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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19. 2016

라일락 꽃향기가 김밥을 말다

4월이면 온 동네에 향기로 구수했다

친구야!

4월의 꽃 라일락이 아파트 화단에

다소곳이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길래 꼬셔봤다

아마 다음날 소풍을 간대나 어쩐대나

부지런히 김밥을 말고 있길래

말 상대나 해주면서

하는 깜양을 지켜보니    


 

겨울 내내 굳었던 화단을 들어내어

한강 물에 씻어서 발을 만들고

강남에 다녀온 바람을 햇볕에

데쳐서 이리 뒤적 저리 뒤적

두 번을 뒤집으니

연하게 구워져 김이 된다.    

초록의 단풍나무 새싹을 빌려와

김 위에 놓으니 영락없는

시금치가 된다.

햇볕에서 노란빛 두 줄기 길게

빼내어 단무지로 쓰고

저쪽에 놀고 있는 봄을 잡아서

넓게 펼친 후 발을 들어

둥글게 말아 놓으니

자연으로 말은 김밥이 된다    

친구야~!

어릴 적 마당 구석에 라일락 꽃나무

한 그루 없었니~?

그때는 집집마다 라일락이 피어

4월이면 온 동네에 향기가

구수 했었는데

기억할 런지 모르겠다.    

친구야~~!

라일락은 보라색 꽃봉오리

꽉 다물고 있다가

봄이

사정사정 빌어주면

향기 보자기 살며시 풀어서

하얗게 웃으며

신의 눈물을 냄새로 바꾸는

묘기를 보였었는데

도심 한복판에 그 자태를

드러내 길래

한번 담아봤다

구경들 해봐    

친구야~~~!

라일락 향기에서

자꾸만 친구의 얼굴이 나온다.

봄이라는 계절이

감수성을 자극하여

향수를 추억에 젖게 하는 모양이다.    

친구야~!

봄이 소풍 가자고 꾀면

엄마 구루무라도 찍어서

바르고 나와라

요즘 자외선이 강해

피부가 상하기 쉽다 더라

정신없이 김밥 싸는 라일락꽃에서

보라색 향기를 몇 개 꺼내어

보내니

필요한 사람은 가져다가 써 봐~!

오늘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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