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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22. 2016

당신의 유혹에 넘어가고 싶다

당신이 이끄는 대로~~

친구야!

가을 공원에 조그맣고 빨간,

사과 닮은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나무를

본 적이 있니~?

애기사과나무라고 들어봤지~!

야~~

그 꽃이 엄청 예쁘더라고

그래서 소중하게 담아봤다

그런데

아무리 살펴봐도

열매랑 매치가 안 되어

친구에게 보여 본다.

비슷한 부분이 있으면

좀 찾아봐 줄래~!    

친구야~!

안감이 하얗고

겉감에 연한 분홍의 자수를

살짝 찍어 바른 여섯 개의 꽃잎으로

네 개의 수술과 이십여 개의

암술을 동그랗게 말아서

푹 감싼 치마를 입고 있는데

어떻게

푸른 열매로 주렁주렁

달렸다가 빨갛게 익어 가는지

상상이 안 되더라고

친구도 그렇지~?    

친구야~~!

애기사과나무 꽃의 어린 모습은

마치 부끄러운 수줍음이

잠을 깨워내지 못하고

정말 어렵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데

하얀 치마로 거듭나는 모습을

볼 때

자연의 능력이 대단하고

옹기종기 모여서 비벼대다

열매로 태어나는 꽃술의 신비가 궁금해서

꽃잎을 들추고 들어가

탄생의 비밀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싶다니까~~

밥은 챙겨서 넣어 줄 거지~!    

친구야~~~!

꽃이 생겨나는 위치가

얼마나 절묘한지 한번 볼래

괜히 잘생긴 줄기의 한 틈을

살짝 비집고 나오기도 하고

맹아의 기다란 끝에 슬며시

올라앉아 톡 하고

꽃망울을 뽑아내기도 하고

생채기에 몸을 박고

마치 아픈 영혼을 밀어 올려

위로하듯이 예쁜 꽃으로

승화시키는 모습은

그냥 말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많구나

그냥 친구가 보고 느껴봐    

친구야~!

주말이다

복스러운 빨간 열매처럼

재미난 시간,

사랑스러운 시간,

보람되는 시간,

행복한 시간으로

주렁주렁 채워봐

그리고

나눠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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