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부부의 사랑
임자!
불러 놓고 보니 쑥스럽네. 그려.
꽃다운 나이에 시집온 그대의 복숭앗빛 볼이 나를 수줍게 바라보며 발그스레 달아오르던 모습이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숙이던 임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네.
책임을 진다는 것이 누군가와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젊은 시절 나는 몰랐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를 부양하며 남들처럼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수순 인 줄 알았다네.
풍족하지는 않지만, 가족들이 별다른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짐이 내 어깨 위를 오랫동안 누르고 있었다네.
하여 임자의 마음을 보아도 보지 못했고, 알아도 선뜻 손을 내밀어 주지 못했다네.
세월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 고개를 한 번 돌린 것 같았는데, 벌써 이리 늙었구먼.
임자 얼굴에 진 주름을 보니 마음이 아프네.
임자의 거친 손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네.
내 무슨 말을 하겠는가.
앞날에 대한 꿈을 말할 수도 없고,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장담을 할 수도 없다네.
허나,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임자가 더 많이 웃을 수 있도록 내 노력하겠네.
오랫동안 입안에만 맴돌았던 입 밖으로 끄집어내기 참으로 어렵던 말.
임자!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네.