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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Oct 20. 2023

갱년기 일기

나이 든다는 것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로 넣어 쓸어 내린다. 

그럴때면 손가락 사이 사이에 머리카락이 달려 나온다.

 몇가닥씩 달려 나오는데 한 번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여러번 반복 한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어 내릴때마다 손가락에 달려나오는 머리카락 수가 줄지 않는다. 

머리카락을 한곳에 모으며 계속 손을 넣어 빗어 내린다. 후두둑 떨어진 머리카락을 보면 한숨이 새어 나온다. 

유난히 머리카락이 많이 흐른다.

 집안 모서리 부분이나 바닥에서 몇 가닥씩 떨어진 머리카락을 발견한다. 

소형 청소기를 들고 떨어진 머리카락을 빨아 들인다.




요즘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다. 

머리를 감을 때도 한 움큼씩 빠지는 기분이 드는데 말릴때에도 빠지는 양이 머리 감을때와 막상막하인 듯 하다. 이런 식으로 빠지면 대머리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물론 여자는 대머리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말이다.



오래전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몇 가닥 되지 않은 기다란 머리카락을 뒤쪽으로 넘겨 정수리를 가리려 애쓴 듯 했다.

 머리카락 뿌리와 정수리가 훤하게 보였다. 나는 모른척했지만, 내 눈은 그녀의 정수리에 가닿았다. 



나는 정수리가 휑하게 빈 내 모습이 떠오른다. 

숨이 턱 막힌다.      




나이가 든다는 것, 쇠약해진다는 건 내 몸에서 마음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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