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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 Mar 01. 2024

말을 잃어버린 그녀는 하회탈마냥 내내 웃었다.

추억


할머니는 관절염을 앓았다. 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시골집을 정리하고 자식들의 곁으로 왔다. 당시 그녀의 무릎은 망치처럼 부풀어 있었다. 그녀는 부지런히 병원을 다니며 무릎을 치료하고 약을 먹었다. 통증이 그나마 좋아졌지만, 관절염약은 부작용이 심했다. 상체는 비대해지고 하체는 점차 가늘어만 갔다. 



어느 날 그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비대해진 그녀를 업고 그녀의 둘째 아들은 병원으로 내달렸다. 의사는 가망이 없다며 마지막을 준비하라 했다. 병원에는 할머니의 자손들이 임종을 위해 몰려 들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삼일이 지나도 할머니의 상태는 그대로였다. 다음날 할머니는 정신을 차렸고, 기적적으로 살아 났다. 



살아난 그녀의 머릿속을 지우개가 지나갔다. 많은 기억들이 지워졌고, 자신의 손주들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부풀었던 무릎과 상체는 더 커졌고, 다리는 나무 줄기처럼 가늘어져 걸을 수 없었다. 


대소변을 가릴 수 없어 기저귀를 찼다. 그럼에도 가만히 있질 못해 집안을 엉덩이를 밀며 다녔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남자들의 머리처럼 짧게 잘려 나갔다. 










말을 잃어버린 그녀는 하회탈마냥 내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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