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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Apr 28. 2016

눈으로 걷는 여행 3

선착장에 눕다.

■ 김사천의 묘

우석 김종익 선생의 선친인 김사천의 묘가

해창마을 등허리에 넓게 누워있다.

김사천은 일제시대 때

시장에서 고리대금 사업으로 돈을 모아,

자기 땅만 밟고 서울까지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아들인 김종익 선생이

좋은 일에 사용하고자 교육 사업에 집중하여

순중, 순고, 순천대학을 세웠다고 한다

고려대 안암병원도 지병을 앓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딸을 치료하기 위해

세웠다는 후문이 있다.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 인지

나비가 묘의 초석에 앉아 물을 빤다.

허물을 벗어낸 매미가 조용히 영혼을

식히며 고인의 명복을 빌고 있다.

해창마을은

곡고산으로 오르는 통문이다

한때 용줄 다리기 체험마을로도 유명한

마을이지만

지금은 고령으로 인하여

기록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해창마을은 소금과 생선이 들어오는

나루터가 있었던 마을이지만

경지정리 사업으로

지금은 그 흔적이 없다.

해창마을과 밤섬 마을 사이의 마을이라고 해서

새터마을이 조그맣게 앉아있다.

순천만 용산 머리 부분의 하천을

용머리라고 부르는데

민물장어가 많이 낚이는 곳으로

강태공을 유혹하고 있다.

장어탕을 끓이는데 호박이 좋은지

새터에 가면 호박꽃이 많다.

■ 신선이 학을 타고 날다.

앵무산 아래에

선학(仙鶴) 마을이 있다

예부터 두루미가 날아와 논에서

먹이를 먹고

시베리아로 날아가기 위하여

하늘 높이 날아올라

회귀를 연습하던 터가 선학들이다.

그 모습이 마치 신선이 학을 타고 노니는

형상이 그려져 선학마을이 된듯하다.

두루미는 행운과 장수를 상징하는 새다.

그래서인지 선학마을은

밭곡식이 잘되고 돈이 많은 동네다.

율리(밤섬)라는 마을 이름에서 밤의 주산지였고

단감도 많이 재배하여 소득을 높이고

있는데 그래서 돈이 많은가 보다.

선학마을을 걷다 보면

배를 저절로 채울 기회가 많다.

과수와 곡식이 풍요로워

인심이 좋지만 자칫 도둑으로 몰릴 수 있으니

눈치를 잘 챙겨야 한다.

앵무산의 정기를 받아서 인지

선학에는 도라지가 많다.

보랏빛 도라지 꽃 치마폭에

하얀 나비 한 마리가 마치 신선 인양

여유롭게 꿀을 따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선학은 여유가 있다.

■ ‘맛’과 ‘멋’이 있는 고을

농주에는 ‘맛’이 있다.

맛이 좋아 일본으로 전량 수출하여

국내에선 맛을 볼 수 없는 ‘맛’이

농주의 특산물이다.

혹시 운이 좋아 어촌계장 허리띠를 조를 수 있다면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농주에는 ‘멋’이 있다

전국에서 10대 일몰이 아름다운

출사지다.

구름 아래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져가는

태양이

아쉬움에 동동 발 굴리는 작가의

마음을 아는지

몇 올의 햇살을 풀어내

바닷물에 낙서를 하면

출사자의 카메라가 숨을 멈춘다.

태양이 곤지 발로 산머리 밟고 발레를 하면

구름이 넋이 나가

무대의 커튼을 닫지 못하니

농주에서 바라보는 순천만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란다.

순천만 갈대 길에 갈대가 피어나

늦가을 해풍에 머리를 감는다고

부산을 떨면

순천만에 ‘멋’이 풀린다.

농주에는 바다가 있다

아름다운 카페의 창으로 바다를 들여다본다.

바다가 살며시 다가와 나를 마시고

마음에 가만히 똬리를 튼다.

‘신영복’ 교수의 담론에서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는 글귀가 가슴을 흔든다

농주의 바다는 깊지가 않다.

펄 갯벌이 흔들어댄 구정물이

혼탁하게 밀려오지만

구겨진 마음을 헹구기엔 충분히 깨끗하다.

그래서 농주에 가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 선착장에 눕다.

선착장에 이르기 전에 와온 소공원이 있다

척박한 돌을 타고 나팔꽃 한 송이

우아하게 함박웃음 웃는다.

“잘 왔다.”

마치 객지에서 돌아온 아들을

마중하듯

나팔꽃은 사랑을 담고 있다.

와온은 따뜻하니 누우라는 뜻이다.

집에 돌아와 몸을 뉘니 좋지 않겠는가!

그래서 선착장에 누워본다.

눕는다는 것은 정리한다는 것

지금까지 담아온 여행을 정리하고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그려보고,

삶과 시간을 고즈넉이 관조하는

그러한 곳이

와온이며 선착장이다.

'조동화’님의

“나하나 꽃피어”라는 시가

조용하게 흐른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 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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