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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19. 현덕(玄德) 유비(劉備)

“생이불유(生而不有) 위이불시(爲而不恃) 장이부재(長而不宰)"

by 구범 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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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주인공 유비(劉備, 161~223)의 호가 ‘현덕(玄德)’인데, 이는 『도덕경』에서 따 온 것이다. 『도덕경』 10장에 보면, “생이불유(生而不有) 위이불시(爲而不恃) 장이부재(長而不宰) 시위현덕(是謂玄德)”이라고 나온다. 즉 ‘내가 낳았으나 소유하지 않고, 내가 했으나 과시하지 않고, 내가 길렀으나 다스리지 않으면 이것을 일컬어 ‘현묘한 덕’이라고 말하다‘고 했다.


한자 『천자문』에는 “하늘천(天)따지(地)검을현(玄)누를황(黃)”이라고 시작하는데 그 ‘검을 현(玄)’자가 바로 『도덕경』에서 제일 신비롭게 쓰이는 단어 중 하나인 ‘가물 현(玄)’자다. 완전 검은 색은 한자로 흑(黑)이고 영어로는 Black이다. 가물 현(玄)자는 검을 흑(黑)자와 비슷한 듯 다르다.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깜깜한 밤은 어두울 암(暗) 또는 검을 흑(黑)자로 표현해도 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별님과 달님이 빛나는 깊이를 알 수 없을 듯한 저 검푸른 허공의 밤하늘은 검을 흑자가 아닌 가물 현자가 맞다. ‘가물 현(玄)’자는 뭐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그 태초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그런 경지의 빛깔 상태를 뜻한다. ‘하늘은 가물하고 땅은 누르다’는 뜻이다.


다시 현덕(玄德)으로 돌아가 보자. “생이불유(生而不有)” 내가 낳고도 내 것으로 소유하려 하지 않기가 과연 쉬운가? “위이불시(爲而不恃)” 내가 다 하고도 내가 했다고 내세우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 “장이부재(長而不宰)” 내가 다 성장시켰지만 그 사람을 내 마음대로 다스리지는 않는 그런 경지의 리더를 본 적이 있는가? “시위현덕(是謂玄德)” 이러한 덕을 일컬어 ‘현묘한 덕’이라고 한다.


현덕이라는 아호가 얼마나 깊은 뜻을 품고 있는지 『도덕경』을 통해 알게 된다. 그런 아호를 지은 유비는 또 얼마나 큰 이상을 품은 사람인지 새삼 느껴보게 된다. 중국의 황제들이 꿈꿨던 무위(無爲)의 도(道)를 행하면 얻게 되는 경지가 현덕(玄德)이 아닐까? 학창시절 배웠던 『도덕』이라는 책도 『도덕경』에서 따 온 말로써, ‘도(道)를 행하면 덕(德)을 얻게 되다’는 뜻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냥 바른 생활을 뜻하겠지만... 아~ 오늘날 현실 속 현덕의 리더가 보고 싶다.


“한평생 동안, 그런 ‘현덕(玄德)의 리더’를 한번만이라도 모실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복덕과 영광일까?”


『21세기 노자 산책』은

『도덕경』의 81장 속 보물같은 구절들을 오늘의 언어와 감성으로 풀어낸 고전 산책 에세이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쉼표가 되고,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는 물 흐르듯 나아가는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전문CEO에게는 '무위경영(無爲經營)'에 대한 많은 통찰력을 줄 것입니다.

→ 자기 점검과 성장을 원하신다면, 마인드 리셋 & 리더십 코칭 클래스 도 참고해보세요.


구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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