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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27. 2016

눈으로 걷는 여행 2

외롭게 혼자서만 다니는 길이 아니고~

■ 신작로

여수시 죽림지구에서 시작하여 광양시

광양읍까지 지방도 863호선이 지난다.

어르신들은 ‘신작로’라고 하였다.

신작로에 들어서자 자연이 잠자리의

꼬리를 가슴으로 물고 있다.

이처럼 마을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는 신작로로 연결되어 있다.

길옆 방앗잎 꽃에 당랑권의 주인공

사마귀가 턱 하니 발을 걸치고, 세모진

머리를 설렁설렁 흔들며 눈먼 먹이가

걸려들길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신작로는 사람과 꽃과 바람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통로가 된다.

신작로가 꽃을 말아 입에 물고 담배를

피운다.

개망초 몇 송이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신작로와 함께 담배를 만다.

담배는 신작로가 피우고 취하기는

개망초가 핑 돌아, 길옆에서 활짝

웃고 있다.

신작로는 염소도 키운다

까만 숯덩이로

어둡게 옷을 입은 흑염소가

신작로를 바라보고 있다.

여섯 바퀴 힘차게 밟고 달리던

시내버스 브레이크가 ‘끼익’하고

멈춰 세우니

거친 뿔을 들이대며

천천히 다니라고 으르렁 거린다.

신작로는

외롭게 혼자서만 다니는

길이 아니고

사람과 벌과 나비와 자동차가

함께 지나다니며

서로의 애환을 들어주고,

행복을 이야기하고

웃음을 나눠주며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 공간이요,

신작로는 누구라도

드나들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 된다.

■ 영흥교회

도롱(道弄) 마을,

길을 희롱할 수 있는

마을이 도롱이었는데

길에 희롱을 당해

사방이 길에 갇힌 마을이 되어버렸다.

도롱에 있는 영흥교회는 103세의 나이로

묵묵히 그 자리에서 신앙을 고수해 왔다.

당초의 오래된 몸을 역사관으로 내어주고

지금은 새롭게 단장하여

신앙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함께 기도하고 있다.

혹시 교회가 궁금하면

역사관을 들여다보면 될 것이다.

도롱에는 콩과 마늘, 고추, 채소 등을

많이 재배하며

신앙인의 마을로서

차분하게 살아가고 있다.

■ 700살 은행나무

중흥마을에는

순천시에서 노거수로 지정된

700년의 나이를 이고 살아가는 은행나무가

턱 하니 자리하고 있다.

중흥마을에 들어서기 전

바로 좌측으로 100m만 올라가면

어른 5명이 안아도

팔이 10cm가 부족하다는

속설이 있는데

지금은 많이 아파서

여기저기 시멘트로 시술을 받아

700살의 나이를 서럽게 살아가고 있다.

700년 은행나무는

어린아이들의 숨바꼭질 장소로

그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다.

중흥에 가다 보면 길 옆

배롱나무 꽃들이 손을 흔들어 준다.

바람이 자꾸만

간지럼을 태워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웃고 있는데

그 꽃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미소가

생겨나 함께 웃게 된다.

참 기분 좋은 곳 중흥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700년이나 은행나무를 품에 안고 살아오고 있나 보다.

하늘거린 수세미 꽃이

살아온 세월만큼 아름다움으로 보상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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