경이 좋은 편이고 선수들과 구단과 합심해서 일을 하다 보니 보람이 큰 것 같아요.
야구란 한 분야로 좁혀진 것은 우연한 계기로 접어든 것 같아요.
궁금하네요, 스토리를 들려주시겠어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대학시절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진 않았었고 운동하는 게 좋아서 체대로 진학하게 되었어요. 성균관대 체대로 편입을 하게 되었는데, 편입 시 경희대 스포츠의학과와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가 합격하여 고민을 했어요. 체육을 업으로 삼는 게 맞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기에 인문, 이과를 모두 배우며 조금 더 포괄적으로 수업하는 성균관대를 선택했어요. 여러 가지 배워보고 커리어를 정하고자 했어요. 집에서 통학이 가까운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고요.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어떤 결정을 하였나요?
군대를 갔다 오고 졸업하기 전에 헬스 트레이너로 잠시 일을 했었어요. 대부분 30-40대 분들이 많이 오시다 보니, 그분들에게 맞는 동작을 가리켜드려도 따라 하시는 걸 힘들어하시더라고요. 한 동작을 해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일에 대한 흥미가 조금 떨어졌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점장님의 지인인 운동선수가 헬스장에 와서 운동을 가르쳐주었는데 모든 동작들을 잘 따라 하고 그 외 자세들도 알려줄 수 있어서 뿌듯하더라고요. 이를 계기로 선수를 트레이닝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이를 계기로 컨디셔닝 코치(Atheletic Triner)를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었군요.
어떻게 준비했나요?
한국에는 이와 관련된 국가 자격증이 없고, 사단법인에서 발급하는 자격증만 있어요.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 KATA, 한국선수트레이너협회 RKATA에서 제공하는 자격증이요. 사단 법인이다 보니 국가자격증인 의사와 물리치료사 지휘 하에 일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국가자격증으로 인정하고 있는 미국에서 유학을 가는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는 AT가 국가자격증이고 한국보다 처우가 더 나은 편이고요. 그리고 미국에서 취득한 자격증은 한국에서도 인정해주고 있어 유학을 준비하게 되었어요.
미국 대학원,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준비했어요?
미국은 AT와 관련된 석사 학위, 즉 CAATE(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Atheletic Training Education)에서 인정한 석사 프로그램을 졸업한 경우에만 ATC(Atheletic Trainer Certified) 자격증 응시가 가능해요. CAATE에서 인정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학교는 어디든 괜찮았기에 프로그램, 학비, 한국인들이 어느 정도 거주하면서 후기가 좋은 학교를 찾아 세 곳을 지원했어요.
대학원을 알아보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었는데 저는 조금 편하고 수월한 방법인 AT유학원을 통해 준비했어요. 준비할 때 (약 6년 전) 대략 100만 원 내외 비용을 지불하면서, AT와 관련된 학교를 추천받았어요. 원하는 학교를 지원하고 등록하는 것을 도와주었고요. 그 결과 브리지워터 주립대학 대학원에서 ATheletic Training 분야 석사로 입학하였어요.
참고로 유학원이 아니라 직접 알아보는 경우 NATA(미국의 AT 사이트)를 접속하면 학교 정보(학교명, 학비, 프로그램 등)를 비교할 수 있어요. 100개 이상의 학교가 있다 보니 좋은 학교를 선별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NATA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체대를 졸업하신 경우에는 AT를 다녀온 선배, 교수님이 계시면 물어보고 추천을 받는 방법도 있어요.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어떻게 AT를 준비하게 되었나요?
조금은 막막했을 것 같아요.
네 여러 고민을 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보통은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 박사까지 학,업을 이어 나가서 한국이나 미국의 대학 교수의 길로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더 막막하더라고요.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물리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게 나을지 고민도 했고요. 그때 맘고생이 심했던 시기예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대학원 선배의 소개로 고등학교 야구부 트레이너 자리에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합격하게 되면서 고등학교 야구부 AT로 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어요.
참 신기한 게 그 지인분이 제가 편입 시 포기했던 학교의 예비번호 1번으로 합격한 분이에요. 우연히 얘기를 하며 알게 되었는데, 서로 대학교와 커리어에 도움을 준 사이가 되었어요. (웃음)
신기한 인연이네요.(웃음)
커리어의 첫 발을 고등학교 야구부 트레이너로 시작했군요.
네, 그 고등학교는 재창단한 신생팀이었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AT를 준비하며 배운 것들을 현장에서 많이 적용해보았던 시기예요. 시행착오도 많고 배움도 많았고 선수들이 많은 활약을 펼쳐서 8강까지 진출하게 돼서 제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요.
고등학교 야구에서 프로로 바로 가는 선수들도 있어 스카우터분들이 종종 오시곤 했어요. 감독님이 스카우터분들이 오면 저를 보고 '이 친구 미국 대학원을 나온 스펙이 좋은 친구이니 나중에 스카우트 하셔도 좋을거에요.'라며 지나가는 말로 언급도 해주셨어요.
그때 추천이 되신 건가요?
SSG 구단의 AT(컨디셔닝 코치)로는 어떻게 오게 된 건가요?
