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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y 16. 2022

작약의 일대기

벌의 혀는 탁이 되어

굿모닝~♡


작약이 어릴 때 꽃봉오리가

맺히면

줄탁동시의 인연인 듯

꿀벌이 날아올라 팽창된 시간에

혀를 꽂는다

감춰진 꽃잎은 줄이요

벌의 혀는 탁이 되어

진분홍 작약이 세상에 나올

길을 만든다


줄탁의 인연은 보드라운 꽃잎의

잠을 깨우고

눈부신 햇살로 말끔히 몸단장을

끝낸 작약꽃은

배시시 웃음으로

사랑길 마중을 나간다

해가지면 꽃잎 닫고

해가 뜨면 활짝 꽃잎을 펼치는

볕바라기

작약은 사랑을 오므려 키운다


후드득후드득 빗방울 굵게

떨어지면

오므려 키우는 사랑이 젖을까 봐

작약은

펼쳐놓았던 꽃잎 곱게 접어

사랑을 덮는다

몽글몽글 내리던 빗방울 그치면

미처 구르지 못한 물방울

긁어모아

접힌 꽃잎 여기저기를 문질러

사랑의 더위를 식힌다


작약이 몸을 활짝 열어 볕을 쬐면

황금빛 수술이 둘레 쳐 망보고

수줍음 많은 암술

두리번두리번 망설이다

슬며시 옷을 벗으면

가려운 곳 긁는 척 다가온 꿀벌 녀석

한발 슬쩍 담가

단물 빨아내고 홀쭉해진 주머니에

사랑을 옮겨 넣는다

함박 웃는 꽃 작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암술의 개수가 다르기도 하고

암술의 꽃 색깔에 따라

꽃잎의 진함도 반대로 다르며

암술이 노랑이면 꽃잎의 진분홍이 짙다

작약지증, 남녀가 사랑의 증표로

자주 선물하는 작약은

여러 개가 피어 꽃천지를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꽃이다


밤새 덮어놓은 꽃잎

볕바라기로 열어보면

꿀벌이 옮겨놓은 주머니에 불이 붙어

알콩달콩 소곤대며 사랑을 키우고

튼실해진 열매에 붉은 갓 익어가면

노랑의 수술은 지워져

추억으로 녹아지고

분홍 꽃잎 하나 둘 떼어내며

사랑이 완성된 작약은 훌륭한 왕관을 쓴다

함박꽃 작약은 벌의 줄탁동시 인연에

꽃잎을 끄집어내고

볕바라기로 꽃잎을 열며

꿀벌의 노략질에 사랑을 옮기고

함박꽃으로 함께 살아가며

사랑을 완성하면 꽃잎을 온전하게 벗는데

왕관 쓰고 나타난 작약이 예쁘고 대견스럽다

작약이 좋다


어린 작약은 비를 맞아도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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