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고등학교 선생님
와츠業(와츠업)은 자신만의 직업의식으로
일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갖고
퍼스널 브랜드를 만든 직업인들의
일과 삶을 담은 인터뷰입니다.
이 직업/일에 관심은 있는 분들께
직업인과 나눈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와츠업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띵동, 와츠업님이 이나영 님을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나영(가명) 님, 간단히 자기소개해주시겠어요?
저는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 이나영(가명)라고 해요. 반갑습니다.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경기도 포천에서 한 고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1~3학년 학생들에게 화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보통 고등학교는 한 학급당 30명 정도 규모이나, 포천은 인구가 적은 편이라 20명 정도 학생들이 있어요.
9시부터 수업이 시작하고 5시에 수업을 마치고 있고 9시 시작 전에는 조회를 하고, 수업은 하루에 3-4번 정도 화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 외 공강 시간에는 담임을 맡은 반 아이들을 챙기는 (생활기록부를 작성 등)고 학교 관련돼서 맡은 일, 수업 준비 등을 하고 있어요.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 뉴스에서 많이 접했어요.
수시가 비중이 커지면서 선생님들도 생기부 작성에 신경을 많이 쓰시겠어요.
네, 현재는 약 80%가 수시로 대학을 입학하고, 학생들의 대학 입학 전형에 대부분이 생기부를 보다 보니 생기부가 정말 중요해요. 학생들의 학교 활동을 선생님들이 어떻게 생기부에 작성해주느냐에 따라 같은 행동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그러다 보니 교사의 글쓰기 능력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이 돼요.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더 다채롭고 깊이 있는 활동을 했다고 느껴지니까요.
그래서 생기부 작성에 선생님들이 많은 공을 들이시고, 각 아이들에 맞춰서 다양하고 풍부하게 작성하려다 보니 작성이 쉽지 않아요. 특히 개개인별로 맞춤형으로 작성해야 하다 보니 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 학생수가 많으면 더 어렵고요.
참고로 생기부는 1년에 인당 과목별로 1,500자를 작성하게 돼요. 대학 지원 시 1명 당 약 13장 내외 (적게는 10장~많게는 19장)로 작성한 자료를 제출하게 돼요. 학생의 대학에 영향이 미치니, 한 자 한 자 잘 반영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고 선생님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되죠.
요즘에는 성취 평가가 많아지고, 고교학점제, 수능 비중을 높아지는 얘기들이 나오는데, 몇 년 뒤에는 입시가 어떻게 바뀔지... 싶어요.
일을 하면서 만족스러웠던 점은 어떤 점들이 있나요?
가장 큰 것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방학이 있는 것이죠. 이 기간을 통해 쉬기도 하고 수업 준비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그 점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학교는 1년에 한 번씩 크게 일과 환경이 바뀌게 되는데 저는 이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일이 힘들더라도 1년 동안 고생하면 바뀔 여지가 있고, 내가 원하는 업무를 지원하면 조정이 되기도 하거든요. 희망 업무를 9 지망까지 적어서 그에 맞춰서 업무(예를 들어 1학년, 교무부 등)를 조정해주어요.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올해 잘 버티면서 이겨나가 보자'라는 마음으로 파이팅 하고 있어요. (웃음)
힘들었던 일은 어떤 점들이 있으셨어요?
선생님이 된 첫 해를 잊을 수 없어요.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고3 담임을 맡게 되었어요. 업무도 적응하고 정말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고3 아이들을 케어해주기 위해 쪽잠을 자며 준비했어요. 이전 학교가 지역적으로 규모가 작은 학교라 특수한 경우긴 했죠. 그때도 '1년만 고생하자. 아이들의 소중한 1년을 위해 내가 더 노력하자'라는 마음으로 잘 버텼어요.
롤모델이 되시는 선생님이 계세요?
네, 저희 학교의 동료 선생님이요. 40대 중반의 선생님이신데 현재도 매번 수업 준비를 새롭게 하시면서 더 좋은 수업을 위해 고민하세요. 아이들을 위해 상담 역량을 키우고 싶으셔서 상담 대학원도 개인적으로 다니시며 꾸준히 노력하고 공부하세요. 입학식 PPT도 선생님만의 스타일로 만드시면서 자기소개, 서클활동에 대해 잘 설명해주시고 아이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세요.
경력이 있으시면 부장 업무를 하시는 경우가 많으신데, 아이들과 같이 있고 싶어 담임을 계속 희망하세요. 정말 이 일을 좋아하시는 것이 느껴지고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져서 매년 스승의 날 때에도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 외에도 찾아올 정도예요. 이런 분들이 담임을 하셔야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치겠다 생각이 들고, 저도 그분과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생각이 들어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들,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음, 선생님들은 비슷할 것 같은데요. 생각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이외 업무가 많아요. 체감상 50% 정도 비중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교무부의 경우 행사 준비를 중심으로 업무가 있는데, 졸업식/입학식 준비, 시간표 관리, 학생부 점검 (생활기록부 점검하는 스케줄을 관리하는 등), 교육청 점검 등을 맡고 있어요.
그리고 담임을 맡는 경우 아이들 상담하고 반에 가서 케어하는 일도 많고, 수시에 영향을 많이 미치는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등 일들을 하게 돼요. 담임을 맡게 되면 근무 시간에 수업 준비할 시간 여력이 안돼서 보통 퇴근 후에 수업 준비를 하게 돼요. 수업 방식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방학에 준비를 하고 있어요. 경력이 쌓이면 조금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그만큼 예상보다 수업과 수업 준비 외 업무가 많음을 느끼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행정업무가 많아 교사의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있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이전 학교는 작은 규모의 학교라 선생님 수가 적으니 한 선생님이 맡은 행정 업무가 많았어요. 현재 학교는 전보다는 큰 규모라 선생님 수가 많아서 수업과 맡은 학급(담임) 중심으로 집중할 수 있는 편이에요.
