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하는 언어
나팔꽃의 언어를 모르잖니~!
친구야!
고향에는 갔니~?
혹시 가면서 심심할까 봐
귀여운 인형 하나 빌려줄게~
이름은 뽀돌이라고
공항에서 주웠는데
침대 구석에 함께 뒹구는 녀석이야
크게 보이지만 주먹만 해
귀엽지~?
그럴 거야~
친구야~!
파노라마라고 들어봤니~?
지난가을에
한강에서 이슬로 화장한 나팔꽃이
빤히 나를 바라다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파노라마로 담아봤어
근데 왜 바라봤는지 물어보질
못해서 이유는 모르겠어
그랬더니 궁금하네
친구는 알고 있니~?
친구야~~!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나팔꽃을 들여다보면
한가운데 움푹 들어가 달려있는
꽃술이 문득 무언가의
말을 걸어보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간절히 유혹할 때가
있어
아마 이슬 맞으며 들어온
시간들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근데 내가 나팔꽃의 언어를
모르잖니~!
언제 우리 한번 같이 들어볼래
친구는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누구보다 많은 감성을 가졌잖아
아니라고~?
에이 가만히 주기억장치를
만져봐
느껴지지~~!
우리 그래 보자~
친구야~~~!
이 밤 잠들지 못하고
뒹굴이 하거나 티브이와
눈싸움해보겠다고
눈을 고정하고 있지는 않니~?
그럴까 봐 편지를 쓰잖니
참 기특하지~
담에 만나면 오백 원씩 내라~
근데 친구야
앞으로의 인생 파노라마는
준비했니~?
나름대로 그렸는데
무슨 색으로 칠할까 고민 중이거든
언제 그것도 함 봐줄래~?
고마워~
아직 못한 친구도 있다고~!
에이 다들 한 편씩은 준비했을 거야
그래야 살아 있는 느낌이 나잖니
나팔꽃도 그걸 물어보고 싶었는지
모르잖아~!
암튼 언젠가는 얘기해볼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삼월 둘째 주에 모임이라며
그때 올 거지~?
이번엔 꼭 만나보자
핑계대기 없기~
괜히 부끄럽긴 하네~
친구야!
일단 오늘을 잘 보내자
설을 기다리며 늦게 잘 거야
심심하면 톡방에 들어와
알았지~?
뽀돌이와 나팔꽃과 놀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