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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Nov 28. 2020

철밥통의 굿모닝 편지_장어

장어가 올라와 가만히 드러눕다

굿모닝~♡

동그란 테이블
사각으로 파인 구멍에
철판을 차려입은 까만 참숯이
조각조각 뒹굴뒹굴하면서
벌겋게 익어가면
뼈를 발라낸 장어가 올라와
가만히 드러눕는다

참숯불에 구워진 시간이
손가락 까딱까딱 꼽는 동안
아래 틈으로 불어오는
가느다란 바람의 성화에
못 이겨
빨갛게 달궈진 참숯이 화를 내면
두서넛 번 뒤척이던 장어가
감춰둔 습기를 뽀글뽀글
뱉어낸다

실컷 성질내던 참숯이
잿빛 화를 삭이고
아랫 바람이 잠잠해지면
예닐곱 번 돌아눕던 장어는
지글지글 노릇노릇
맛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가위를 맞이할 준비가 끝난다

집게와 가위로 예쁘게
단장한 장어가
다닥다닥 세로로 줄 서서
식감을 뽐내면
꼴깍꼴깍 침 삼키며 기다리던
야채와 소스가
잽싸게 낚아채 꽁꽁 싸매어
마파람에 개눈감추 듯
순식간에 입으로 말아 넣고
오물오물 씹는 입감에
담백한 장어 향기 물씬 배어
무릉도원을 만든다

차가운 환절기에 건강을 해치기
쉬운데 맛있는 보양식으로
건강도 챙기고
행복도 즐겨보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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