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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21. 존재는 존재의 기능에 의해 존재한다

『도덕경』 11장 “유지이위리(有之以爲利) 무지이위용(無之以爲用)”

by 구범 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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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이 있으면 물도 마실 수 있고 참으로 사람에게 이롭다. 그런데 컵이 항상 뭔가로 꽉 차 있으면 더 이상 컵으로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컵은 비어 있어야만 컵으로서 기능을 할 수 있고, 존재 가치가 있다. 집도 마찬가지다. 집이 꽉 차 있으면 사람이 들어가 살 수가 없다. 집이 비어 있어야만 집으로서 기능을 할 수가 있고, 존재 가치가 있다. 다시 얘기하면, 존재는 그 존재의 기능에 의해 존재한다. 기능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 존재는 쓸모가 없어진다.


『도덕경』 11장에서는 “유지이위리(有之以爲利) 무지이위용(無之以爲用)”이라고 했다. ‘눈에 보이는 있음이 이로울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없음이 쓸모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는 뜻이다. 위에서 예를 든 컵과 집도 마찬가지고 인간도 그렇다. 눈에 보이는 육체가 이로울 수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고장나거나 혹은 뭔가로 꽉 차 있다면 아무리 좋은 몸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잘 할 수 있을까? 뭔가 자신의 신념 또는 지식으로 꽉 찬 빈틈없는 사람을 보면 가까이 가고 싶던가? 그런 사람과 함께 오래 있고 싶던가? 오히려 질리는 듯한 그런 느낌이 들진 않던가? 뭔가 좀 텅 비어 있는 듯한 그런 사람이라야 가까이 숨도 쉬어지고 함께 그리고 오래 있고 싶어지지 않던가? 리더도 마찬가지다. 알고도 모르는 척 뭔가 좀 텅 비어 있어야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와 품길 수가 있다.


우주는 99.9%는 텅 빈 진공 상태라고 말했다. 그 텅 빔 속에서 만유가 생겨나듯이 소우주인 인간도 뭔가 좀 텅 비어 있어야 그 속에 남들도 들락날락 하고 온갖 지혜와 좋은 관계가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비어있는 무의 쓸모 작용이 있어야 인간다운 행위도 하며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있음(有)의 이로움(利)은 없음(無)의 쓸모가 작용(用)하기 때문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래서 11장을 ‘무의 유용함’을 얘기하는 장이라고 하여 ‘무용장(無用章)’이라 부른다. 장자(莊子)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라고 했다. 즉,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쓸모가 있다’는 뜻이다. 못생긴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모든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던가?


“조직에 쓸모없어 보이는 저성과의 직원들을 차례로 잘라 나가게 되면 나중에는 누가 남아 있게 될까? 그들이 있음으로 인해 고성과의 직원들이 더 빛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저성과의 직원들을 고성과의 직원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21세기 노자 산책』은

『도덕경』 81장 속 보물 같은 구절들을 오늘의 언어와 감성으로 풀어낸 고전 산책 에세이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쉼표가 되고,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는 물 흐르듯 나아가는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전문 CEO에게는 **무위경영(無爲經營)**의 깊은 통찰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구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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