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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Sep 10. 2023

갱년기일기

하프타임


나는 무얼 위해 살아왔던 것일까?

심오한 질문들이 내 안에서 불숙 불쑥 올라온다. 나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살면서 집착했던 것들이 과연 그럴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었을까?

젊음을 보내고 나서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빛바랜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오르며 명치 아래 부위가 시리다. 육체적 자극이 아니라 마음의 한 부분이다.  몸과 마음이 연결되어 있어서 그런지 내 몸이 반응을 한다.  오래된 서러움과 아픔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명치 아랫부분에서 한번씩 열기를 위로 올린다. 


누군가의 별 뜻 없는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고 서럽고 섭섭하다.     




나는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인생의 후반기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었고 인생의 후반이라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서럽다. 무엇하나 제대로 살아온 것 같지 않은데,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알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데 벌써 인생의 반을 살아버렸으니 말이다.     


일 년의 반을 살고  ‘벌써 반을 살았다.’ 되뇌는 것처럼 인생의 반도 빨리 지나와 버렸다. 

나머지 반은 더 빨리 지나갈 거라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


갱년기를 앞에 두고 마치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심정이다. 잘 지나가고 싶지만, 스스로도 제어하기 어려운 감정적 홍수나 신체적 불편함이 생기면 나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내고  해석하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나이 때마다 거쳐야 하는 것이 있다. 게임에서 한 단계 올라가면 다른 문이 나오고 난이도 높은 문제가 나오는 것처럼 인생도 한 단계를 지났다 안심하면 또 다른 난관이 앞을 가로막는다. 

나는 솔직히 갱년기가 왔다는 사실이 안심이 되기도 하다.     

갱년기는 증상이니까. 

어떤 이들에게는 가볍기도 하고 어떤 이들에게는 무겁기도 하다. 그래서 그걸 다들 잘 이겨내고 잘 지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 생기지 않는 일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평생토록 일어나기도 한다.

 

삶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편안하게 태어나 편안하게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 사람도 있고, 죽도록 힘들게 태어나 죽도록 힘들게 살다가 그렇게 사라지는 삶도 있다.


하지만, 현상들은 사춘기도 그렇고 갱년기도 그렇고 어느 누구에게도 비켜가지 않고 왔다가 지나가는 것이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내야 하는지는 개인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아주 힘들게 살아왔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평안하게 살아왔다는 말을 하기도 어렵다.


힘들었다. 인생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인 것처럼...


내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지난 시간들이 힘겨웠다. 

스스로가 힘겹게 만든 것도 있고, 누군가로 인해 힘겨워진 것도 있다. 

그런 순간들을 지나고 보니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부분도 많다.


삶이란 완벽하거나 온전한 것이 없듯이 순간순간 자신의 선택과 마음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순간의 선택과 그때의 마음이 쌓여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내 선택은 패턴을 이룬다. 선택에 패턴이 생기듯 마음에도 길이 생긴다. 익숙한 것을 선택하는 마음의 길이 생기는 것이다. 


이전에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마음이라는 것이 어떤 작용으로 돌아가며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내 마음이 왜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갱년기 증상이 나를 지배해 몸에서 마음에서 나타나니 몸과 마음을 바라보게 된다. 

다행인 것은 지금 돌아볼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시작인 나의 갱년기를 써 내려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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