체육 업계 지인분을 통해 지원 공모가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보통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나 지인을 통해 지원 공모를 알게 되죠. 그 계기로 SK 와이번즈(구단 변경 전)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면접을 보러 갔더니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았어요. 20명이 넘었죠. 긴장이 되더라고요. 2명을 뽑는 것이니 10:1의 경쟁률이 었어요. 저와 다른 한분이 되셨는데 그분은 국가대표 빙상 트레이너로 베테랑이신 분이셨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미국에서 대학원을 보내고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AT(컨디셔닝 코치)가 되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나요?
AT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수와 같이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며 일하고 있어요. 야구 특성상 감독이나 구단이 변경되면 선수나 AT도 변경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성적에 예민한 스포츠라 분위기 쇄신상 변화를 주니까요. 보통 AT는 큰 무리 없이 일을 잘하면 연장이 되는 편이에요.
이 일을 하면서 어떤 점이 만족스러우세요?
서로 간의 끈끈함에 보람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선수들도 트레이닝을 잘 따러주고 고마워해 주니 저도 고맙고요. 그리고 지금 부상자도 적고 선수들의 경기 결과가 좋아서 더 뿌듯한 것 같아요.
AT(컨디셔닝 코치)의 최대 평가도 곧 성적이다 보니 기분이 좋아요. 우승하면 큰 보너스도 기다리고 있으니 끝까지 긴장하지 말고 저도 열심히 선수들을 도와야죠 (웃음)
그리고 야구는 다른 분야보다 트레이너를 대우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처우도 기술 코치랑 동등하게 대우해주려고 하고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보통 축구와 농구 같은 운동은 다치는 곳이 일반적으로 발목, 무릎, 햄스트링 등 정해져 있는데 비해 야구라는 운동은 공을 던지다 보니 이런 특성상 부상이 전 부위 (발톱, 손톱, 팔목, 머리 등)이고 동작이 세심한 부분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요. AT라는 분야에서는 프로야구에서 일하는 것이 소위 '삼성' 급이 아닐까 생각해요. 전국에 약 100명 정도밖에 없어 희소하기도 하고요.
실제 일해보니 생각보다 다른 점은 어떤 게 있나요?
시즌이 시작된 시간에는 일하는 시간이 아무래도 많고, 지방 출장도 많아 가족보다 선수들을 더 자주 보는 상황들이 있는 것 같아요. 휴일이 월요일이고, 지방을 가는 날에는 월요일에 이동을 하고요.
야구라는 운동의 특성이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커리어의 목표는 어떤 건가요?
우선 지금에 충실해서 열심히 AT로 성장해 나갈 거예요. 성장하고 있는 게 느껴져서 참 행복하거든요.
프로야구 AT를 자의든 타의든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 야구 아마추어 트레이너가 되는 것은 어떨까 상상해봐요.
비시즌 기간 동안에는 운동을 혼자 해야 하니 야구 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이 있더라고요. 야구 센터에서 트레이닝 코치로 일 하는 것도 보람될 것 같아요.
우선 지금 현재에 충실하면서 성장하고 싶어요.
체대를 나와 커리어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꿀팁이 있다면?
두 가지 얘기해주고 싶어요.
첫 번째는 자신만의 차별점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으면 해요. 저는 경험 상 미국 유학도 추천해요.
저도 처음에 영어가 힘들고 유학이란 것 자체가 엄청 겁났는데, 할 만하고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체육 업계도 지원자가 많고 스펙을 어느 정도 보는 편이라 유학을 가거나, 국가대표 선수 트레이닝 등 일을 통해 커리어를 쌓는 등 차별점을 쌓았으면 해요. 예를 들어 야구는 팀에 외국인 선수가 3명씩 있으니 미국 유학을 다녀온 게 유리하고, 미국이 스포츠 강국이다 보니 유학을 통해 다양한 것을 배우게 될 거예요.
두 번째는 느슨한 네트워크를 많이 만드세요. 저는 유학 가기 전에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메일을 엄청나게 많이 냈어요. 그리고 제가 프로야구에서 일을 시작한 계기도 연락을 통해 알게 된 교수님의 추천이었고요. 강의를 들을 때나 관련 업계 종사자가 계셔서 관심이 있다면 꼭 다가가 보고 연락을 취해보세요. 이렇게 정보를 얻다 보면 기회가 오고 길이 보일 거예요.
혹시 추천해주실 책이나 영화가 있으세요?
야구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이면 ‘스토브리그’ 드라마를 추천드려요. 리얼하게 야구 세계를 표현해서 분위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트레이닝 파트도 잠시 나오는데, 진짜 리얼하게 잘 표현한 드라마예요.
마지막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솔직히 어릴 때부터 이 직업을 특정해서 준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일단은 경험을 해 봐야 선택할 수 있으니 일단은 뭘 할지 모르니 이것저것 다양히 경험해보며 찾아갔으면 해요. 스포츠도 분야가 많으니 (운동처방사, 운동선수 케어) 일을 해보거나 강의를 들어보거나 관련 업계 사람을 만나보는 등 최대한 많이 나를 노출시켜 보세요.
그러다 보면서 나를 찾아가게 될 거예요.
<다른 커리어에 대한 스토리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