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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의여신 Aug 03. 2022

[와츠업] 2. 아나운서 10년 차 인터뷰

feat. 아나운서 & 동화작가 이은지 님

와츠業(와츠업)은 자신만의 직업의식으로

일에 대한 철학과 태도를 갖고

퍼스널 브랜드를 만든 직업인들의

일과 삶을 담은 인터뷰입니다.

 

이 직업/일에 관심은 있는 분들께

직업인과 나눈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와츠업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띵동, 와츠업님이 이은지 님을 초대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은지 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나운서 이은지예요. 반가워요. (웃음)


아나운서, 멋져요. 직업을 한 단어로 표현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나운서는 징검다리처럼 서로를 연결해주는 존재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뉴스 앵커는 뉴스와 시청자분들을 연결해주고,

MC는 프로그램과 시청자분들을 연결해 준다고 할까요?

서로를 잘 연결해주면 시청자분들이 프로그램을 몰입하고 즐기면서 볼 수 있게 되죠.

그래서 아나운서는 본인이 주인공이 되려 하기보다 프로그램이라는 큰 그림이 유려하게 굴러가도록 돕는 역할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출처. Unsplah -  징검다리


징검다리, 아나운서를  표현하는 다정한 단어네요. (웃음)
아나운서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해요.

제가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이야기해드리면 방송국에 소속된 아나운서의 경우

보통 뉴스 앵커(보도국과 함께), MC(제작 프로그램-PD와 함께), 토크쇼 MC, 야외 가요제 행사 진행, 라디오 DJ, 프로그램 내 내레이션 녹음(예를 들어 생생정보통에서 ‘자 여기로 떠나보실까요? 와 같은 목소리요) 등을 맡게 돼요.

방송하는 회사원이라 하면 확 와닿으실 거 같아요(웃음).

정해진 방송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방송을 하지 않을 때도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답니다.   

예를 들어 8시 뉴스 데스크를 진행하는 앵커를 맡은 경우, 뉴스가 들어가기 전부터 대본 연습, 상식을 넓히기 위한 신문 정독, 옷 피팅, 분장 등을 하며 준비해요. 그리고 뉴스가 시작돼도 끝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있어야 해요. 갑자기 속보가 들어올 수 있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을 가져야 하거든요. 중간에 큐시트(뉴스 대본)가 바뀌기도 하고요.

 MC도 데일리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대본이 급박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대본 숙지도 빠르게 하는 게 필요해요. 아나운서는 이렇게 여러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고요.

본인이 맡은 프로그램 중심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생각보다 아나운서끼리 서로 만나는 시간이 많지 않답니다(웃음). 개인이 한 개의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좀 더 와닿을 것 같아요.


와, 다양한 일을 하셨네요.

네, 보통 본인의 개성을 고려해서 잘 맞는 옷을 입듯이 아나운서도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서 프로그램을 맡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MBC 경남에서 아나운서로 일했는데 입사할 때는 뉴스 앵커로 투입됐어요.

그 후에는 제가 프로그램과 잘 조화를 맞추는 성향이었는지 뉴스 외 다양한 일을 맡게 되었고요. 그러면서 방송 전반을 조금씩 터득해 갔던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나온 다음에는 라디오 DJ, 행사 진행 등을 주로 하고 있어요.  

뉴스데스크 앵커 시절


그 과정에서 어떤 점들이 힘드셨나요?

갓 아나운서가 됐을 때는 오늘도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참 많았어요. 라이브로 진행되는 것이 많고 많은 분들의 수고로 준비되는 행사/프로그램이다 보니 부담이 컸나 봐요.

이런 부담은 경험을 통해 줄어들고 안정감을 찾아갔는데 그다음 단계에서는 제게 맞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나의 색깔을 갖는 것이 한 편으로는 부담스러우면서도 나만의 개성과 차별화가 필요한 것 같은데, 그게 과연 뭘까?'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했어요.

집 짓기와 비유하자면, 시멘트가 굳기 전에는 '흔들리지 않을까?' 란 걱정을 했다면 시멘트가 잘 굳어서 '흔들리지 않을 거 같아.'라고 안심하고부터는, '이 집에는 어떤 색을 칠하면 좋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하루씩 최선을 다하니 뉴스 진행한 지 1년이 되었다


나만의 개성, 차별화를 찾아가는 과정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 여정을 좀 더 들려주시겠어요?

일에 능숙함이 생기니, 문득 이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이 행사를 잘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싶다고요.

