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무인카페가 생겼다. 사람이 없어서 당황하지 않았다
올해 봄날쯤 아내와 난 아침 산책을 하다가 문득 동네에 무인카페가 개업한다는 소식을 알아서 산책 마무리를 하면서 무인카페를 찾았다. 평소 은둔생활을 하는 우리 부부는 평범한 사람이면 다 가는 스타벅스, 이디야 등등 카페에 잘 안 가고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먹는다. 그런 부부가 동네에 무인카페가 생겨서 큰 용기를 내어 갔으니 도착해서 커피를 셀프로 구매하는 과정이 너무 웃긴 해프닝이 발생해버렸다. 그래서 그 여운을 글로 남겨본다.
입구를 지나 정면에 보이는 인테리어에는 포근한 글자와 Yourself 라는 단어가 보였다.
왠지 스타벅스 로고와 비슷한 개구리 모양의 로고가 있는 문을 열고 매장을 들어가니 '너의 하루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어'라는 따뜻한 글과 깔끔한 테이블과 의자가 보였다.
큰 TV로 메뉴판을 보니 대체적으로 금액이 기존 유명한 카페보다는 저렴해 보였다. 그래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1,400원 1잔을 먹기 위해 우리 부부는 무인카페에서의 첫 셀프 커피 주문을 시작했다.
다행히 매장 안에는 이른 시간이라서 사람이 없었다. 역시 무인카페는 24시간 운영을 하니 이런 점은 큰 강점인 것 같다.
먼저 무인카페 이용안내를 열심히 읽었다. 실수를 안 하기 위해서.. 간단한 것 같지만 간단할 것 같지 않은 긴장감이 흘렀다.
1. 커피머신 터치화면에서 메뉴를 선택
2. 결제하기 > 카드 or 페이 선택 결제 > 완료 확인
3. 컵 디스펜서에서 컵 빼기 (아이스컵 or 핫컵)
4. 아이스 음료는 제빙기에서 얼음부터 받은 후 선택 메뉴 머신 앞에 컵을 놓기
5. 핫 음료는 음료 투출구에서 컵 바로 놓기
6. 음료가 완전히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
7. 주의사항... 쩜쩜쩜.....
우선 1번 2번까지는 무탈히 지나갔다. 하지만 저기 커피머신 1번을 보라. 저 매뉴얼을 봐도 긴가민가 했던 것이 여기 주인장이 따로 상세히 안내를 한 코팅된 추가 가이드가 보이는가?
첫 번째 해프닝이 일어났다. 원하는 아메리카노를 누르고 결제 화면에 가서 카드 결제를 하려 하는데 카드 넣는 구멍이 안보였다. 기계 오른쪽 위에 있는데... 너무 긴장을 한 것일까? 밑에 페이 결재를 하는 깜빡 거리는 LED 불빛 쪽에만 눈이 가서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건가? 페이로 결재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대기시간이 지나가버렸다.
다시 카드 투입구를 재차 확인 후 이제는 커피를 뽑아 먹을 수 있겠구나 하고 카드 결제를 완료했다.
이때 두 번째 해프닝이 벌어졌다.
커피머신 옆에 컵이 나오는 기계(컵 디스펜서)에서 컵이 탈칵하고 나왔다. 나는 그 컵을 매뉴얼 절차로 컵을 들어 커피 머신에 옮기려 했는데.....
아내가 등짝을 때리면서 컵을 왜 빼냐고? 커피 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라면서 한마디 두 마디 했다. 사람이 습관이 무서운 것 같다. 일반 동전 커피자판기에는 컵이 나오고 이내 커피가 쫄쫄 나오니 말이다.
무사히 아내의 쓴소리를 듣고 나는 컵을 커피머신에 옮기고 커피를 내려받았다. 휴~~~
2가지 해프닝으로 중년의 우리 부부는 한숨을 쉬며, 바로 옆 마무리하는 공간에서 컵에 뚜껑을 덮고 매장을 나왔다.
맛집과 카페 이야기에 대한 글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었다. 젊은 세대 및 젊은이? 들에게는 웃픈 상황이 지만 아무도 없었기에 자연스러웠어! 하면서 매장을 나와서 멋지게 커피잔을 들고 산책 마무리를 했다. ^o^
촌구석 아파트 동네에서 멋지게 생긴 24시간 무인카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점은 24시간을 해서 커피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음료를 늦은 저녁과 이른 새벽에도 찾아가서 먹을 수 있다.
나쁜 점은 처음이 어렵다. 조금 센스 있는 중년이 아니라면 무서워서 못 갈 것 같다. 장년, 노년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구경도 안 하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