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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May 08. 2017

엄마는 카네이션을 기다리신다

인동초로 만든 카네이션

친구야~!

까만 도심에 새벽닭이 운다

일찍 뉘었던 몸이

눈꺼풀을 밀어 올려

일어나라고 사정을 한다

에고고~~

새벽도 한참 일렀구먼

구시렁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켜 세운다

친구야~~!

적 인동이 삶의 난간을 잡고 활짝 웃는다

인동초는 해독과 지혈에 탁월하다는데

무엇을 먹었는지 빨갛게 토실토실 하구나

친구야

붉은 봉 끝에 여름이 내려와

햇살을 뽑아내더니

노란 욕실을 만들고는

피곤에 지친 봄을 데려와

목욕을 시키는지

봄의 나신이 아지랑이 실루엣 되어

초시계를 재고 있구나

친구야~~~!

빨간 인동으로 빨아서 널어놓은 추억이

초여름 으르렁대던 비에 젖어

좋아하다 들켜

수줍은 어린 모습 감출 수 없음이

고스란히 배어 나오듯

싱그럽게 붉어졌구나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셔터를 눌렀더니

인동은 어디로 갔는지

오월이 멱을 감고 있구나

친구야~~!

잠에 지친 오늘을 꺼네어

책상 위에 올러놓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굴러보니

8자 하나 툭하고 튀어나와

시위하듯 어슬렁거리더니

갈색 탁자 위에 큰 대자로 드러눕는다

요 녀석도 아마

엄마가 보고 싶은가 보다

친구야~!

집에는 다녀왔니~?

오늘이 어버이 날이구나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흐뭇하게 왼쪽 가슴만 자꾸 들이미는

옆집 아지매가

경로당 가자고 조르면

오른발 끄적거려 대문 열고 들어설 것만 같은

아들 녀석 기다려져

먼저 가라고 등 떠미는 엄마의 지친 손을

잡아드리고 왔니~?

친구야!

'괜찮다 바쁘니까 그렇지

너만 건강하면 된다'

말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옆집 아주머니의 왼쪽 가슴에 걸린 카네이션이

부러우신 듯

자꾸만 흘깃 거리는 엄마의 젖은 눈이

아마

내년에는 아들이 달아주는

옆집 아지매보다 더  크고 더 예쁜

카네이션을 양쪽에다 쌍으로 달고

보란 듯이 경로당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가만히 8자를 지워가는구나

친구야~!

붉은 인동이 난간을 밟고

가만히 손을 잡는다

'내가 카네이션이 되어줄게

엄마의 왼쪽 가슴에 달아드리렴

아님

너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카네이션이 되어

그곳에 매달려 있음 되겠네'

하면서

빨갛게  웃는다

친구야~!

활짝 핀 네 얼굴을 왼쪽 가슴에 달고서

보무도 당당하게

옆집 아주머니와 나란히 경로당으로 가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기에 좋구나

그래

카네이션이 별거냐

따뜻한 전화 한 통이 엄마의 걸음을

당당하게 만들 수 있는 거지~

친구야

오늘은

우리가 카네이션이 되어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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