'OOO가 하면 이런 점에서 매력 있지'라는 것을 갖고 싶다고 할까요?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나만의 특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진행도 더 성숙되지 않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직업인 아나운서를 과연 몇 년 동안 더 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압박감과 함께 전문성, 차별화, 성장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본인의 전문분야가 있는 아나운서가 대체되지 않고 롱런한다 생각하거든요.


아나운서 분들도 요즘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는 커리어 측면에 있어 고민이 많이 있으시군요.

네, 그런 점은 요즘 시기의 모든 직업인들의 숙제 같아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가진 정체성이 많이 흔들리고 있는 환경이지 않나 싶어요. 옛날에는 스타 아나운서들의 정체가 뚜렷했다면 요즘에는 아나운서 분들이 프리로 일하면서 예능 등에 많이 출연도  개그맨 유재석 씨가 MC 보기도 하고, 뉴스를 기자가 하기도 하고, 연기자 김상중 씨가 '그것이 알고 싶다' MC 진행하는  경계가 많이 허물어지고 있죠.

아나운서라는 울타리가 나를 보호해줄 것 같았는데, 이제는 울타리가 약해지면서 개인의 개성으로 올라서야 날개를 펼 수 있는 시대라 할까요? (웃음)


최근에 동화작가의 길에 입문한 것도, 연장선상일까요?

네.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내가 또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은 뭘까 고민하게 되는 시점이 찾아왔거든요. 돌아보니 지금까지 직업을 선택할 때 제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고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왔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발표하는 걸 좋아해서 아나운서를 꿈꾸고, 언론학부에 입학해 아나운서를 준비했거든요.

떠올려보니 저는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 쓰는 것도 좋아하더라고요. 문예창작과는 아니지만 대본을 직접 써본 경험도 있으니 '내가 글을 쓴다?'라는 게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고요.

'그럼 어떤 장르를?'이라 생각했을 때 다시 한번 제가 좋아하는 걸 떠올렸는데, 디즈니와 애니메이션이 바로 떠오르더라고요. 디즈니 작품이라면 유명하지 않은 후속작들도 다 찾아봤을 정도니까요. 어렸을 때 엄마가 밤비를 읽어주면 울며 잠들었고, 대학교 때는 친구들이 '밤비'인형을 선물로 줄 정도였어요. 권정생 선생님의 동화 몽실언니도 아직까지 제 머릿속에 남아있고요.

'그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라고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질문하다 보니 동심이 닿아 좋아하는구나 생각했고 그럼 ‘나는 동화나 어린이를 위한 글을 쓰면 열심히 해볼  있지 않을까?' 귀결되었어요.

이 길을 걸어가면 나만의 색깔을 가진 아나운서와도 만나게 될 것 같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참 인상 깊어요.
소위 말하는 '덕업일치' 중이시군요 (웃음)

저는 은근히 모범적인 K-장녀인데, 생각보다 일에 있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 먼저 선택하면서 살았어요. 엄청 적극적인 성격이 아님에도 어떤 것을 좋아한다고 느낄 때는 그것에 온통 집중해서 꾸준히 했어요. 하나를 정하면 에너지를 분산하지 않고 쭉 그에 맞는 커리어를 쌓으려고 노력했어요.


동화작가로서 근황도 살짝 들려주세요.

그렇게 동화작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에 신문에서 우연히 관련 수업 광고를 보고 신청해서 수강했죠. 시작의 물꼬가 트였다고 할까요? (웃음) 이후에 아이들 교육용 책 2권을 출판하게 되었어요.《철도로 보는 세계의 문화》, 《지구를 지키는 50가지 환경 미션》과 생활동화는 출판 예정에 있어요. 이후에는 창작동화를 써보고 싶어요. 동화작가를 시작한 지 별로 되지 않아 이런 말이 조금 쑥스럽네요. (웃음)



다시 아나운서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아나운서가 준비를 위한 TIP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나만의 이야깃거리를 장착해놓는 것이 중요해요. 역시나 다시 '개성'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아나운서를 채용하는 방송국 입장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방송국에서는 똑같은 아나운서를 뽑고 싶지 않거든요.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 롤모델은 필요하나(따라 하며 연습하는 것은 좋으나), 자신의 색깔은 있어야 해요. 마치 어떤 가수를 봤을 때 ‘OOO와 목소리가 비슷해서 생각나요’라고 하는 건 칭찬이 아니듯요.

각 방송사가 원하는 스타일 등 기본적인 요소는 비슷하겠지만, 결국은 나만의 개성이 있어야죠.

