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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죽지만 이렇게 진한 향기를 남기고 떠날수 있을까

모두 행복한 추선 연휴 되길 바랍니다

by 구범 강경수

살다 보니 이런 경우도 다 있다.


아내와 점심을 먹고 고구마 줄기를 함께 벗기고 있던 중 승용차가 한 대 들어온다. 생기방 손님인가 싶어 나갔더니, 손에 뭔가를 든 채 아내를 찾는 것이었다. 몇 해 전까지 생기방 부부 손님으로 가끔 왔었는데, 부인이 췌장암으로 투병하다 작년에 소천 했다.


그 부인은 여태까지 생기방 온 손님들 중 가장 인상적인 선한 분이었다. 췌장암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밝은 미소로 친절하고, 올 때마다 뭔가 먹을 것을 가져와 함께 나눠 먹고, 또 그분이 소개한 손님들도 와서는 한결같이 칭찬하는 그런 아름다운 인격의 천주교 신도였다. “여기만 계속 오면 힘이 나고 살 것 같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다. 남편은 사업으로 바빠 자주 못 데려다 주는 것을 안타까워했었다. 독일까지 두 번이나 가서 치료도 받곤 했지만 결국은 인명재천인지 부고가 날아왔고, 아내와 함께 얼마나 슬프고 가슴이 먹먹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추석 앞둔 오늘 그 남편이 홍삼 선물을 들고 찾아와 눈물을 훔치며 서둘러 선물만 놓고 간다. 아~ 나도 아내도 눈물이 흥건히 괸다. 누구나 죽지만 이렇게 진한 삶의, 인간의 향기를 남기고 떠날 수 있을까? 천국에 있을 아름다운 부인을 추모(追慕)한다.


가을의 꽃 코스모스가 황금빛 들판에 분홍색 향기를 휘날리고 있다. 내일쯤 나도 고향에 내려가 성묘도 하고, 형님과 친구도 보고, 생고기에 맑은 소주 한잔 하고 올라와야 겠다. 모두 행복한 추석 연휴 되길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구범 드림


https://youtu.be/OPe_qQaKwPc?si=pMs_q1Ka6t1phl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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