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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r 25. 2016

누룽지

인생은 누룽지를 닮았다

친구야!

누룽지 잘 만들어봐

근데

저 밥알들이 우리를 닮지 않았니~?

누룽지는 제대로 엉켜야

맛이 나잖아~!

저것 봐 빽빽하게 틈이 없이

붙어가는 저 모양이

왠지 꼭 우리를 빼다 박은 거 같지 않니~?


친구야~!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잖아

얼마 만에 한번 만나지만

봤다 하면 반갑고 정겨워

그날은 헤어지기 어렵잖아~

생각만 해도 몸이 근질거리는

것이 꼭 누룽지를 닮았다니까~


친구야~~!

누룽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지

약방의 감초라고  할까~!

우리들을 좌우로 연결해주는 끈

그 끈들을 한 번씩 챙겨보자

끈이 느슨해지면

불량 누룽지가 되거든

알겠지~~?

어제 우리가 만들었던 누룽지를

오늘 하루 끓여봐

진득한 구수함이 가득할걸~~


친구야~!

익어가는 누룽지를 바라보는

저 표정은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자가 누룽지가 되어

한 번쯤 고민해봐~~

친구야!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니~!

난 그냥 원샷이다

모든 시름 한잔 소주에 담아

입안에 털어 넣고

누룽지 한 조각  뜯어 오물거리면

그냥 입에서

인생이 녹아나지 않겠냐~!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한방에 보내는 원샷이다

크 좋다

친구가 있어서 너무 좋다

니도 글제~~

아녀~~

난 두방이 있다고 생각해~~

이렇게 레프트로 쨉을

던진 다음

훅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려야지

너도 왕년에 해봤잖아~?

근데

누룽지에 맞아봤니~?

아~!

그거 맛이 죽여주더구먼

쫀득 거림이

우리의 우정 같더라

나 그 우정에 눈물 나서

죽을 뻔했다야

친구

그렇게 일어나서 말 많이 한 거

처음 봤거든~

결국 어려운 친구 이야기,

모임의 건전성  이야기

참 좋더라

그래서 난

인생은 원, 투

두방이라고 생각해


친구야~!

누룽지를 만들 땐

두 손으로 경건한 마음으로

만드는 거 알제~?

인생의 누룽지나 만들러

가야 쓰겠다

파이팅~~

친구야!

그 거이 아니여

자, 자, 집중하고 잘 들어봐

누룽지는 찬찬히

그것도 낮은 불에서

조곤조곤 눌려야 되는겨

한방이나

두방에 보내버림 너무 싱거워

나가 경험했잖냐~!


친구야~!

인생은 성급하게 눌리는 게 아냐~!

우리의 우정도,

추억도,

바람도

모두 골고루 섞여야

제 맛이 나는 거거든

그러니까

일 년 치 모아놨다가

연말에 한번 나오는 거보다

매번 모임에 나와서

우정을 쌓아 가는 게 좋거든

내 말이 맞제~~?

내가 그래도 너보다

머리가 좋았다는 거

너도 인정은 하제~~?


친구야~~!

누룽지는 큰 불에

한방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앞으로 서서히 익혀보자~!

그래서 어제 좋았다

친구야

오늘도 그 누룽지를 위하여

서두르지 말고 서서히

눌려보자

파이팅~~

친구야!

그만, 그만, 모르면 가만히들 있어

누룽지는 노래를 불러야 나오는

것이여~!

여기 누룽지 한 사발 주소~~


친구야~!

인생은 흥이 있어야  되는겨~

술이 있고, 친구가 있고,

삶이 있어도

재미가 없으면

행복이 오다가도 굽어지거든

제대로 된 행복을

만들려면 한 가지라도 빠지면

안돼~

알겠지~?


친구야~~!

우리가 누룽지 만드는 사람은

아니지만

인생의 누룽지는 제대로

눌릴 줄 아는 사람들이잖아

누룽지는 혼자 만드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만드는 게

재미있고

모양새도 좋잖아~!

우리 인생의 누룽지를

함께 만들어보지 않을래~~


긍께로 재밌는 누룽지를

만들라면

노래를 불러야 써~

노래방에 가자~!


이래서 노래방에 갔거든~~

오늘도 재밌게 만들어보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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