그러려면 나를 채우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여행, 평소에 만나지 않았던 새로운 사람들(여행, 모임 등)을 만나도 좋고요. 준비 시절을 떠올려보면 너무 불안하니까 저는 도서관에 자주 있었던 것 같은데, 필기 준비를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불안한 마음에 앉아만 있기보다는 세상 나가서 경험하는 게 더 도움이 돼요.

그리고 처음에는 큰 방송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작은 기회들이 발판이 되어 나중에 어떻게 연결될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조금씩 경험을 하면서 'Connecting the dot'하는 과정을 겪었으면 해요.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출처. Unsplash)


[커리어 Short-cut] 조금 더 구체적인 꿀 TIP이 있을까요? (웃음)

대학생이라면 학생 홍보 대사를 기회가 되면 꼭 해보았으면 해요.

대학 생활 중에 큰 무대에 설 기회가 거의 없어요. 학교 홍보대사를 하면 학교의 크고 작은 무대에 설 기회도 주어지고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 인턴 기회 등을 가질 수 있어 메리트가 커요.


언론학부를 졸업하셨는데, 아나운서 준비 시 많이 유리한가요?

언론학부를 졸업하면 아무래도 아나운서 준비를 할 때 필기시험 과목 준비(미디어나 방송 부분)에는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과와 비슷한 것 같아요.

방송국, 신문사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기에  오히려 다른 과를 나왔다면 그 특징을 더 살릴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역사 전공자라 역사에 대한 나만의 인사이트가 있으면 이와 관련해 나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죠.  

언론학부가 아닌 다른 전공이라 해서 걱정하거나 걸림돌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떤 성향의 사람이 아나운서에 맞는 거 같나요?

무대에 서는 직업이라 외향적이라 생각하지만, 무대에 오롯이 혼자 서서 호스트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침착하게 중심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해요. 특별히 어떤 MBTI(성향)가 유리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이야기하고 말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있어야겠죠?

음... 요즘은 워낙 다 각양각색의 아나운서가 있어서 어떤 성향이다 구분 짓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자신의 개성이 뭔지 알고 잘 살릴 줄 아는 사람이 더 빠르게 꿈을 이루는 것 같아요.  


레퍼런스를 삼은 롤모델이 있으세요?

아나운서를 준비할 때는 대단해 보이고 닮고 싶은 분들이 많았는데, 실제 아나운서를 하면서는 '분위기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만드는 분'을 닮고 싶어요. 분위기가 싸해진 상황에서도 재치 있는 한마디로 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살려주는 그런 센스가 있고 안전한 징검다리를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들어 개그맨분들이 하는 진행도 많이 보고 있어요. 웃음만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으니까요.


아나운서 준비하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어떻게 잘 이겨냈나요?

.. 아나운서 시험이라는  방송국 상황에 따라 아나운서를 공모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고, 언제 될지도 아무도 모르니  답답했어요. 예상이 안되고 내가 컨트롤할  없다는 불안감이 컸어요.

제가 아무리 얘기하여도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른답니다...(웃음) 그러기에 그 어려움은 같이 준비하는 친구들과 응원하면서 견뎌나갔고 그 시절에는 늘 기도하는 마음이었어요.


이 일을 하면서 만족스러운 점은요?

대중 앞에서 행사를 하면서  얘기에도 호응해주시고 관중분들과 호흡이 느껴질 때가 행복해요. 그리고  행사를 위해 많은 노고가 있음을 알기에 관계자분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무대가  운영되면 보람도 커요. 가수들이 콘서트 하고 나면 이런 느낌일까?  정도로 행사를 하면 그렇게 즐거울  없어요. 이렇게 관중하고 소통하면서 인간적인 맛과 멋을 느낄   좋아요.

가요베스트 사회 진행


앞으로 목표는 어떤 건가요?

점점 나의 성장만큼이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중요함을 느껴요.

특히 어린이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어린 시절에 보았던 동화나 만화가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이 나고,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한마디가 마음속의 씨앗이 되듯 저도 아나운서, 동화작가로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커리어를 준비하는 분께 마지막 한마디

먼저는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헤집어 보는 시간이요.

나란 사람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이 생기면 커리어를 꾸준히 밀어붙일 수 있는 뿌리가 생기니까요.

그리고 무언가를 정했다면 기한을 잡고라도 후회 없이 노력해보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목표라도 매일매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면 어느 날은 꽤 많이 닿아있을 테니까요.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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