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카네이션을 기다리신다
인동초로 만든 카네이션
친구야~!
까만 도심에 새벽닭이 운다
일찍 뉘었던 몸이
눈꺼풀을 밀어 올려
일어나라고 사정을 한다
에고고~~
새벽도 한참 일렀구먼
구시렁거리면서도 몸을 일으켜 세운다
친구야~~!
적 인동이 삶의 난간을 잡고 활짝 웃는다
인동초는 해독과 지혈에 탁월하다는데
무엇을 먹었는지 빨갛게 토실토실 하구나
친구야
붉은 봉 끝에 여름이 내려와
햇살을 뽑아내더니
노란 욕실을 만들고는
피곤에 지친 봄을 데려와
목욕을 시키는지
봄의 나신이 아지랑이 실루엣 되어
초시계를 재고 있구나
친구야~~~!
빨간 인동으로 빨아서 널어놓은 추억이
초여름 으르렁대던 비에 젖어
좋아하다 들켜
수줍은 어린 모습 감출 수 없음이
고스란히 배어 나오듯
싱그럽게 붉어졌구나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한쪽 눈을 지그시 감고 셔터를 눌렀더니
인동은 어디로 갔는지
오월이 멱을 감고 있구나
친구야~~!
잠에 지친 오늘을 꺼네어
책상 위에 올러놓고
이리 뒤적 저리 뒤적 굴러보니
8자 하나 툭하고 튀어나와
시위하듯 어슬렁거리더니
갈색 탁자 위에 큰 대자로 드러눕는다
요 녀석도 아마
엄마가 보고 싶은가 보다
친구야~!
집에는 다녀왔니~?
오늘이 어버이 날이구나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흐뭇하게 왼쪽 가슴만 자꾸 들이미는
옆집 아지매가
경로당 가자고 조르면
오른발 끄적거려 대문 열고 들어설 것만 같은
아들 녀석 기다려져
먼저 가라고 등 떠미는 엄마의 지친 손을
잡아드리고 왔니~?
친구야!
'괜찮다 바쁘니까 그렇지
너만 건강하면 된다'
말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옆집 아주머니의 왼쪽 가슴에 걸린 카네이션이
부러우신 듯
자꾸만 흘깃 거리는 엄마의 젖은 눈이
아마
내년에는 아들이 달아주는
옆집 아지매보다 더 크고 더 예쁜
카네이션을 양쪽에다 쌍으로 달고
보란 듯이 경로당에 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가만히 8자를 지워가는구나
친구야~!
붉은 인동이 난간을 밟고
가만히 손을 잡는다
'내가 카네이션이 되어줄게
엄마의 왼쪽 가슴에 달아드리렴
아님
너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카네이션이 되어
그곳에 매달려 있음 되겠네'
하면서
빨갛게 웃는다
친구야~!
활짝 핀 네 얼굴을 왼쪽 가슴에 달고서
보무도 당당하게
옆집 아주머니와 나란히 경로당으로 가시는
엄마의 모습이 보기에 좋구나
그래
카네이션이 별거냐
따뜻한 전화 한 통이 엄마의 걸음을
당당하게 만들 수 있는 거지~
친구야
오늘은
우리가 카네이션이 되어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