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부부의 사랑
당신에게
여보! 우리가 만나 함께 산지 벌써 50년이 넘었네요.
함께 있어도 몇 마디 하지 않은 참 무뚝뚝한 사람
처음엔 얼마나 서운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예요.
당신과 혼인하고 갓 시집온 며느리에게 홀 시어머님이 어찌나 모질게 구시는지...
시어머니의 호된 야단에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얼마나 울었는지...
제 편을 들어주지 않은 당신이 얼마나 미웠던지...
당장 짐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요.
혼이나 눈물을 쏙 뺀 날 밤 당신이 말없이 제 등을 토닥여주었지요.
그래서 살 수 있었어요.
자식을 낳아 키우고, 출가를 시켜보니 시어머니의 마음도 이해가 되네요.
어머님 앞에 제 편을 들어주지 못했던 당신의 마음도 알 것 같고요.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한바탕 꿈을 꾼 것 같아요.
꿈속에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많았지요.
그럼에도 꿈은 아름답네요.
지금 당신은 배가 나온 영감이고, 저는 머리에 하얀 서리가 앉은 할머니이네요.
살아오며 내색하지 않고 제게 마음을 써 주셨던 것
철없는 제 등을 수도 없이 토닥여주었던 당신의 손길
여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