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D+23
어제 처음으로 준우와 단 둘이 한 나절을 보냈던 아내가 지쳤다. 먹기만 하면 잘 자던 준우가 갑자기 내내 칭얼댔다고 한다. 집에서 신생아를 돌보는 일은 거룩하고 행복한 일이지만 동시에 외롭고 지치는 일이다. 일에는 퇴근이 있지만 육아에는 퇴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내에게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고 했다. 까페나 공원에 가서 여유를 즐기다가 먹고싶은 음식을 사갖고 오라고 했다. 준우랑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사실 별 걱정은 없고 오히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준우는 항상 내 배 위에서 스르르 잘 잠이 든다. 얼른 준우를 재워두고 나도 오랜만에 여유를 즐길 생각이었다. 이게 웬걸 준우는 아내 말처럼 계속 칭얼대기만 했다.
아내는 불과 3시간만에 돌아왔지만 나는 그 사이 녹초가 되어 있었다. 반면 아내는 그 사이 밝은 표정이 되어 들어왔다. 불과 3시간 만에. 육아는 그만큼 힘든 일이었고 잠깐의 외출이 이다지도 소중한 것이 되어있었다.
앞으로 휴무날마다 아내에게 휴가를 주려고 한다. 엄마의 자유시간이기도 하고 아빠와 친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준우가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일상의 소중함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