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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7. 2016

나뭇잎이 쓴 편지

내 술 한잔 받게나

친구야~!

일요일에 뒷동산으로 산책을 갔는데

나뭇잎 하나가 부르지 않겠어~

"어이~젊은이 잠시 이리 와보게나"

그래서 나뭇잎 앞에 쭈그리고 앉아

귀 기울이니

인생이 막 기어 나와서는

나뭇잎을 돌돌 말아서 술잔을 만들더니

"젊은이 내 술 한잔 받게나" 하길래

얼떨결에 그 잔을 “쑥” 내밀었거든

무언가가 쪼르륵하면서

따라지는데

"내가 외로워서 그러니까

나랑 송년회 건배 한번 해주게나" 하더라고

"네 하세요." 했더니

"내가 2015년 하면

자네는 ‘끝’ 해주게" 하는 거야

그래서 건배를 하고 잔을

들어마셨는데~~    

친구야~!

깜짝 놀라지 마~

글쎄 내가 지나온 인생이 스크린처럼

굴러 나오는 거야

그러고 보니 바로 옆에

구멍이 숭숭 뚫린 잎사귀가

하나 더 있더라고

그래서 카메라에 담아왔거든

보여줄게 봐봐~


친구야~~!

인생은 진지한 거잖아

혹시 지난 시간을 제대로 살지 못했다면

나머지는 멋지게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상처 잎은 잎사귀가 되지 말고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도록

멋지게, 재미나게, 행복하게

살아보자

약속할 수 있지~?

약속했다~    

친구야~~~!

에구야

한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늦잠이다

삶을 굴러가는 기차는 다양하지만

오늘 마지막으로 겨우 행복열차에 올랐단다.

근데 있잖아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내게 생긴 거야~

뭐냐고 물어도 안 가르쳐 줄 거야

비밀이거든

직접 경험해봐

알것제~~?    

친구야~~~~!

내일이면 잊어버릴까 봐

미리 써본다

좋은 시간들 보내고 내일 보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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