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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18. 2016

거시기에서 왔는데요

등 좀 긁어도

친구야!

오후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바다가 막 부르는 거야

"어이 어디서 왔노~?"

"네, 저기 거시기에서 왔는데요.

왜 그러세요?"하고 물었더니

바다가 등허리를 척 들이대며

"등 좀 긁어도" 하는 거야~

그래서 어쩌겠니

오후 내내 바다를 긁어주고

지금 막 숙소에 들어왔단다.    

친구야~!

근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더구나

돌아누운 바다의 큼지막한 등판을 긁다 보니

청푸른 바닷물이 손톱에 끼어

올라오고

겨우리와 바람이가 반갑다고

헤헤 웃으며 콧등에 맺히기도 하고

갈매기 소묘는 소싯적 글귀를

박박 문질러대고~

툭 트인 잔잔함이

도심에 찌든 심장을 불러내어

괜찮으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함께 간 동료들의 미소는

추위에 코와 얼굴이 빨가면서도

신세계를 경험한 듯 상기되어

보기에 좋더라고~    

친구야~~!

근데

넓디넓은 등판에 혹이 하나 있길래

사진에 담아봤거든

혹시 여기가 어딘지 맞춰볼래~?

부상으로 컵라면 하나 걸게~    

친구야~~~!

때론 우리가 어디에 서있는지

모를 때가 있지 않니~!

그래서 목적지가 어딘지

분명하게 정해볼 필요가 있겠더라고

올해 이룰 목표들은 정했지~?

아직 이면 이참에 한번

정해봐

마치 넓디넓은 바다에 점하나를

찍어 놓고 어디냐고 물으면

답을 찾기 어려운 것처럼~~!    

친구야~~~~!

어제 봤던 크리스마스트리에

가득 달린 소망을 담아봤거든

하나씩 골라봐

많은 사람들이 소망을 빌어서

곧 차고 넘칠 거야

우리 함께 그 소망에 힘을 보태보자~    

친구야~~

낼 보자~

내 꿈 꾸라는 말은 안 할게~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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