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22장 “곡즉전(曲則全) 왕즉직(枉則直)...
일본의 어느 철학자가 “곧 즉(卽)자만 제대로 이해해도 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쓴 글을 예전에 읽은 적이 있다. ‘즉’자가 들어간 말이 참 많다. 대표적인 것이 “사즉생(死卽生) 생즉사(生卽死)”다. 뜻은 굳이 풀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런데 죽고자 하면 죽기가 쉬울 것인데 살 것이라고 하고, 또한 살고자 하면 살기가 쉬울 것인데 죽을 것이라고 한다. 서로 모순되는 듯한데 뜻은 통하는 이러한 용법을 ‘모순통일(矛盾統一)’이라고 한다. 노자가 즐겨 쓰는 방편이다.
『도덕경』 22장에 보면 “곡즉전(曲則全) 왕즉직(枉則直) 와즉영(窪則盈) 폐즉신(幣則新) 소즉득(少則得) 다즉혹(多則惑)”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구부리면 온전해지고, 웅크리면 곧아지고, 패이면 채워지고, 낡으면 새로워지고, 덜어 내면 얻게 되고, 많아지면 미혹해 질 것이다’는 뜻이다. ‘법칙 칙(則)’자와 ‘곧 즉(卽)’자가 지금은 다르게 사용되지만 예전에는 같은 뜻과 음으로도 쓰였다.
구부러진 것이 어떻게 온전할 수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구부러진 못 생긴 소나무가 잘려 팔려나가지 않고 제 수명을 다 하며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또 리더가 된다는 것은 다양한 차원을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생겨나고 그래서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 아닐까? ‘쓸모없어 보이는 것도 쓸모가 있구나!’라고 느껴질 때, 조직 내 실적을 못내는 사람도 좀 다르게 바라보며 코칭도 해주고, 성과를 낼 때까지 기다려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못 하는 사람이 있어야 잘 하는 사람도 돋보이는 것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쓸모없다고 바라보고 차례로 다 쳐내면 나중엔 누구만 남을까? 이것을 장자는 “무용지용(無用之用)” 즉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쓸모가 있다‘라고 했다.
지렁이도 곧게 직진하기 위해서는 몸을 용수철처럼 웅크려야 한다. “왕즉직”이다. ‘패이면 채워지고, 낡으면 새로워지고, 덜어 내면 얻게 되고, 많아지면 미혹해질 것이다’는 모순통일은 음양오행의 순환적 세계관과 극에 달하면 반전이 일어나는 “극즉반(極卽反)”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힘든 일을 극심하게 겪고 있다면 조만간 반전이 일어날 조짐이 보일 것이다. 내가 남들처럼 능력이 많지 않다고 여겨지면 분명히 어떤 부분에서는 나은 점도 있을 것이다. 못 생긴 소나무가 선산을 지키듯, 못난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못난 부하가 언젠가 성과를 내며 회사를 살릴지, 지켜볼 일이다.
“즉심시불(卽心是佛)을 제대로 이해하고 느끼게 되면 부처가 보인다고 한다. 여기서 ‘즉심(卽心)’은 과연 어떤 마음일까?”
『21세기 노자 산책』은『도덕경』 81장 속 보물 같은 구절들을 오늘의 언어와 감성으로 풀어낸 고전 산책 에세이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쉼표가 되고,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는 물 흐르듯 나아가는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전문 CEO에게는 "무위경영(無爲經營)"의 깊은 통찰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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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범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