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산수유나무가 꽃을 내었다
한번 봤니~?
겨우내 딱딱한 가지 속에
감춰뒀던 노란 싹을
어느 날 갑자기 풀어놓았다
친구야~!
갈색의 겨울 가지에 갇혀있었던
꽃은 얼마나 가슴이 설레었을까~!
초등학교 어린 시절 소풍 가는
전날 밤을
뜬눈으로 기다리던
설렘만 했을까~?
모처럼,
정말 오랜만에
도시락 뚜껑을 열면
큼지막한 달걀프라이가
'턱'하니 밥 위에 올려져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소풍 가던 날을
산수유의 어린싹이 기억하고
있을까~!
친구야~~!
꼬불꼬불 신작로 먼지를 둘러쓰고
조막 걸음 걸어서 가던
그 소풍길이
기다리던 설렘을
고통으로 갉아먹던
어린 추억이
산수유 노란 싹에서 스멀거림은
아마도
하천가에 피었던 노란
양미역취의 모습에서
고향을 읽었던 모양일 거야~~
친구야~~~!
산수유꽃이 갈색의 꽃망울을
벌리고
별처럼 '톡' 하고 삐져나오면
순간,
노란 향기가 겨울을 씻어낸다
봄이 노랗게 색을 입는다
아~~
그래서 봄이 노랗게 시작하는가 보다
친구야~!
혹시 봄이 방귀 뀌는 소리를
들어봤니~?
산수유 꽃의 달콤한 향기가
봄이 남겨놓은 방귀가 아닐까~!
그런데
우리가 어렸을 때 방귀는 뀌었을까~!
전혀 기억이 없네~
요즘은 지하철 흔들림에
소리를 숨기고 살짝 풀어놓다가
향기를 감출 수 없어
얼굴 빨개지는 시치미를
땐 적이 가끔은 있는데~~
친구는 그런 적이 없다고~~!
에이 솔직해질 필요는 있지요
봄은 지울 수 없는 노란 향기를
풀어놓고도
오히려 당당하니
뻔뻔하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향기가 좋으니
그냥
봐주자~
친구야~~!
봄이 산수유꽃 꼬투리를 만지며
일어선다
우리가 따뜻한 마음으로
손 잡아줄까~?
그럼 우리도 노랗게 웃을 수도
있잖니~
우리들 마음속에 봄을 담고
노랗게 웃어볼 수 있도록
그렇게
또 그렇게
봄을 키워보자
그러자고
산수유 꽃을 담았다
예쁘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