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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ug 13. 2024

상사화

기다림을 즐기는지

굿모닝~♡


가냘픈 꽃대 길게 뽑아 올려

조용히 피어나

붉은 삶 부끄러운 듯 슬며시 웃던 상사화


어느 날

그늘진 나무 아래

전망대 마냥 혼자 올라온

기다란 꽃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보는 이 없자

저고리 옷고름 슬쩍 풀고

더위를 식히는데

궁금해진 나무 그늘

살랑살랑 간지럼 태우니

감춰둔 식구들 주섬주섬 꺼내어

주렁주렁 꽃으로 내어놓은 듯합니다


간소하게 태어나 얼키설키 살아가는 꽃

상사화

만남을 피하는지

기다림을 즐기는지

꽃잎 없이 홀로 피어나 홀로 자람에

지쳤는지

그 붉던 입술 연한 분홍으로

닳아진 듯합니다


가만가만히 고독하게 피어난 꽃

상사화

외로움이 그리웠는지

여섯 암술

수술 하나 곱게 길러

노란 속살 다 드러내고

어렵게 모여든 꽃송이 뭉터기 뭉터기로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듯합니다


서로 부대끼며 응원하며 살아가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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