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오늘 아침은 눈이 조금 일찍 떠져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고 있다가
문득 친구가 생각나서
이렇게 편지를 써본다
어제 몇몇 친구들이 종로에서
번개를 맞는다더니
재미는 있었는지 모르겠다.
친구야~!
붉은 원숭이해, 연초의 다짐은
잘 지켜지고 있니~?
이제 우리 인생의 한가운데를
향해 한 뼘쯤 더 움직였잖아
그래서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잖아
술을 한잔씩만,
한 번씩만 줄여 보는 것이
목표였는데
아직까지는 잘 지켜지는 것
같아서 좋구나
친구는 어때~~?
걷기도 자주 하고 싶은데
날씨가 차가우니
몸이 먼저 망설여져
자꾸만 게을러지려고 해서
달래고 있는데 쉽지가 않아~~
친구가 응원해 줄 거지~!
아싸~~
친구야~~!
갈수록 머리가 낡아져
마음을 제대로 뽑아서 톡에다
담을 수가 없다~~
멋진 편지를 쓰기보다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가져오고
싶은데
마음속에 있는 연필이 뭉뚱그려
졌나 봐
올해는 새롭게 깎는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요번엔 마음이 낡아서
헥헥거리는구나
친구는 괜찮지~?
친구야~~~?
그제 담았다며
지리산 천왕봉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는데
친구도 지리산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저기 아래쪽 우리들의 고향이
있는 곳이잖아~~!
하얗게 쌓인 눈들이
서로가 무겁다며 엉켜서
말 타기를 하고 있는데
가장 밑에 깔린 소나무가
더 괴롭다고 아우성이다
얼마나 춥겠니~!
친구야
내 마음에도
혹시 눈이 내렸나 들여다봤더니
글쎄, 어마어마한 두께로
쌓여 있는 거야~
그동안 차갑지는 않았니~?
그래서 오늘부터
마음의 눈을 치워볼까 해
그런데 치우는 방법을 몰라서
답답하다.
혹시 방법을 알면 가르쳐 줄래~!
일단은 뜨거운 방바닥에
몸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단다.
친구야~~~~!
오늘부터 많이 춥다고 했거든
옷을 따시게 입고 나가라
눈에 덮인 마음이 얼지 않도록~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