요즘의 고민은 어떤 것이 있으세요?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아요.
AI가 등장하면서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워주는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대학 입시 평가방식과는 거리가 있기에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수능은 많은 문제들을 주어진 시간에 푸는데 집중하는 방식이다 보니까요.
학교에서의 지향하는 수업과 대학 입시 평가 방식과 일관성이 있으면 수업을 하는 선생님과 학생들도 집중하기가 더 좋을 것 같은데, 현실적인 간극이 있는 게 참 어려워요.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하게 고민해보면서 해결하는 토론 중심의, 즉 아이들의 활동을 이끌어 내는 수업을 진행해보고 싶으나, 현실적으로는 진도 나가기도 빡빡한 시간이라 어렵네요. 그래도 하나씩 새롭게 준비해보려 해요.
추가적으로, 아이들이 학교보다 학원을 중시하는 태도에 마음이 쓰린 것 같아요. 아파서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이면, 학교 끝나고 병원에 가기보다는 학원에 가야 하니 학교를 늦게 등교하는 식이에요.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학교를 우습게 보는 건가라는 마음이 들기도 해요. 그리도 서울과 같은 도심보다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을 중시하는 편임을 생각하며 저도 성심껏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선생님을 하시겠어요?
저는 망설이 없이 선택할 거예요. 일을 하면 할수록 열심히 하고 싶고 잘하고 싶다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 제 적성에 잘 맞는 거겠죠? (웃음)
처음 3년 정도 기간 동안에는 담임, 행정업무가 겹쳐 아이들의 생활지도에 신경 쓰기 어려우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어느 정도 연륜이 생기면서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껴요. 1년에 한 번씩 바뀌는 환경도 마음에 들고요. 두 달을 리프레시하며 충전해도 다시 일할 수 있으니 참 좋아요. 페이는 약한 편이나 일과 삶의 조화 측면에서도 괜찮은 직업이라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이 되시기 위해 준비한 과정이 궁금해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사범대로 진학을 했어요.
계기를 생각해본다면 중학교 때 수학 잘해서 옆집 아이들을 가르쳐주곤 했어요. 중학교 때에도 선생님께서 친구들을 가르쳐주라고 얘기 주셔서 그런 경험이 있고요. 이런 점이 모티브가 되어 사범대를 입학하게 되었어요. 사범대 입학 후 임용고시를 통해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이 되었고요.
참고로 교사가 되기 위해 사범대를 졸업하는것외에 일반대학교에서 교직 이수하는 방법과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와 같은 방법으로 교원자격증을 취득한 후 임용고시를 합격하면 교사가 될 수 있어요.
커리어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위한 꿀팁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2가지를 얘기해주고 싶어요.
첫째, 본인이 정말 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알아보고 임용고시를 준비했으면 해요. 저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과정에 마음고생이 참 심했어요. 제가 선생님이 되어 고3 담임을 맡았을 때도, 교사가 되는 경쟁률이 점점 높아지니 정말 본인이 원하는 경우 외에는 추천을 덜 하였고요. 국영수 과목의 경우 지원하는 사람이 많고, 사범대, 교직이수, 교육대학원 등 교사가 되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어 50:1과 같이 높은 경쟁률이에요.(공급이 다양하게 되다 보니 초등학교 선생님 대비 경쟁률이 많이 높아요)
단기간에 준비해서 합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에요. 시험도 1년에 1번 있어 떨어지면 다시 1년을 준비해야 하고요. 저는 사범대를 졸업했는데, 3학년 때부터 준비했고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준비를 해서 합격했어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참 많았고요.
시험은 1차는 객관식, 2차 논술, 3차 면접으로 구성되는데 (현재는 1차 객관식/논술, 2차 면접으로 변경됨, 지역에 따라 실험이나 집단토론이 있는 경우도 있음) 2번이나 3차에서 떨어져서 마음고생이 참 심했죠.
다들 열심히 노력한 분들이라 실력이 비슷비슷하고 불합격 시 소수점으로 떨어지는 거니까요. 그리고 지역별로 커트라인도 달라 운도 작용하니 이것도 스트레스더라고요. 하고 싶다는 의지로 끝까지 버티면서 합격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준비하시는 분들도 본인의 적성을 잘 생각해보시면서 정말 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기간이 길어져도 끝까지 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서 임용고시를 준비하셨으면 해요. 쉽지 않은 일이니 신중히 선택하셨으면 좋겠어요. 사범대를 다니신 경우라면 선후배 멘토링이 잘 되어 있으니, 혼자서 준비하기보다는 이런 점들을 잘 활용해서 준비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두 번째는 대학생활 때 할 수 있는 경험을 다양히 해보았으면 해요.
사범대는 선생님이 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보니 졸업을 유예하는 경우가 정말 적어요. 어학연수도 1-4학년 합쳐서 1-2명 정도밖에 없었을 정도로 적고요.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시험 합격을 목표로 임용고시를 빨리 준비하는 것도 좋으나, 대학생활 때 할 수 있는 어학연수, 워킹 홀리데이 등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잘 못했지만 20대의 추억은 또 다른 것 같아요. 젊은 시절 그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셨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세요?
'두들기다 보면 열릴 것이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성향에 맞고 정말 하고 싶은 분이라면 끝까지 끈기 있게 도전하셨으면 해요. 경험자로서 얘기드릴 수 있어요. 간절함이 있다면 꼭 될 거예요.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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