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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10. 2016

노란 방귀

봄이 노랗게 시작된다

친구야!

산수유나무가 꽃을 내었다

한번 봤니~?

겨우내 딱딱한 가지 속에

감춰뒀던 노란 싹을

어느 날 갑자기 풀어놓았다

친구야~!

갈색의 겨울 가지에 갇혀있었던

꽃은 얼마나 가슴이 설레었을까~!

초등학교 어린 시절 소풍 가는

전날 밤을

뜬눈으로 기다리던

설렘만 했을까~?

모처럼,

정말 오랜만에

도시락 뚜껑을 열면

큼지막한 달걀프라이가

''하니 밥 위에 올려져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소풍 가던 날을

산수유의 어린싹이 기억하고

있을까~!

친구야~~!

꼬불꼬불 신작로 먼지를 둘러쓰고

조막 걸음 걸어서 가던

그 소풍길이

기다리던 설렘을

고통으로 갉아먹던

어린 추억이

산수유 노란 싹에서 스멀거림은

아마도

하천가에 피었던 노란

양미역취의 모습에서

고향을 읽었던 모양일 거야~~

친구야~~~!

산수유꽃이 갈색의 꽃망울을

벌리고

별처럼 '' 하고 삐져나오면

순간,

노란 향기가 겨울을 씻어낸다

봄이 노랗게 색을 입는다

아~~

그래서 봄이 노랗게 시작하는가 보다

친구야~!

혹시 봄이 방귀 뀌는 소리를

들어봤니~?

산수유 꽃의 달콤한 향기가

봄이 남겨놓은 방귀가 아닐까~!

그런데

우리가 어렸을 때 방귀는 뀌었을까~!

전혀 기억이 없네~

요즘은 지하철 흔들림에

소리를 숨기고 살짝 풀어놓다가

향기를 감출 수 없어

얼굴 빨개지는 시치미

땐 적이 가끔은 있는데~~

친구는 그런 적이 없다고~~!

에이 솔직해질 필요는 있지요

봄은 지울 수 없는 노란 향기를

풀어놓고도

오히려 당당하니

뻔뻔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향기가 좋으니

그냥

봐주자~

친구야~~!

봄이 산수유꽃 꼬투리를 만지며

일어선다

우리가 따뜻한 마음으로

손 잡아줄까~?

그럼 우리도 노랗게 웃을 수도

있잖니~

우리들 마음속에 봄을 담고

노랗게 웃어볼 수 있도록

그렇게

또 그렇게

봄을 키워보자

그러자고

산수유 꽃을 담았다

예쁘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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