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약사님과 나눈 이야기
와츠業(와츠업)은 자신만의 직업의식으로
일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갖고
퍼스널 브랜드를 만든 직업인들의
일과 삶을 담은 인터뷰입니다.
이 직업/일에 관심은 있는 분들께
직업인과 나눈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와츠업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띵동, 와츠업님이 채정아 님을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채정아(가명) 님,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12년 차 약사예요.
건강한 삶을 위해 챙겨줄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는지 고민하는 약국에서 건강한 삶을 챙겨주는 약사로 일하고 있어요.
건강한 삶을 챙겨준다는 말이 인상 깊어요. 약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알려주시겠어요?
하루 일과로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출근을 하면 가운이나 유니폼을 입고 조제에 필요한 준비를 해요. 예를 들어, 자동화된 조제 기계(ATC)에 약을 채워 놓거나, 재고 파악 후 부족한 약들이 있으면 주문을 합니다. 이렇게 세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오전 9시 이후가 되면 손님들이 방문하시고, 처방전에 맞춰 조제를 하고 약을 건네면서 약을 어떻게 드시면 되는지 “복약지도”를 해드려요. 틈틈이 조제오류나 정확한 공단 청구를 위해 처방검토를 합니다. 또한, 진열된 일반의약품(처방전 외 개인이 구매하는 약- 타이레놀, 건강보조식품 등)에 대해 구매하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약에 대한 설명을 작성하는 라벨링 작업을 하고 있어요.
머릿속에서 약사님의 일상이 그려지네요. 약사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어떤 건가요?
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대학 진학을 위해 여러 선생님 들과의 상담과정에서 약사라는 직업에 대한 장점을 많이 듣게 되었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고민 끝에 저의 성격과도 잘 맞을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되었어요.
약대에 입학하고 나서는 어땠나요?
약학 공부를 하면서 워낙 많은 분야를 공부하고 암기해야 해서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약대는 졸업 이후 진로가 뚜렷한 편이라, 저는 영어공부 외에는 따로 취업준비를 하진 않았고, 마지막 관문인 약사 고시 합격을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어요.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 대학병원을 지원하게 되었어요.
*대학병원은 경쟁률이 높아 관심이 있으시다면 학점관리를 잘하는 것을 추천해요.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첫 근무를 하셨군요. 대학병원에서의 약사 생활은 어떠셨어요?
높은 경쟁률(50명 지원자 중 3명 선정)을 뚫고 취업을 했는데,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병원생활은 더 힘들었어요. 일단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는 스케줄이라 5시에 기상을 해서 5:50분쯤 출근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죠.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어요. 1년 차 신입 교육으로 1년 동안 1주에 1번 저녁 5:00-6:30까지 수업이 있었어요. 그리고 부서별로 시험이 있어, 부서이동 시 시험을 다시 응시해야 하고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했죠.
가장 힘든 것은 대학병원이다 보니 중증환자가 대부분이라 더욱더 약화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같이 일하는 약사분들과 실수에 대해 서로 굉장히 민감했어요. 환자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다 보니,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일을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제게 맡겨진 일을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스트레스성 위염도 오고, 육체적 노동강도도 센 편이라 한 번은 일하다 쓰러진 적도 있었어요. 그 정도로 힘들었지만 열과 성을 다해 일했던 시간이었어요.
대학병원에서 다이내믹한 일들이 많이 있으셨군요.
정리를 하신 계기가 있으실까요?
2년 동안 정말 많은 노력과 정성을 바쳤어요.
그러나 대학병원 약사라는 직업이 약사로서 자부심을 느끼고, 정말 일해보고 싶은 곳이었지만, 완벽해야 하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업무, 석사 진학, 공부 등)을 계속해서 감당하기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 머릿속에 ‘휴식’이라는 단어로 가득 찼어요.
진짜 치열하게 일하신 것 같아요. 달콤한 휴식이 필요하셨군요.
저에게 주는 선물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무턱대고 1년 동안 어학연수(캐나다)를 떠났어요.
