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D+21
오늘은 아침은 집에서 연어 포케를 해먹고 점심은 밥과 미역국과 냉장고에 있던 반찬을 먹었어. 준우가 없었다면 무료하고 별볼일 없는 일상이었을텐데 뚝딱이 덕분에 이런 작은 일상들이 너무 행복하게 느껴져.
준우가 처음으로 자다 말고 자지러지게 울어서 깜짝 놀랐어. 아빠랑 엄마는 별별 생각을 다 했어. 어제 오늘 똥을 못 싸서 그런걸까? 모로반사 때문에 놀라서 그런걸까? 트림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그런걸까? 그 후로 준우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노는 걸 보니 별 일 아닌 것 같아서 너무 고맙기도 하고 준우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준우가 자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육아일기를 쓰고 있는 이 시간이 너무너무 행복해. 준우가 우리집에 오고 나서 밥을 차려 먹는 것, 제 때 제 때 설거지를 해 놓는 것, 빨래를 하고 말리는 것, 이런 귀찮은 것들을 하는 게 재밌고 행복해. 그 전엔 별 의미 없던 시간들이 준우에게 좀 더 좋은 아빠, 엄마에게 좀 더 좋은 남편이 되기 위한 시간으로 느껴져.
준우가 나오기 전엔 아빠랑 엄마는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해보고 나니 우리 가족 모두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해. 사실 지금도 걱정이 많아. 준우에게 충분히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한의원 개원은 잘 할 수 있을까, 대출은 어떻게 갚아야 할까 같은 것들. 그런데 이제 점점 그런 고민들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지는 것 같아. 준우는 아빠에게 큰 용기와 힘을 주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