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굿모닝~
모처럼
영어를 썼더니 발음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네~
친구는 여전히 잘되지~?
눈을 감았다 뜨면
아침이 되었는데
오늘은 일어나서 몇 번의 눈을
깜박임과 뒹굴거림이
지난 후에야 아침이 되더라고
왜 그런지 알겠지~?
친구야~!
어떤 꽃을 좋아하니~?
난 나팔꽃을 참 좋아해~
처음엔 몰랐는데
사진으로 담아보니
어느덧 내가 나팔꽃을 좋아하고
있더라고~
왜 좋아하냐고~?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예쁘더라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여름날 초등학교 울타리에
피어있는 나팔꽃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지 않겠어
얼른 핸드폰을 꺼내어 그 모습을
렌즈에 담아와 가만히
들여다보니 거기에서 선녀가
빙긋 웃고 있는 거야
거짓말이라고~?
에이 한번 자세히 들여다봐~
보이지~?
벌써 다른 곳으로 숨었나~~
친구야~~!
빗물에 녹아 있는 진분홍 나팔꽃이
지금 막 세수하고 나온 듯
물기 몇 방울 얼굴에 묻히고
수줍은 듯 잎을 85도 각도로
들어 올려
살포시 미소 짓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아직도 눈에서 지워내질
못하고 있거든~
근데
그렇게 예쁜 색깔을 어떻게
뽑아낼 수 있을까~!
한번 봐봐
선홍빛 고움이 녹아 있는 것 같아
마치 신의 물방울을
빠레트에 곱게 받아 붓으로
그려 놓은 듯 선명하잖아~!
어쩌면 내 마음이 선분홍
빛을 발하는지도 모르겠어
원래 꽃은 투명한데
빛의 투과 방향에 따라
색이 보인다고
꽃의 유혹이란 책에 쓰여있거든
친구야~~~!
어떤 색을 좋아하니~?
그 색을 마음에 담아봐
희망, 사랑, 행복, 꿈, 바람의
색깔이 있다면
오늘은 어떤 색으로
마음을 색칠해서 나가고 싶니~?
마음에 드는 색으로 골라봐
어느 것도 어울릴 것 같다
난 오늘은 바람으로 색칠하고
나가볼 생각이야
왠지 그게 어울릴 거 같거든~
아님 몇 개의 색을 더 끄집어
내놓을까~~?
외로움, 슬픔, 까칠함, 고독, 우울
이런 색으로 말이야~~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지~?
친구야~~~~!
오늘은 많이 춥다고 그러더라
따뜻하게 감싸고 외출했음
좋겠어
근데
나팔꽃은 빗방울 몇 개로
화장을 참 잘하는 거 같지 않니~!
어쩜 저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발라놓을 수 있을까~
티브이에서 처럼
스킨을 양손에 가득 채워
얼굴을 치듯이 바르면
이런 아름다움이
연출될 수 있을까~?
한번 따라다니며 배워볼 생각이야
친구야~~~!
어렵사리 철 파이프 속에서
피어 나온 나팔꽃이 보이지~?
반갑다며 안녕~!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깨물어주고 싶더라니까~
그래서 담아왔거든
어때 실력이 괜찮아 보이지~?
친구야~~!
혹시 부끄러움 타는 꽃을
본 적이 있니~?
꽃도 수줍음을 많이 타더라고
말도 안 된다고~?
거짓말 아니거든요~
한번 봐볼래~?
살며시 친구 등 뒤에 숨어서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살짝 고개만 내밀고 있는 꽃도
나름 정겹더라고
친구야~!
근데 꽃도 아름답지만
결국 어떤 마음으로 그 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움의 강도가 다르더라고
마음의 깊이에 따라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의 양이 다르다는 얘기
오늘은 어떤 마음을
챙겨서 나갈 거니~?
친구야!
우리 춥더라도 마음만은
가볍고 밝게 해서 나갔으면 좋겠어
그래야 예쁜 세상을 볼 수 있거든
그래 줄 수 있지~?
약속했다~
그럼 오늘을 열심히 살아보자고
파이팅~
에구구 잔소리가 너무 길었지~?
요즘 들어 나잇살이 느나 봐
입만 살아난다
봐줄 거지~~
대신 나팔꽃 몇 송이
더 내놓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