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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Dec 08. 2020

철밥통의 굿모닝 편지-생일

혼자 부른 축가

굿모닝~♡

아홉 개 초를 머리에 꽂은
조그만 케이크가
상 위에 앉아
90세 아버지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몸단장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지난해 이맘때쯤
머나먼 이별로 자리를 떠나고
2단계로 높아진
사회적 거리두기는
가족이 모일 수 없다고 엄포를 놓아서
아버지와 둘만의 조용한 파티를
준비하였습니다

기다란 봉을 두른 밤색 성냥이
힘을 불끈 쏟아
아홉 개의 양초에 불을 붙이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
축하의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생일 축하합니다
~~~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
~~~ 축하합니다'
혼자서 부른 생일 축가가
흔들리는 촛불에 녹아
말없이 연기로 사라져 갑니다

'훅  훅~~~'
90세 아버지가 촛불에 입바람을
불어 보지만 90살 촛불은
쉽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마지막 연기에 외로운 미련을
남겨 앙탈을 부리는 듯합니다

아홉의 촛불은 꺼지고
90살 고독은 둘만의 박수로 사라져 가지만
지금껏 살아온 삶의 무게는
갈매기 주름으로
이마에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기는 듯합니다

'아버지~♡
한 개 남은 불꽃처럼 쉬이 스러지지 마시고
건강하게 사시다가
가고 싶을 때
가고 싶은 곳으로
편하게 가세요
그때까지는 제가 다 해드릴게요'
마음속으로 가만히 빌어봅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오늘부터 기온이 내려간다고 하는데
부모님은 혹시 추위에 괜찮으신지
한 번 살펴보는 마음 고운
하루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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