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꽃향기가 김밥을 말다
4월이면 온 동네에 향기로 구수했다
친구야!
4월의 꽃 라일락이 아파트 화단에
다소곳이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길래 꼬셔봤다
아마 다음날 소풍을 간대나 어쩐대나
부지런히 김밥을 말고 있길래
말 상대나 해주면서
하는 깜양을 지켜보니
겨울 내내 굳었던 화단을 들어내어
한강 물에 씻어서 발을 만들고
강남에 다녀온 바람을 햇볕에
데쳐서 이리 뒤적 저리 뒤적
두 번을 뒤집으니
연하게 구워져 김이 된다.
초록의 단풍나무 새싹을 빌려와
김 위에 놓으니 영락없는
시금치가 된다.
햇볕에서 노란빛 두 줄기 길게
빼내어 단무지로 쓰고
저쪽에 놀고 있는 봄을 잡아서
넓게 펼친 후 발을 들어
둥글게 말아 놓으니
자연으로 말은 김밥이 된다
친구야~!
어릴 적 마당 구석에 라일락 꽃나무
한 그루 없었니~?
그때는 집집마다 라일락이 피어
4월이면 온 동네에 향기가
구수 했었는데
기억할 런지 모르겠다.
친구야~~!
라일락은 보라색 꽃봉오리
꽉 다물고 있다가
봄이
사정사정 빌어주면
향기 보자기 살며시 풀어서
하얗게 웃으며
신의 눈물을 냄새로 바꾸는
묘기를 보였었는데
도심 한복판에 그 자태를
드러내 길래
한번 담아봤다
구경들 해봐
친구야~~~!
라일락 향기에서
자꾸만 친구의 얼굴이 나온다.
봄이라는 계절이
감수성을 자극하여
향수를 추억에 젖게 하는 모양이다.
친구야~!
봄이 소풍 가자고 꾀면
엄마 구루무라도 찍어서
바르고 나와라
요즘 자외선이 강해
피부가 상하기 쉽다 더라
정신없이 김밥 싸는 라일락꽃에서
보라색 향기를 몇 개 꺼내어
보내니
필요한 사람은 가져다가 써 봐~!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