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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21. 2016

튤립이 굴리는 물방울

튤립이 예쁘지~!

친구야!

오후라 노곤하지~?

내 그럴 줄 알고 튤립이를

데리고 왔거든

함께 놀아봐

튤립이 도 할 일 없어 빈둥거리더니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라고~

그래서

친구들 얘기를 했더니

마침 지루하던 참이라고

따라 나서 길래

데리고 왔다

재밌는 이야기들 나눠봐    

친구야~!

소싯적 운동장을 갈고 다니던

그때가 생각나니~?

운동장은 왜 그리도 넓던지

교무실로 불려 갈 때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하루가 지루했었는데

많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우리는 자랐는데

운동장은 졸아 들었는지 작게만 느껴지더라고~

그래도 그때는

자유가 많이 돌아다녔었던 것 같은데

요즘 도심의 운동장은

자유가 갇혀서 인지

갑갑해하는 느낌이 들더라

혹시 네가 가둬둔 것은 아니지~?    

친구야~~!

비좁은 화분에 옹기종기 모여서

바깥세상을 서로 먼저 보겠다고

아우성치는 튤립을 보면

자유가 구속당한

요즘의 운동장 같은 느낌이 든다.

서로 더 높은 곳에서

자유를 잡아 보겠다고

곤지 발로 서다 보니

하루가 지나면

키가 부쩍 자라나는 것이 막 보이잖니~~

친구도

그렇게 생각하지~?    

친구야~~~!

자유로운 공간에 심어진

튤립을 보면

우아한 자태를 여기저기 뽐내어

한껏 여유를 누리는 것을 보니

생각의 구속과 자유가 얼마만큼 중요한지

실감케 하더구나

자세히 한번 봐봐    

친구야~~!

생각을 자유롭게 풀어놓으면

어디든 가볼 수가 있는데

상자에 가둬두면

상자 모양대로 밖에

생각을 못한 갑더라

생각이 지루하지 않도록

재밌게 놀아줘라    

친구야~!

튤립이 비를 맞아

투명한 물방울을 굴리고 있구나

어릴 적 구술치기는

맞추면 따먹는 게임인데

튤립이 굴리는 물방울은

맞추면 하나가 되어

점점 커지는 게임이구나

오후가 반으로 접혀

하루가 줄어들고 있지만

우리도

시간을 열심히 굴려서

행복을 많이 따서 가져가는 하루가

되도록 노력해보자

튤립이 예쁘지~?

참,

그런데 한그루의 빨간색 튤립이 보이지~!

왜 다르냐면

빨간 튤립이 반장이란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있었잖아~!

오늘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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