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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23. 어느 친구의 모토 - 총욕약경(寵辱若驚)

『도덕경』 13장 “총욕약경(寵辱若驚)”

by 구범 강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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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시기소이(視其所以) 관기소유(觀其所由) 찰기소안(察其所安)”하라고 했다. 즉 ‘그 사람이 현재 하는 바를 지켜보고,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하는지 동기를 살펴보고, 그 사람이 어떤 일에 편안해 하는지’를 관찰해보라고 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꿈과 함께 할 때 편안한 법이다. 이렇게 현재 행동, 과거 동기 그리고 미래 꿈을 종합적으로 관찰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공자답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이 현재 하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일을 왜 하는지 동기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니체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Why를 아는 사람은 How를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대학 동기 중 채광철이라는 친구는 대학 졸업과 상선 근무 후 해양경찰에 투신하였다. 그 친구가 제주에서 근무할 때 여행 가서 술을 한잔 하던 중 왜 해양경찰에 투신하게 되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친구가 상선에서 항해사로 근무할 때 미국으로 가던 배 안에서 응급환자가 생겼는데, 미국연안경비대(US Coast Guard)에서 헬리콥터를 보내 환자수송을 해주던 멋진 모습을 보고는 자기도 배를 그만두면 해양경찰에 투신하여 사람들의 생명을 살리고 나라에도 도움되는 일을 해야 되겠다고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그 순수한 동기에 감동받아 강의 중 가끔 그 친구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그 친구의 핸드폰 프로필에는 늘 “총욕약경(寵辱若驚)”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다. 총욕약경이란 『도덕경』 13장에 나오는 유명 구절이다. ‘총애를 받거나 욕됨을 당할 때도 항상 놀란 듯이 하라’는 말이다. 총애가 언젠가는 욕됨으로 바뀔 수 있고, 욕됨도 잘 견디다 보면 내공이 되어 언젠가는 총애를 받을 날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총애를 받았다고 너무 우쭐대지도 말고, 욕됨을 당했다고 너무 상처받지도 말라’는 뜻이다.


21세기노자산책 원고를 쓰면서 그 친구가 생각나 오랜만에 전화를 하니 조만간 정년퇴직을 한다고 한다. 해경 경위로 시작하여 마지막 공직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으로 마치니 한 평생 국가에 봉사하며 잘 살아왔다고 할 수 있겠다. 젊은 시절 알게 된 총욕약경의 정신이 그 친구를 오늘까지 무탈하게 승승장구 잘 인도해온 것은 아닐까? 퇴직 후 횡성 오게 되면 반가운 마음에 약간은 놀란 듯이 맞이하여 밤새도록 도덕경 안주 삼아 멋지게 한잔 나눠야겠다.


“어느 고명한 분의 강의를 들으니, ”공자의 제자는 성공한 사람이 한 명도 없고, 노자의 제자는 실패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하더니, 혹시 내 친구, 채광철도 노자의 숨은 제자는 아닐까?”


『21세기 노자 산책』은

『도덕경』 81장 속 보물 같은 구절들을 오늘의 언어와 감성으로 풀어낸 고전 산책 에세이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는 쉼표가 되고,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는 물 흐르듯 나아가는 길이 되어줄 것입니다.

특히, 전문 CEO에게는 **무위경영(無爲經營)**의 깊은 통찰을 전해줄 수 있습니다.


구범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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