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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4. 2016

가슴으로 하는 언어

나팔꽃의 언어를 모르잖니~!

친구야!

고향에는 갔니~?

혹시 가면서 심심할까 봐

귀여운 인형 하나 빌려줄게~

이름은 뽀돌이라고

공항에서 주웠는데

침대 구석에 함께 뒹구는 녀석이야

크게 보이지만 주먹만 해

귀엽지~?

그럴 거야~

친구야~!

파노라마라고 들어봤니~?

지난가을에

한강에서 이슬로 화장한 나팔꽃이

빤히 나를 바라다보고 있는 거야

그래서 파노라마로 담아봤어

근데 왜 바라봤는지 물어보질

못해서 이유는 모르겠어

그랬더니 궁금하네

친구는 알고 있니~?

친구야~~!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나팔꽃을 들여다보면

한가운데 움푹 들어가 달려있는

꽃술이 문득 무언가의

말을 걸어보고 싶어 하는

표정으로 간절히 유혹할 때가

있어

아마 이슬 맞으며 들어온

시간들을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

근데 내가 나팔꽃의 언어를

모르잖니~!

언제 우리 한번 같이 들어볼래

친구는 알아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누구보다 많은 감성을 가졌잖아

아니라고~?

에이 가만히 주기억장치를

만져봐

느껴지지~~!

우리 그래 보자~

친구야~~~!

이 밤 잠들지 못하고

뒹굴이 하거나 티브이와

눈싸움해보겠다고

눈을 고정하고 있지는 않니~?

그럴까 봐 편지를 쓰잖니

참 기특하지~

담에 만나면 오백 원씩 내라~

근데 친구야

앞으로의 인생 파노라마는

준비했니~?

나름대로 그렸는데

무슨 색으로 칠할까 고민 중이거든

언제 그것도 함 봐줄래~?

고마워~

아직 못한 친구도 있다고~!

에이 다들 한 편씩은 준비했을 거야

그래야 살아 있는 느낌이 나잖니

나팔꽃도 그걸 물어보고 싶었는지

모르잖아~!

암튼 언젠가는 얘기해볼

기회를 만들어 보자고

삼월 둘째 주에 모임이라며

그때 올 거지~?

이번엔 꼭 만나보자

핑계대기 없기~

괜히 부끄럽긴 하네~

친구야!

일단 오늘을 잘 보내자

설을 기다리며 늦게 잘 거야

심심하면 톡방에 들어와

알았지~?

뽀돌이와 나팔꽃과 놀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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