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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y 10. 2016

엄마의 색깔

진홍빛 효도 선물

친구야!

며칠 전 전철을 타려고

환한 땅속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분홍색 상의를 예쁘게 차려입은

할머니 한 분이 동료와 함께

내 앞으로 새치기를 하시고는

멋쩍으신지 슬며시 돌아보며

눈치를 살피지 않겠니~!

그래서 씩 웃어드렸다.

나~

엄청 잘했지~?

그랬더니 은은하게 웃으시는 거야.

그 모습이

고향에 계신 엄마를 닮아

곧 다가올 어버이 날이

퍼뜩 떠오르는 거야.

어떻게 다녀올까~?

전화를 미리 드릴까~?

선물은  무엇으로 준비하지~?

괜히 마음이 뜨거워지고

머리가 분주하게 바빠지더라

혹시 친구도 그런 경험 있니?

결론은 주말 연휴에

고향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친구야~~!

엄마를 그린다면 무슨 색으로

그려질까~?

지금까지 무심코 넘겼던

엄마의 색깔이 고민이 되더구나

평화를 얼굴에 가득 담고 계신

어느 어르신의 모습에서

엄마의 색깔을 찾으려고 바라보니

진한 분홍색이 뽑아져 나오는데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들 딸 구분 않고 많이 나으셔서

부지런히 키워주신

엄마의 주름진 노고가

참한 분홍의 옷을 입고

너그럽게 웃고 계시는 모습으로

거기 그렇게 계시는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줄 선물은

진홍색 때때옷으로 결정했다.

친구야~!

옷 색깔이 상상이 되니~?

잘 모르겠다고~~?

그래서 준비했다

내가 누구냐~~ 하하

유명한 사찰이나 아담한 정원에

진홍색의 밥알처럼

앙상한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분홍색 옷을 입은

나무들이 있을 거야

박태기나무라고~~

그 색 하고 꼭 닮은 옷이야

이제 상상이 되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그럼 사진으로 봐봐

그럴 줄 알고 담아왔다

참 곱지~?

친구야~~!

박태기 꽃말이 '우정'인데

우글우글 붙어 있는 모습이

어린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재잘거리며 속닥이는 모습이

그대로 담긴 듯 해~

나는 어디에 앉았는지~

옆 친구는 누가 있는지

한번 찾아볼래~?

어릴 적 쉬는 시간 한 귀퉁이에

모래로 놀이하던

친구들의 모습이~~

소풍 갈 때 걸어온 피로를

깔고 앉아

매똥 위에 올라가서 장기 자랑하는

친구의 모습에

배꼽을 잡고 뒹굴던

친구들의 모습이~

무더운 여름 토요일 하굣길에

더위를 식히려고 얕은 개울물에

훌러덩 옷 벗고 바글거리던

친구의 모습들이~

박태기꽃의 모퉁이에서

진홍색으로 웃고 있잖니~!

잘 찾아봐~~

친구야~!

유다가 목 매어 죽은 나무가

또한 박태기나무니까

기독교인 앞에서는

너무 예쁘다고 치켜세우지 마

그러다 미움 살 수도 있거든~~

아무튼 진홍의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할머니가

경로석에 앉더니

맞은편 빈 좌석을 가리키며 웃으신다

가볍게 목례로 사양하고

대신 환하게 웃어드리니

할머니도 엄마의 미소로

인자하게 웃으신다

주름진 미소가 너그럽다

어느새 전철이 나를

기분 좋게 뱉어낸다

친구야!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멀어지지 말자

혼자 있어도

생각은 혼자이지 말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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