약사는 보통 병원이나 제약회사, 약국에서 근무하게 돼요. 그중에 병원이나 제약회사는 아무래도 기업이다 보니 나이 제약이 있어, 더 늦기 전에 제약회사 근무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격이라 주변에서도 추천을 많이 해주셨었어요. 그래서 외국계 제약회사에 관심이 생겼고,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었어요.
어학연수는…20대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 중에 하나예요. 난생처음 여유로운 시간도 보내고 부모님과 떨어져 독립도 하고 자유도 만끽했고요. 그중 제일 좋았던 것은 처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만난 점이었어요. 생각해보니 그런 경험이 제겐 처음이더라고요.
제게 정말 값진 휴식의 시간이었어요.
돌아와서는 제약회사로 입사하신 건가요?
어학연수를 마치고 돌아와서 제약회사를 준비하는 동안 대형마트 안에 있는 약국에서 잠시 근무하게 되었어요. 일반 약국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약국장님께서 정말 열정적으로 알려주셨어요. 제 생각보다 모르는 내용과 약이 너무 많더라고요. 병원에서 다루던 약은 전문의약품이 대부분인 반면, 첫 약국은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이 주류였으니까요. 극과 극을 경험하면서 일반 약국이 생각보다 재밌고 배울 게 많음을 알게 되었어요. 새로운 동료들을 만나고, 일에 대한 즐거움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2년 정도 일하게 됐어요.
그러나 일반 약국은 생활에 밀착되다 보니 보람은 있지만, 전문의약품을 다양하게 다루지 못해 그에 대한 갈증이 나타나더라고요. 그래서 2년 후에는 2차 병원 앞에 있는 문전 약국에서 근무하게 돼요.
대학병원과 일반약국의 중간에 해당하는 곳이겠군요. 문전 약국은 어떠셨어요?
아무래도 전문약을 많이 다루다 보니 기존에 결핍이 있었던 부분은 어느 정도 충족됐어요. 그런데 일하는 시간이 길고 서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1년이 될 때쯤 무릎 염증이 오더라고요. 일종의 직업병이라 할까요?
컨디션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없이 조금 쉬어 가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정형외과 병원 내에서 근무하게 되었어요. 원내 의약품을 관리하고, 입원환자들의 약을 책임졌어요. 환자를 직접 만나는 일보다는 소위 관리직 같이 개인 공간에서 일을 했어요.
일반약국에서 첫 근무 함께 했던 약국장님을 오랜만에 만나 뵈었는데, 나이가 어린 이 시기에 너무 편한 일을 하는 것은 커리어상 좋지 않을 것 같다며 현실적인 조언들을 해 주셨어요. 그 조언의 영향을 받아 다시 일반약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다양한 종류의 약국을 근무하셨는데, 경험해보시니 어떤 차이가 있으신 것 같으세요?
병원 약국은 아무래도 쓰는 약이 매우 다양하고, 중증환자를 만나게 되다 보니 전문성이 많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고, 일반 약국은 기본 조제, 투약업무는 기본이고 환자와의 상담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일반약국은 개인 사업장이다 보니 병원 약국 근무와는 다르게 매출도 함께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겠어요. 일하면서 약사로 성장을 느낀 시기가 궁금해요.
최근에는 영양요법을 공부하면서 한 단계 성장을 느꼈어요. 예전에는 환자의 증상을 빨리 잡아 주기 위한 대증요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증상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해결책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저의 노력으로 건강이 많이 좋아지는 환자분들을 보면 정말 보람되고, 제 자신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 누적되면서 저의 시각도 점점 더 커지게 되겠죠?
저도 정아(가명) 님 같은 약사분을 만나 뵙고 싶네요.
저도 약국에 찾아가 봐야겠어요 (웃음)
네 저희 약국으로 오세요. (웃음)
약국이란 공간이 의약분업 이전과 이후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래서 약사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 집중하게 되고요. 복약지도 시 추가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것도 추천해드리고요.
