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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y 17. 2016

세상이 궁금해서 나왔니~?

철쭉의 미소가 서글프다

친구야!

점심 먹고 시간이 남으면

어떻게 여유를 즐기니~?

주변을 둘러보면

부족한 잠을 보충하느라

책상을 빌려 사정하는 사람,

핸드폰에 새겨지는

만보를 채우기 위해

공원과 도심을 부지런히

걸어 다니는 사람,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세상의 여유를 잔뜩 발라

시간을 넘기는 사람,

그저 멍하니

창 너머 세상을 관조하며

지나가는 시간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사람,

손안에 들어온 시간을

부지런히 두들겨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찾고 게임을 즐기는

조그만 공간을 그리는 사람,

이렇게 다양한 생각들로

짧은 시간을 마음대로

줄였다 늘렸다 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

친구야~!

난 어떻게 즐기냐고~?

글쎄~!

꽃을 들여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사진으로 담아온 꽃을 보며

꽃 속에 담긴 사연들을

풀어 보기도 하고

하고 싶은 비밀 얘기를

꽃잎에 숨기기도 하고

꽃을 통해 어릴 적 추억을

들여다보고 찾아내어

또 다른 추억을 엮어보고

이렇게 문자로 새겨서

친구들과 나눠보고

핸드폰 속 갤러리를

기웃거리는 시간이 대부분이지~.

친구야~~!

오늘은 철쭉이랑 얘기하며 놀았다.

시간이 져가는 석양을 등에 업고

희디흰 속살을 훤히 내보이는

하얀 철쭉이 방긋 웃고 있는데

미소가 참 서글퍼 보이는 거야~.

가만히 들여다보니

철망이 울타리를 들어 올려

넘어오지 못하게 막고 있어서

자유로움이 모습에서 빠졌나 봐

좁은 틈새로 겨우 꽃만

들이민 철쭉이 내 눈을

잡아당기며

자기를 만져보라고 하길래

카메라 렌즈로 만지며

묻고 싶더라

'세상이 궁금해서 나왔니~?'

하고 말이야~.

친구야~~~!

혹시 아픈 마음을 가슴속

깊은 구석에 가둬두진 않았니~?

구속된 자유가 없는지

잘 살펴보고

풀어내도록 노력해봐~!

그 얘기를 철쭉이 카메라와

인터뷰하는 모습으로 담았거든~.

한번 봐줄래~~!

친구야~~!

꽃은

이슬이 내려 씻겨주고,

바람이 수건 되어 말려주고,

비가 내려 목욕시켜

깨끗한 모습으로 먼지를 닦아내고

햇볕이 정갈히 감싸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닮아가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비 온 뒤의 꽃을 보면

참 예뻐~!

그렇게 생각하지 않니~?

친구야~!

빠알간 철쭉이 비를 잔뜩 묻혀

빨강 물방울을 입에 물고 있는데

세상의 고뇌가

그 속에 녹아서 편안하게

누워 있더라~~

사람들이 그래서 사우나를

만들었나 봐~!

노곤한 하루를 따뜻한 물에

불려서 풀려내듯

그렇게 빗물 속에 녹여내는

철쭉이 하얗게 웃고 있더라고~.

친구야!

혹시 오늘 피곤한 일 있으면

다 풀어내고

내일은 깨끗하고 밝게 시작해보자.

하얀 철쭉이 그렇게 하자고

활짝 웃는다.

친구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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