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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Dec 03. 2020

행인 맛점_낙지 비빔밥

행복을 잔뜩 볶아낸다

행인 맛점_낙지 비빔밥

'탕탕탕' 도마 소리 요란하다
주방에서 뭔가를 쪼는 소리가
시끄럽게 야단을 떠는데
요리를 시켜놓고 기다림은
궁금하다

까만 김가루 뒤집어쓰고
흰쌀밥 밑밥 깔아
잘게 으깬 낙지에
참기름, 토하젓, 고추장 넣고
싹싹 비비면 낙지 비빔밥이 된다



낙지 비빔밥에는 얼큰한 바지락 국물이 최고다
청양고추 쏭쏭 썰어 물에 풀고
바지락 깨끗하게 해캄 시켜
몇 개 넣고
팔팔 끓이면 매콤하면서
담백한 맛이 몇 달 전에 마신
주독마저 해독시키는 듯하다

부지런 떨던 수다도
옥신각신 하던 이김 질도
모두 침묵하고
딸그락 거리는 수저 부딪치는
소리와 사각거리며 김치 씹는
내음만이 고독한 흡입자의
주위를 맴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얼얼한 매콤함이 혀를 녹이면
환한 미소가 얼굴을
지긋하게 눌러
행복을 잔뜩 볶아낸다
맛있다

행인 맛점: 행복한 인생 맛있는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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