그리고 약사는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데, 환자분들은 그렇게 느끼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더 이상 공부가 필요한가? 처방전대로 주면 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많으신 것 같아요.
이러한 영향들을 받아 열의 있는 약사분들이 상처받는 경우가 많아요. 도움을 더 드리고 싶은 마음에 한 마디 건네었는데, ‘약을 판매하려고 그러는 건가?’라고 오해받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실제로 그런 상업적인 약사분들도 계시지만, 그로 인해 좋은 마음으로 일하시는 대부분의 약사님들의 진심이 잘 닿지 않을 때는 참 속상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젊은 사람들 (소위 MZ세대)일수록 인터넷에만 의존하고, 약국에서 상담하려는 의지가 적은 것 같아 안타까워요. 유튜브에서 약사가 추천하면 ‘그냥 이거 주세요’라고 얘기하는데, 사람마다 체질이나 필요한 약이 다 다른데 말이죠. 약국에서 상담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게요. 그럼 이 일을 하면서 예상과는 다른 점은 어떤 게 있나요?
생각보다 감정적, 육체적 노동의 강도가 높은 편이에요. 다양한 손님을 많이 만나는데, 비매너 고객도 생각보다 많답니다. 소리 지르는 경우는 비일비재하고, 다짜고짜 쌍욕을 하는 경우도 있고요. 신규 약사분들은 놀래서 우시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이제 경험이 쌓여서 여유 있게 대처하죠. (웃음)
그리고 약사는 길게 할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는데, 예를 들어 장시간 서있는 것, 약품 나르고 세팅하는 것, 약품 뚜껑을 개봉하는 일 등 반복적인 일이 많아 무릎, 발목, 팔목 등 육체적인 직업병이 생겨 육체적인 강도가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요즘의 고민은 어떤 게 있으세요?
개국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들어요. 비대면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공장형 약국들도 나오고 있고 젊은 사람들의 약국에 대한 인식도 예전만큼 도움받는 곳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고요.
그러나 권리금은 지금 최고점을 찍고 있어요. 섣불리 인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왔어요. 늘어난 약사 수만큼 개업하는 약국도 많고, 또 그만큼 경영난으로 폐업하는 약국도 많고요.
또한 개국을 하는 것은 사업체 운영이라, 약사로서 역할뿐 아니라, 세무, 경영, 직원 관리 등 전 방면에 신경을 써야 해서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커리어 Short-cut] 커리어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위한 꿀팁 한마디 해주세요.
약사라는 직업이 좋은 직업은 맞지만 예전의 시장을 생각하고 뛰어드는 것은 무모한 것 같아요. 2010년 초반 만해도 근무약사가 부족해, 원하는 약국을 골라서 취업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지금은 수도권의 경우 졸업 후 경력이 없는 상태로는 8개월-1년까지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요. 약사가 많아지면서 취업난까지 생기게 된 상황이니, 세상이 많이 변했죠.
그래서 본인의 성향을 잘 생각해서 ‘약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으면 해요. 사람을 응대하는 일인 서비스업이다 보니 서비스/봉사 정신이 있어야 하고 사람을 만나서 대화하는 걸 즐길 수 있는 사람이어야 꾸준히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심리학 책도 도움이 되고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
라는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아요.
대학병원에서의 경험은 힘들었지만, 이직 시 이력서를 건네면 대학병원 근무 경력을 많이 인정해 주더라고요. 특히 점점 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는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은 점점 나이가 들수록 기회가 적어지기에 기회가 있을 때 최소 1-2년이라도 근무해보면 약사 경력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반면, 건강을 챙기는 건 젊을 때부터 해야 해요. 어떤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고요. 지금 몸 관리하는 것이 10년 뒤의 내 모습이라 하잖아요. 젊을 때는 몸이 상해 가고 있는 것을 몰라요. 대부분의 직업이 그렇겠지만 약사는 건강을 잃으면 일하기가 정말 어려워지니 열심히 일하면서도 몸을 아끼면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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