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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9. 2016

마음속 연필이 뭉뚱그려서

마음이 낡아서

친구야!

오늘 아침은 눈이 조금 일찍 떠져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고 있다가

문득 친구가 생각나서

이렇게 편지를 써본다

어제 몇몇 친구들이 종로에서

번개를 맞는다더니

재미는 있었는지 모르겠다.    

친구야~!

붉은 원숭이해, 연초의 다짐은

잘 지켜지고 있니~?

이제 우리 인생의 한가운데를

향해 한 뼘쯤 더 움직였잖아

그래서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잖아

술을 한잔씩만,

한 번씩만 줄여 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까지는 잘 지켜지는 것

같아서 좋구나

친구는 어때~~?

걷기도 자주 하고 싶은데

날씨가 차가우니

몸이 먼저 망설여져

자꾸만 게을러지려고 해서

달래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

친구가 응원해 줄 거지~!

아싸~~    

친구야~~!

갈수록 머리가 낡아져

마음을 제대로 뽑아서 톡에다

담을 수가 없다~~

멋진 편지를 쓰기보다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가져오고

싶은데

마음속에 있는 연필이 뭉뚱그려

졌나 봐

올해는 새롭게 깎는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요번엔 마음이 낡아서

헥헥거리는구나

친구는 괜찮지~?    

친구야~~~?

그제 담았다며

지리산 천왕봉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친구도 지리산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저기 아래쪽 우리들의 고향이

있는 곳이잖아~~!

하얗게 쌓인 눈들이

서로가 무겁다며 엉켜서

말 타기를 하고 있는데

가장 밑에 깔린 소나무가

더 괴롭다고 아우성이다

얼마나 춥겠니~!

친구야

내 마음에도

혹시 눈이 내렸나 들여다봤더니

글쎄, 어마어마한 두께로

쌓여 있는 거야~

그동안 차갑지는 않았니~?

그래서 오늘부터

마음의 눈을 치워볼까 해

그런데 치우는 방법을 몰라서

답답하다.

혹시 방법을 알면 가르쳐 줄래~!

일단은 뜨거운 방바닥에

몸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단다.    

친구야~~~~!

오늘부터 많이 춥다고 했거든

옷을 따시게 입고 나가라

눈에 덮인 마음이 얼지 않도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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