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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4. 2016

이쁘다~!

선녀가 빙긋 웃는 모습을

친구야!

굿모닝~

모처럼
영어를 썼더니 발음이 제대로

돌아가질 않네~

친구는 여전히 잘되지~?

눈을 감았다 뜨면

아침이 되었는데

오늘은 일어나서 몇 번의 눈을

깜박임과 뒹굴거림이

지난 후에야 아침이 되더라고

왜 그런지 알겠지~?

친구야~!

어떤 꽃을 좋아하니~?

난 나팔꽃을 참 좋아해~

처음엔 몰랐는데

사진으로 담아보니

어느덧 내가 나팔꽃을 좋아하고

있더라고~

왜 좋아하냐고~?

그건 나도 잘 몰라

그냥 예쁘더라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여름날 초등학교 울타리에

피어있는 나팔꽃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지 않겠어

얼른 핸드폰을 꺼내어 그 모습을

렌즈에 담아와 가만히

들여다보니 거기에서 선녀가

빙긋 웃고 있는 거야

거짓말이라고~?

에이 한번 자세히 들여다봐~

보이지~?

벌써 다른 곳으로 숨었나~~

친구야~~!

빗물에 녹아 있는 진분홍 나팔꽃이

지금 막 세수하고 나온 듯

물기 몇 방울 얼굴에 묻히고

수줍은 듯 잎을 85도 각도로

들어 올려

살포시 미소 짓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던지

아직도 눈에서 지워내질

못하고 있거든~

근데

그렇게 예쁜 색깔을 어떻게

뽑아낼 수 있을까~!

한번 봐봐

선홍빛 고움이 녹아 있는 것 같아

마치 신의 물방울을

빠레트에 곱게 받아 붓으로

그려 놓은 듯 선명하잖아~!

어쩌면 내 마음이 선분홍

빛을 발하는지도 모르겠어

원래 꽃은 투명한데

빛의 투과 방향에 따라

색이 보인다고

꽃의 유혹이란 책에 쓰여있거든

친구야~~~!

어떤 색을 좋아하니~?

그 색을 마음에 담아봐

희망, 사랑, 행복, 꿈, 바람의

색깔이 있다면

오늘은 어떤 색으로

마음을 색칠해서 나가고 싶니~?

마음에 드는 색으로 골라봐

어느 것도 어울릴 것 같다

난 오늘은 바람으로 색칠하고

나가볼 생각이야

왠지 그게 어울릴 거 같거든~

아님 몇 개의 색을 더 끄집어

내놓을까~~?

외로움, 슬픔, 까칠함, 고독, 우울

이런 색으로 말이야~~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지~?

친구야~~~~!

오늘은 많이 춥다고 그러더라

따뜻하게 감싸고 외출했음

좋겠어

근데

나팔꽃은 빗방울 몇 개로

화장을 참 잘하는 거 같지 않니~!

어쩜 저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발라놓을 수 있을까~

티브이에서 처럼

스킨을 양손에 가득 채워

얼굴을 치듯이 바르면

이런 아름다움이

연출될 수 있을까~?

한번 따라다니며 배워볼 생각이야

친구야~~~!

어렵사리 철 파이프 속에서

피어 나온 나팔꽃이 보이지~?

반갑다며 안녕~!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깨물어주고 싶더라니까~

그래서 담아왔거든

어때 실력이 괜찮아 보이지~?

친구야~~!

혹시 부끄러움 타는 꽃을

본 적이 있니~?

꽃도 수줍음을 많이 타더라고

말도 안 된다고~?

거짓말 아니거든요~

한번 봐볼래~?

살며시 친구 등 뒤에 숨어서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살짝 고개만 내밀고 있는 꽃도

나름 정겹더라고

친구야~!

근데 꽃도 아름답지만

결국 어떤 마음으로 그 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아름다움의 강도가 다르더라고

마음의 깊이에 따라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의 양이 다르다는 얘기

오늘은 어떤 마음을

챙겨서 나갈 거니~?

친구야!

우리 춥더라도 마음만은

가볍고 밝게 해서 나갔으면 좋겠어

그래야 예쁜 세상을 볼 수 있거든

그래 줄 수 있지~?

약속했다~

그럼 오늘을 열심히 살아보자고

파이팅~

에구구 잔소리가 너무 길었지~?

요즘 들어 나잇살이 느나 봐

입만 살아난다

봐줄 거지~~

대신 나팔꽃 몇 송이

더 내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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