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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07. 2016

눈을 비누로 씻다.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친구야!

주말은 뭐하고 보냈니~?

아유~

침대가 내 등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당최 떨어지질 않는 거야

그래서 이틀 동안 짊어지고

살다가 올라가는 열차에

몸을 맡긴다.

침댈 떼어 놓느라고 힘들었다야~

친구야~!

플랫폼에서 일어난 일인데

사촌끼리나 되나 봐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들인데

열차가 들어오자 떠나는 아이가

간직하고 싶다며 상대 아이

머리카락을 한올 뽑아 가는 거야

글쎄 언제까지 보관할지는

몰라도 생각은 기특하더라고

혹시 친구는 그런 추억이 있니~?

없으면 지금부터라도 만들어봐

참고로 내 머리카락은 뽑을 만큼

길지도 않고 숫자도 없으니까

알아서들 하라고~~

친구야~~!

세상에서 가장 예쁜 눈을 본적

있니~?

없음 한번 봐봐~

이렇게도 사진을 담는 방법이

있더라고~

참 깨끗하단 생각이 들어서

닮고 싶은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사진이거든~

내 눈은 이니야~

세파에 찌들어 많이 흐려졌거든

눈은 마음을 들여다보는 창이라고

했는데 요즘 들어 많이 침침하다

그래서 관리에 들어갔는데~

마음을 닦아내야 눈이 깨끗해지려나 봐

누구 내 마음 좀 닦아줄 친구 없니~~?

ㅎㅎ 없나 보네~

그래도 괜찮아 우린 친구니까~!

요즘 우리 친구 중에 눈이

많이 아파가는 친구가 있거든

교회 다니는 친구는 기도 좀 해줘라

빨리 완쾌되어 달라고

알았지~~!

친구야~~~!

눈 이야기가 나오니까 생각나는

꽃이 있네

달개비 꽃이라고~

비 온 뒤 홀로 피어 있는 모습이

어찌나 고혹적이던지

한번 담아봤거든

함 봐줄 수 있지~?

연푸른 얼굴에 흐린하얌을

몇 줄기 화장으로 그려낸

민낯에 투명의 빗방울 두어 모금

묻혀서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다니까~!

예쁘지 않니~?

친구야~!

달개비 꽃은 꽃송이가 눈인 것 같아

활짝 웃는 눈웃음이 얼마나

진솔하던지~~

가냘픈 줄기를 손으로 뻗어내

한 뼘 옆 친구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았단다.

근데

제2롯데 월드를 카메라로

담고 있는 눈들이

함께 오버랩되는 것은

깨끗한 아름다움이

통한다는 이야기겠지~~

친구야~~!

우스운 얘기지만 나도

이쁜 눈이 되어보려고 비누로

두 번이나 세수를 했거든

근데 눈을 비누로 씻을 수가

없는 거야

눈이 자동으로 감기더라고

덕분에 얼굴만 뽀송뽀송 해졌네~

친구야!

두서없는 글 미안해~

오늘이 점점 밤 속으로 들어간다.

나도 그 어둠을 솎아내며

차곡차곡 시간을 접고 있다

그렇게~

또 그렇게

하루가 잠들려고 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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